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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용 칼럼

두 가지 농기계 시장의 문제를 타개하자

중기간 내 농기계 산업과 기업의 구조조정, 품질수준의 향상, 거품 농기계 가격의 인하와 농협중앙회 최저가 입찰제도의 개선 등을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을 추진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전담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농기계 산업, 유통업자, 농협과 중고 전문기업, 정책부서와 연구자들이 모여서 지혜를 모아보자. 새로운 이정표를 2016년에는 만들어 보자.


적지 않은 이들이 수년 전부터 국내 농기계시장의 해외 농기계에 의한 장악을 우려해 왔다. 국산 농기계를 생산하는 기업과 대리점, 학계와 연구기관 등에서 꾸준히 이 점을 염려의 눈으로 바라봐 왔고, 지금도 그리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농협중앙회가 농기계 은행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행하고 있는 최저가 입찰이 국내 농기계산업과 시장에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급기야 작년에는 이러한 최저가 입찰제도의 시정을 전국 대리점 협의회 모임에서 요로에 건의하기도 하였다. 현실 국내 농기계 시장은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우선 외국제 농기계, 구체적으로 일본제 농기계의 국내시장 확산의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국내 농기계 시장의 방어를 넘어 해외시장을 겨냥한 우리 토종 농기계 기업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2005년 이후 일본제 농기계의 시장 확대가 두드러진데, 2014년 현재 이들 주력 3개 기종의 시장 몫은 각각 12.4%, 41.5%, 29.7%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토종 농기계 기업들의 경영은 치명적인 내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토종 농기계 산업이 무너지면 스마트 농업을 지향하는 미래 한국농업의 자주성은 그만큼 줄어들게 될 것이다. 왜?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가.


일본 농기계 확산과 농협최저가 입찰은 한몸
우선 농기계를 구매하는 사람들, 농민들의 수요를 살펴보면 일단의 이유를 찾아낼 수 있다. 농민들이 농기계를 사는 이유는 간단하다. 농기계 사용을 통한 소득증대와 부족한 노동 대체이다.
특히 전업적인, 중핵적인 농민들은 자신의 경영확대뿐만 아니라 농작업 수탁확대를 통해 소득을 더 많이 얻고자 농기계를 구입한다. 그러다보니 농기계를 구입할 때 가장 먼저 농기계의 성능과 품질을 우선시한다. 과거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는 가격을 중시했지만 지금은 성능과 품질 다음의 구입지표가 되고 있다. 제한적인 시간 내에 많은 농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농기계의 고장이 적어야 하고 동시에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일본제 농기계를 구입하는 농민들은 이러한 선호경향을 그대로 보이고 있다. 주력 3개 기종의 구입이유로 70.8%가 농기계 성능과 조작의 용이성 때문이라고 답하고 있었다. 고장의 횟수도 한국산 농기계가 횟수가 더 많다고 한다. 이제 그들은 과거와 같이 국산 브랜드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일본산 농기계에 대한 만족도가 80%를 넘고 있다. 물론 일본산 농기계를 사용하는 농민들만의 응답이기에 전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이들의 반응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일본산 농기계 가격이 높아서 가격적인 면에서의 부담이 있다는 80% 농민들의 응답 역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농협의 주된 임무 가운데 하나는 가능한 좋은 농자재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 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농자재를 선택하느냐이다. 국내 농업의 일정 수준 보호 내지는 보전의 당위성을 배경으로 하는 농협에서 외국산 제품을 수입해서 판매하는 것은, 지극히 필요한 경우 이외에는, 삼가야 하는 덕목이다. 달리 말하면 농협이 국내 농민의 권익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물론 국내 농자재산업의 보호에도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외국산 제품을 너무 광범위하고 많이 사용하게 될 경우 오히려 그로부터의 피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산 농기계 가격은 30%정도 거품”
농협중앙회의 농기계 은행사업 자체를 잘못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지향하고 있는 목표가 농민들의 소득증대, 경영지원 등에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농기계 구입과정에서 최저가 입찰이라는 방법을 구사해 오고 있는 것과 그로 인한 결과가 대체로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데에 있다. 승자독식과 같은 이러한 행위는 모두에 피해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주력 기종의 지역농협 가격 할인율을 보면 그 폭이 20~30%에 이른다. 소비자 권장가격과의 차이가 이렇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 농기계 대리점의 판매수수료 수준이다. 그렇다면 농협중앙회에 대한 납품가격은 얼마란 이야기인가.


여기에서 논란은 시작된다. 권장가격이 과연 정상적인 가격인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농기계 수요자와 대리점, 중고농기계를 취급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현재 국산 농기계 가격은 30%정도 거품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그럴 개연성은 여러 연구에서도 지적되고 있다. 한편으로 만약 농기계기업들이 저렇듯 많은 할인을 해서 경영수익에 지장을 받고 있다면 분명 어디에선가 보전을 받을 것인데, 다름 아닌 농기계대리점을 통한 보전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농기계대리점들의 주장이다.


한편 위 두 가지 중요한 사안, 일본산 농기계의 국내 시장점유 확대와 농협중앙회 농기계은행사업용 농기계의 최저가 입찰 구매는 서로 독립적인가. 그렇지 않다. 내부적으로 이 둘은 결합되어 같이 움직이고 있다. 먼저 그동안 토종 농기계 기업들의 잦은 모델변경과 가격인상 전략은 익숙해 있다. 일본산 농기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았던 시기에 가격차이로 인해 일본제 농기계의 국내 시장진출은 더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가파른 토종 농기계가격의 인상은 결국 일본 농기계기업들로 하여금 비슷한, 혹은 약간 낮은 가격대로 국내 시장 진출을 자극하게 되었다. 2010년 이후 이러한 현상은 뚜렷하다. 그럼에도 할인율을 중시하는 농협의 최저가 입찰에 대응하기 위해 모델변경과 가격인상을 지속해 왔다. 이는 상대적으로 성능과 품질이 낮은 토종 농기계의 국내시장에서의 밀림을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국내 농기계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커다란 두 가지 특징과 문제를 보는 국내 전문가들은 마음이 편하지 않다. 30%대 가격인하, 즉 가격의 차별화와 품질경쟁력 향상을 마지막 토종 농기계 산업의 생존의 길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이 지금 당면한 문제를 푸는 열쇠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러한 고육지책의 충고를 콧등으로 듣고 있다는 생각이다. 중기간 내 농기계 산업과 기업의 구조조정, 품질수준의 향상, 거품 농기계 가격의 인하와 농협중앙회 최저가 입찰제도의 개선 등을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을 추진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전담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농기계 산업, 유통업자, 농협과 중고 전문기업, 정책부서와 연구자들이 모여서 지혜를 모아보자. 새로운 이정표를 2016년에는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