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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설 명절은 ‘관계’에서 출발

‘가족’ 그리고 ‘孝’가 공동체의 근본


최근 3주간 설 인사로 북쪽 Ha Noi 부터 남쪽 땅끝 Ca Mau까지 중요 거래처를 만나고 왔습니 다. 베트남 최대의 명절 설(Tet Nguyen đan, 元 旦節)을 준비하는 그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공식 휴일은 6일이지만, 우리 회사는 11일, 길게 쉬는 곳은 2주간 쉰다고 합니다.


이곳 베트남 사람들은 ‘관계’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설 명절 전에 자신과 관계가 있는 모 든 사람들과 송년회를 가집니다. 제가 만난 거래 처들은 Tet 전 3주 정도 송년회를 하는데, 자기들 의 거래처, 주변 기관, 이웃들과 차례로 식당을 빌 려 저녁에 먹고, 마시고, 노래 부른답니다. 그래서 회사들은 맥주를 설 선물로 많이 줍니다. 어느 거 래처 창고에는 몇 백 박스의 맥주가 있었습니다. 설전 각종 송년회에서 마시고, 설을 쇠고 나면 음 력 1월 초이튿날부터 초닷샛날까지 가족여행을 많 이 간다고 합니다.



Lam đong성 Bao Loc시에 있는 우리 거래처는 형제가 8남매인데, 집집마다 날을 정해 형제자매, 손자·손녀 다 모여서 송년회를 한다고 했습니다. 같은 사람들이 각각의 집을 여덟 차례 돌아가며 송년회를 하는 것입니다. 친가뿐 아니라 외가 쪽 도 동일하게 한다고 했습니다. 베트남에 살면서 가장 부러운 것은 ‘가족’입니 다. 누구에게 물어봐도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이 라고 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을 정말 끔 찍이도 생각하고 실제로 모십니다. 친가, 외가 구 분도 없습니다.


반도국가의 가장 큰 특징이라는 ‘가족 중심’ 문 화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사업도 가족과, 행사도 가족과, 모든 일에 최우선은 가족이고 어른입니 다. 이들의 가족중심 문화의 한복판에는 집집마 다 조상을 모시는 제단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어느 집 을 가더라도 현관 에 들어서면 거실 한 가운데에 제단이 있습니다.


북부 Ha Noi부터 중 부 Hue까지는 장남의 집에 제단이 있고, 남부 Mekong Delta 지역은 막내의 집에 제단이 있습니 다. 산악지역으로 먹고살기 힘들던 북·중부지역 은 장남이 부모님을 모시고, 재산도 물려받아 돌 아가시면 제단을 꾸미고 매일아침 과일을 올리고 향을 피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반면 남 부 Mekong Delta는 옛날부터 먹을 것이 아주 풍부했습니다. 그래서 부모는 가장 짧게 같이 살 막 내를 데리고 살고, 재산도 막내에게 물려주며 막 내가 조상을 모시는 전통이 있다고 합니다. 제가 만난 Long An 성의 거래처 대표는 9남매 중 3째이고, 부인은 12남매 중 6째여서 제단을 차 릴 필요가 없지만, 돌아가신 아버지와 장인어른을 위해 제단을 차리고 두 분의 영정을 모시고 있었 습니다. 왜 막내들이 잘 모시는데 그렇게 하시냐 고 물었더니 본인의 아버지와 부인의 아버지를 가 까이서 모시고 싶어서 제단을 마련했다고 했습니다.


살아계실 때 지극정성으로 부모를 모시고, 돌 아가신 후에도 매일 제단을 관리하는 것을 보면서 자란 자식들이 어찌 부모에게 불효할 수 있을까요?



베트남은 설 연휴 2주간 동안 먹고 놀고 흥청망 청 쓴다고들 비아냥거리는 경우도 있지만, 알고 보면 이곳 사람들 대부분 토요일도 일하고 연휴라 곤 설 연휴 말고는 없습니다. 가족을 위해 1년 동 안 모으고 기다려서 선물을 사고, 꽃을 사고, 봄을 맞는 매화, 도화, 금귤로 집을 장식해서 모두만나 먹고 즐기는 것입니다.


저와 함께 일하는 통역비서는 막내딸인데, 그동 베트남 설 명절은 ‘관계’에서 출발 ‘가족’ 그리고 ‘孝’가 공동체의 근본 안 졸업 후 6년간 번 돈을 모두 엄 마에게 부쳤습니다. 왜 그러느냐 물어보니 어머니가 홀로 자식을 셋 키웠는데 사채 빚이 있어서 지금껏 다 갚아 주었다 했습니다. 그리고 고향집 지붕수리, 집수리 등으로 목돈이 들어가 31살인데도 모아 둔 돈이 없다고 했습니다. 빚을 다 갚 았으니 지금부터 부지런히 모으면 된답니다.


또 인사팀에 근무하는 여직원은 고향이 An Giang성 Long Xuyen 시가 고향인데, 한 달에 한두 번 씩 오토바이를 직접 5시간씩 운전 해 고향으로 갑니다. 거기에 홀로 계신 아버지가 있어서랍니다. 그 러고도 나머지 주말엔 못사는 사람 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갑니다. 급 여 800만동, 우리 돈 40만원으로 고등학생 아들 과 둘이서 사는데 어떻게 그렇게 사는지, 부끄럽 고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기 남자들은 여자를 무시하고, 때린다 고들 말이 많은데, 제가 만난 거래처 사람들은 절 대 아니었습니다. 한국 돈으로 50~500억원 하는 지역의 농약, 비료 도매상의 사업가 절반이 여성, 나머지 절반도 한국처럼 남자가 경영하고 여자가 보조하는 형태가 아니라 50:50 동등한 힘을 갖고 움직입니다. 그리고 2세 경영수업을 하는 것도 딸 들이 많고 실제 엄마가 딸에게 많이 물려주고 있습니다.


같이 오래 못살아 미안한 막내와 살고 재산을 물려주는 나라, 생활력과 능력이 있는 딸을 데리 고 살면서 경영수업을 시키는 나라, 부모가 그 부 모에게 자식이 또 그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이 자 연스레 몸에 밴 나라, Tet 연휴기간 기를 쓰고 고 향으로 달려가야만 하는 나라.


그 이유의 중심에 는 ‘가족’이 있었습니다. 孝가 있었습니다.


3주간 점심과 저녁에 마신 맥주를 합하면 두 드 럼, 담근 술은 대략 서말은 되는 것 같습니다. 그 동안 그들에 대한 그릇된 선입견이 이번 출장을 통해 완연하게 달라졌습니다.


 ‘올해 사업은 지난 2 년보다 더 어려워지지는 않겠구나, 나도 이제 이 사람들 세상으로 한 발 더 들어왔구나’ 하는 생각 이 들었습니다.


참으로 많은 것을 느낀 3주간의 출장이었습니 다. 이제 내일 회사 송년회를 마치면 10일간의 연 휴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SG한국삼공 베트남 현지법인

NGOC TUNG 대표 손지명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