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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육묘상처리제 보조사업 ‘쿠폰제’ 지원방식 이상적”

농업인 제품 선택권 보장…제조회사·유통인도 공평한 기회 제공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육묘상처리제의 공급방식으로 쿠폰제가 가장 이상적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국의 지자체는 농업인의 노동력을 절감하고 안정적인 식량 생산을 위해 다양한 보조사업을 실시한다. 이 중 농약과 관련된 보조사업은 종자처리제, 육묘상처리제, 항공방제(경엽처리제), 돌발병해충 방제 등에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그중에 대표적으로 육묘상처리제 지원규모가 가장 크다. 육묘상처리제 시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700억원(추정치) 가량이다.[표1] 그리고 육묘상처리제의 90% 이상이 지자체 지원으로 공급된다. 육묘상처리제는 병해충을 동시에 방제하는데다 과거 논에 들어가서 살포하던 농약과 비교했을 때 노동력을 대폭 줄여주기 때문에 농업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약제로 자리 잡았다. 지자체에서도 이 같은 육묘상처리제의 편리성과 노동력 절감 등을 감안해 농가 지원규모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매년 농번기가 시작되면 이들 농약에 대한 보조사업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육묘상처리제의 지원 방식은 크게 입찰(공개입찰, 제한경쟁입찰), 수의계약, 쿠폰지급 등으로 진행된다. 수의계약이 아직까지는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으나 입찰 방식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입찰은 경남지역에서 가장 활발한 것으로 보인다. 나라장터에 공고된 육묘상처리제 입찰 지역을 살펴보면 경남 하동군, 합천군, 창녕군, 의령군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창녕군의 경우 지난해에는 나라장터 공고가 없었으나 올해 추가된 것으로 파악됐다. 쿠폰제는 아직까지 많이 실시되지는 않고 있다.


농약관계자들은 각각의 공급 방식마다 그 특색이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그 중에서도 비교적 장점이 두드러지는 쿠폰제의 경우 농업인 입장에서 자신이 원하는 농약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육묘상처리제의 종류와 가격이 다양한 만큼 농업인은 자신의 논 상태에 맞는 농약을 선택, 사용하기를 원한다. 특히 약효 면에서도 논의 위치나 발생하는 병해충에 따라 약제선택에 신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농업인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쿠폰제 방식의 보조사업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의견이 뒤따르고 있다.


 입찰…투명성↑ 자율성↓
수의…투명성↓ 시급성↑
쿠폰…자율성↑ 만족도↑

현재 쿠폰제를 실시하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청주시가 꼽힌다. 청주시는 지원대상농가에 ‘농가별 농약 구입비가 6만 원 이하일 때는 실제 농약 구입가격 전액을 지원하고, 보조금액 초과분 사업비는 농가 자부담’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원대상은 ‘관내(청주시) 거주자로 관내 및 타 시도에 1000㎡ 이상 벼 재배 농가 중 농약 지원을 희망하는 농업인’으로 한정했다.[표2]




이를 지원하는 ‘벼 종자(육묘상) 처리제 지원 확인서’(쿠폰)에 따르면 쿠폰의 사용 기간과 사용처를 명시하고 해당 농약 중 원하는 농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용처도 농협에 한정하지 않고 지역 시판모임인 ‘꿈에그린’을 등록처로 명시하고 있어 대부분의 관내 시판상인들이 참여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청주시의 ‘지원 확인서’에 의하면 종자처리제와 육묘상처리제의 종류가 나열돼 있고 지원하는 금액 이상은 농가 자부담으로 하고 있어 가격에 상관없이 선택할 수 있다. 또 시판상인들도 쿠폰을 가져오는 농업인들에게 원하는 자재를 공급하고 이 쿠폰을 모아 지자체에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입찰 등으로 한 곳에만 물량이 몰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균등한 기회를 나눌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한 곳만 물량이 배정되는 등 지자체에서 모든 일이 이뤄지게 되면 유통인의 역할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쿠폰제는 이 문제도 해결된다.


농약 유통 관계자는 “지역에 기반을 두고 세금을 내면서 지역민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유통인들도 지자체 내에서 농업인과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며 “그 만큼 지원사업 등에 참여할 권리가 있고 그 권리는 마땅히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입찰방식의 보조사업이다. 입찰의 경우 크게 공개입찰, 제한경쟁입찰로 실시된다. 공개경쟁입찰은 말 그대로 누구나 입찰에 참여가 가능하다. 자격 요건이 없기 때문이다. 자재 선정에 있어서는 가장 투명한 방식이다. 부정의 소지도 없다. 가장 큰 장점은 가장 저가의 자재를 선택할 수 있어 예산 절감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 주도로 이뤄지는 이 방식은 자칫 다른 시의 입찰자가 낙찰 받을 경우 해당 시의 예산이 다른 시로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해당 지자체 입장에서 보면 낮은 단가로 자재를 선정해 예산을 절약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예산이 다른 시로 넘어가게 되면 관내 농업인에게 예기치 않은 피해를 입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우려해 제한경쟁입찰 방식을 채택하는 지자체들이 대부분이다. 제한경쟁입찰은 공개경쟁입찰과 마찬가지로 나라장터에 입찰공고를 올리게 된다. 이 때 입찰 참여자격을 제한해 이에 부합하는 대상자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의 나라장터 입찰공고 방식이 그렇다.[표3] 입찰 참여 자격으로 사업장의 위치를 경남으로 지정하고 있다. 입찰 방식도 전자입찰, 총액입찰, 제한적 최저가입찰로 한정했다. 이외에도 특허 소지나 중소기업 우선 등의 요건을 요구하기도 한다.[표4]



나라장터를 통해 낙찰하는 방식은 자격 요건을 설정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다양한 장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농약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보조사업의 세부내역, 즉 경쟁약제수량 및 지역 등을 파악하기 용이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도 한다. 주관하는 지자체에서도 예산 절감 효과와 투명성으로 민원의 소지를 최소화하는 이점이 있다. 납품업체 역시 공정한 입찰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가장 성행하는 방식으로는 수의계약이 있다. 수의계약은 지원 받을 지역의 관련자들이 시담을 통해 자재를 선정하고 납품업체를 선택해 지원하는 방식이다. 수의계약 방식은 돌발병해충과 같이 방제를 즉시 실시해야 하는 경우에 가장 적합하다.


관련 전문가는 “당장 병해충이 발생해 작물이 고사 직전인 때에 입찰 방식을 통해 자재를 선정하게 되면 한 달 이상 시일이 걸리게 되고 결국 작물은 병해충으로 죽고 난 다음이 된다”면서 “이 같은 경우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가를 따지기 전에 빠르게 공급해 줄 수 있는 업체를 연결해 문제를 최단 시간 내에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 된다”고 전했다.


결국 자재의 가격을 절약하는 것 보다는 병해충 방제를 서둘러 해결해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에 부합하는 경우에 수의계약 방식이 빛을 보게 된다.


그런가 하면 이들 각 지원방식들은 나름의 부작용을 수반하고 있어 농번기가 시작될 때마다 시끄러워지고 있다. 우선 수의계약이 그렇다. 지자체들은 왜 입찰방식 또는 쿠폰제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가를 살펴보면 수의계약의 부작용 또는 단점을 읽을 수 있다.


수의 계약은 투명성 확보에서는 가장 낮은 점수를 받는다. 지자체 주관 부서와 가까운 공급업체에 예산을 밀어주거나 뒷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에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농업인의 농약 선택의 자유도 심하게 해친다. 쿠폰제의 장점에서 보듯 효과와 가격 등 농업인이 원하는 품목이 개별적으로 다 다를 수 있는데, 수의계약으로는 모든 종류의 농약을 채택하기가 어렵다. 농약 지원이 이뤄지던 초반에는 자재 품목 선정을 주무부서에서 일괄적으로 정했다. 그러던 것이 자재선정위원회 등 농업기술센터가 참여해 자재를 선정하다가 이 마저도 논란이 심해지자 이장단 협의체까지 만들어지는 등 진통을 겪어왔다. 개별 농업인이 원하는 농약을 모두 취합해 이에 따라 공급이 이뤄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겠으나 행정적인 업무가 과중돼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


입찰방식도 적잖은 문제점을 들어내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농가의 자재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충북 농산사업소의 공고에 의하면 주요 종자 생산을 위한 농약 구입 목록이 나온다.[표5] 수도용으로 사용되는 살균, 살충, 제초제의 종류는 수백 가지가 넘는데 반해 이 중 단 22개만이 목록에 포함돼 있다. 물론 지자체는 제품을 선정할 때 수의계약과 비슷한 절차로 과거 선정 내역을 참조하고 기술센터와 농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자재를 선정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결정된 목록은 여전히 농가의 전체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낸다. 이 때문에 농가들의 민원이 발생하는 경우가 생긴다. 자신이 선택한 자재를 지원받고 싶어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제조사는 낙찰 최종 선정업체(유통)가 미거래처일 경우 지점 매출에 악영향을 미친다. 지자체의 경우도 행정적으로 작업이 많고 입찰과 공급까지 시일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종자처리제, 육묘상처리제와 같이 기간과 시기가 정확히 예측되는 경우에만 실시할 수 있다.


올해 초 경북 구미시에서 입찰방식을 두고 한바탕 소용돌이를 몰고 왔던 사례가 그 대표적이다. 올해 구미시에서 시행한 육묘상처리제 지원사업은 조달청 입찰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달청 입찰, 통상 나라장터에 입찰건이 공고되면 공고된 내용에 적합한 입찰 자격을 갖춘 생산업체 또는 유통인들이 입찰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올해 이 지역의 입찰에는 단 한 곳만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생산업체 지점과 해당지역 유통인들은 조달청 입찰 방식처럼 공개 입찰이 보편화될 경우 경엽처리제(항공방제) 및 상토, 비료 등 다른 농자재 역시 조달입찰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입찰 방식은 돌발병해충 지원방식의 경우에도 전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론이다. 이 외에도 부적합한 업체가 선정될 경우 후속 대책도 수립해야 하는 행정적 부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납품 업체로서도 입찰가 제시가 어려운데다 최저가 낙찰방식에 따른 마진율 감소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마냥 반길 수 있는 방식은 아니라는 입장이다.[표6] 특히 납품여부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농약업체 및 유통인들은 물량 확보에도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 납품대상이 각각의 농가이기 때문에 납품 자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쿠폰제도 단점은 있다. 지정된 품목에 대해서만 쿠폰으로 교환 가능하도록 하고 있지만 농업인이 유통인에게 “이 쿠폰으로 육묘상처리제 대신 비닐을 구매하고 싶다”고 요구하면 이를 거절하기는 지역 정서상 어렵다. 때문에 원칙적으로 정해진 품목을 구입하는데 쓰여야 할 예산이 엉뚱한 곳에 소비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농약업계 관계자는 “보조사업은 농업인 대다수가 사용하는 농약과 사용시기에 맞춰 시행되기 때문에 농업인들이 쿠폰을 해당 농약 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완벽한 제도는 없는 만큼 관련자들이 대부분 합의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시행하고 미비점은 꾸준히 보완하는 혜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미진 l choubab@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