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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날 때는 먹자

-맛에 관한 의문 셋-

 

#1 맛있는 식탁 위의 맛없는 이야기
맛있는 식사 자리, 직업에 관한 얘기를 나누던 중 은행이 도마에 올랐다.
“요즘은 공무원과 은행원이 제일 부럽다”는 말을 누군가 던졌을 때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그 직업의 가치를 음미하고 부러워하는 눈치를 보였다. 그때 한 사람이 이렇게 반발했다. 은행원이 들으면 대번에 화를 낼 수 있는 주장이었다.


“그들이 제조업체처럼 무엇을 만들어 내길 합니까? 농부들처럼 먹을거리를 생산합니까? 예술가들처럼 삶의 감동을 줍니까? IT업계나 벤처사업가들처럼 아이디어를 주거나 새로운 세계에 도전을 합니까? 무역을 해서 국가적 부를 끌어옵니까? 선생님들처럼 미래를 위한 인재를 육성합니까? 종교인들처럼 마음을 정화시키거나 불우한 이웃을 위해 헌신합니까? 군인이나 경찰들처럼 외침을 대비하고 사회 안정을 유도합니까? 소방수들처럼 재난에 도움을 줍니까? 학자들처럼 미래를 위한 탐구를 합니까? 택배기사들처럼 물건이라도 날라 줍니까?”

정해진 룰에 맞춰 이율 계산하는 단순 노동 대가 치고는 임금이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이었다. 은행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하나 뼈 있는 질문에 Yes로 대답할 게 없었다. 물론 은행원들에게는 아무 죄가 없다. 은행원은 은행원일 뿐이고, 역사적으로도 돈 관련 업종의 사람들이 돈과 가장 친했으니 타박할 이유는 없는데 왠지 씁쓸했다. 맛집으로 알려진 곳에서 맛있다고 검증받은 메뉴를 먹고 있었는데, 그 맛도 영 씁쓸했다. 소문난 그 맛은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2 그 밥은 과연 맛이 있을까
‘밥 퍼주는 목사’로 알려진 최일도 목사가 어느 방송 인터뷰에서 오래 전 겪었던 일화를 들려주었다. ‘청량리 588’로 유명했던 지역에서 무료 급식 봉사를 할 때의 이야기. 일종의 ‘조폭’들에게 엄청 두들겨 맞아 몇 달간 일을 못했는데, 그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이 최 목사에게 “왜 고발을 하지 않았죠? 화나지 않아요?” 하고 물었다. 방송에서도 똑같이 물었고, 최 목사는 대답했다.


“경찰에게 맞았으면 화가 났겠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고 보호해야 할 사람들이 국민을 패면 안 되는 거니까. 그런데 그들은 폭력배들이잖아요. 폭력배들은 어떤 점에서 남을 때리는 게 일인 거예요. 그러니까 그들에게 화가 나진 않았어요.”


‘밥 퍼주는 목사’의 봉사활동이 화제가 되었을 때, 나는 그가 이벤트형 봉사꾼은 아닐까 의심했었다. 그리고 그가 퍼주는 밥은 과연 맛이 있을까 의심했었다. 지금까지 변함없이 같은 활동을 하면서 그는 내 의심을 어지간히도 지운 셈이다. 그가 퍼주는 밥맛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지만, 위 대답을 들으며 ‘진짜 목사’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3 화풀이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특효약
한 방송사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중에 ‘화란 무엇인가’란 테마가 있었다. 세상에는 별의별 화가 다 있고 별의별 화풀이도 많았다. 서민 혹은 소시민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화’가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고, 아주 가까운 곳에서도 괴이한 화풀이와 무서운 화풀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화에 쩔어 있는, 화를 참지 못하는 이들을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다큐멘터리에서 화를 풀어주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화나지 않게 하는’ 마인드 컨트롤일지, 물리적 약물 치료일지 궁금해 하며 채널을 고정시켰다. 언제나 그렇듯이 방송은 예상을 여유 있게 비웃었다. ‘화풀이 전문가(?)’들이 제시한 특효약은 ‘맛’이란 치료제였다. 화에 쩔어 있는 사람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식감(食感)’이라는 얘기였다. 맛있게 먹는 방식을 알아야 화를 절제할 수 있다는, 맛을 알아야 행복을 느끼고, 작은 행복을 알아야 화를 내지 않게 된다는, 신기한 (어찌 보면 당연한) 치유법을 제시하고 있었다.

식감으로 화를 녹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으며 ‘식감으로 인격을 높이는’ 비법도 개발해 달라고 떼쓰고 싶어졌다. 그러니 화나는 일이 생기면,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날이면, 맛있는 음식을 맛있게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