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류가 기본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먹거리 없이는 절대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고, 식량문제는 환경문제와 직접적으로 결부되어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후변화가 야기되고 이는 가뭄이나 홍수, 작물의 생장을 저해하는 고온이나 저온, 병해충 발생량 증가 등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게 되죠. 결국에는 식량생산 감소를 가져오며 현세대에서 적절히 대응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심각한 기근상태에 직면한다는 것입니다.”
이동운 학장은 농촌의 고령화로 농사지을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는데 학문 생태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며 농업계 대학이 특히 역량을 모아야 하는 분야에 대해 이같이 말하고는 “의대, 치대, 약대, 수의대에는 지원자가 넘치지만, 상대적으로 농학계열 대학은 외면받고 있는 현실이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농약, 비료, 농기계, 농자재는 외국에 의존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마치 소작농처럼 땅만 내어주고 농사를 짓는 일이 현실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현실적 우려를 표했다.
해충방제뿐만 아니라 식물기생선충에 대한 연구들을 주로 수행하고 있으나 실은 소나무재선충도 중요 연구 분야의 하나라고 소개하며 소나무재선충 방제제의 생물검정과 관련해 기초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지난 7월 과학기술우수논문상을 수상한 이동운(농학박사) 경북대학교 생태환경대학 학장을 지난달 17일 집무실에서 만나 의미와 현실적 어려움 등에 대해 기탄없는 이야기를 나눠봤다.
교수로서 다양한 연구활동들을 해오면서 지난 2020년 입학부처장직에 이어 현재 학장의 직을 맡으며 겪는 제반 어려움은 없는지에 대해 먼저 물었다. 이 학장은 “솔직히 해야 하는 일이 더 늘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없다면 거짓말 일 것”이라면서 “다만 현재로서는 보직자이기 때문에 현 직책에 더욱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연구에 투입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어 보충하기 위해 더욱 매진하고 있다”며 실제적 어려움과 아쉬움을 함께 전해 주었다.
살충제 저항성 문제와 농약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에 대한 연구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잇달아 유럽곤충학회와 미국곤충학회를 다녀온 이 학장에게 혹시 우리나라에 접목할 내용이나 참고할 만한 중요 이슈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에 대해 이 학장은 “농약에 대한 저항성 문제는 근래의 현상이 아니라 유기합성 농약을 이용하면서부터 대두된 문제이고 약제 저항성 해충의 출현에 의한 작물 생산량 감소 또한 모든 나라가 직면해 있는 공통된 과제”라고 진단하고는 “이런 현상을 얼마나 알고 있고, 어떤 대책들을 실행하느냐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며 처방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저항성 문제의 시발점은 사용하는 농가에서 병해충 관리를 위한 약제 선택과 사용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인데 금번 미국곤충학회에서도 농약 사용과 저항성 관리에 대한 의견이 있었다”고 전하고 “농업인 교육 강화와 포장에서의 저항성 모니터링을 통한 현상 파악이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이라는데 모두 공감했다”고 부연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제도하에서는 농약의 선택과 처리가 대부분 농업인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안전사용과 더불어 저항성 관리측면에서 농업인들에 대한 실질적 교육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학장은 “모든 농약에 대한 약제저항성 출현을 매년 파악할 수는 없지만 특정 지역에서 장기간 다량 사용된 약제들의 경우 우선순위를 정해 선제적으로 저항성 발현을 모니터링 하고, 이를 기반으로 약제 처방과 개발에 활용하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실효적 솔루션을 제시했다.
농약잔류허용기준 강화제도(PLS) 시행 이후 특히 농작물의 등록 여부가 매우 중요해진 가운데 전문가로서 오랫동안 직접 작물보호제 시험을 진행해 오며 가진 소회나 제언사항에 대한 물음에 이 학장은 “국제교역이 활발해짐에 따라 사람들의 먹거리 선호성에 부합하기 위해 다양한 외래작물들이 재배되고 있고, 다양성도 수반되고 있다”면서 “작물들에 필요한 작물보호제를 시의적절하게 등록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특히 조경수나 비식용 작물에서는 병해충의 피해가 심각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하고 “식용작물과는 다른 프로세스로 접근하더라도 등록이 매우 필요한 부분의 하나”라고 제언했다. 이 학장은 그러면서 “미국의 경우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가고 있는 처리 방법에 대한 일정한 표준화나 대분류화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면서 “이제는 약효를 평가하기 위한 생물검정법을 획일하게 적용하기보다는 현장에 부합할 수 있는 입증된 과학적 방법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전향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며 현실적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만능인 양 위정자와 농산물 소비자들의 신망을 듬뿍 받고 있는 친환경유기농업 자재의 효과 및 안전성이 실제 소비자 기대에 부응하는지에 대한 친환경유기농업자재 심의 위원으로서의 고견도 조심스럽게 요청했다. 이 학장은 “심의위는 단지 유기농업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자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절차”라면서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우려한 뒤 “만일 이러한 부분들이 명확히 전달, 관리되지 않으면 친환경유기농자재 자체에 대한 불신이 초래되고, 이는 해당 산업군의 생태계 전체가 와해되는 파괴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스럽다는 것이 솔직한 개인적 견해”라고 고뇌의 일단을 드러내기도 했다.
끝으로 금번 미국곤충학회에서도 세션 발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농약사용에 대한 소비자 인식에 대해 물었다. 이 학장은 “대중들은 과학적 진실보다 편향된 자신의 경험이나 주변인의 의견에 동조하는 경향이 크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대중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데 공감했다”면서 “본질은 오·남용에 의한 것인데 일반인들은 농약 자체의 불신으로 간주한다. 과학적으로 실험된 자료에 의해 철저히 검증받아 사용되고 있다는 믿음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하고는 “결론적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손상하는 오·남용 사례와 같은 부분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하고 산업계의 노력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