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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을 길들이는 방법

농촌진흥청의 최대 ‘천적’은 아마도 ‘NGO’ 또는 ‘CSO’(시민사회단체)라고 해도 무방해 보인다. ‘시민사회단체’의 이름만으로도 농진청을 쉽게 길들일 수 있을 것만 같아서다.

농진청은 얼마 전 ‘GMO반대전국행동’의 등쌀에 지난 7년간 추진했던 유전자변형(GM) 작물 상용화 추진 정책을 중단하고 GM작물 개발사업단도 해체하더니만, 지난달 말경에는 자칭 ‘농업을 위한 시민의 모임’에게 시달림을 당했다고 푸념하는걸 보면, 분명 시민사회단체가 가장 껄끄러운 상대임에 틀림없다.

농진청 복수의 관계자들에 의하면 ‘농업을 위한 시민의 모임’(회장 강광파, 이하 농시모) 이준영 사무국장은 지난달 26일 허건량 차장을 비롯한 본부 국장급 및 예하기관 부장급 등 30여명을 모아 놓고 ‘농촌진흥청, 한국농업을 살릴 수 있다’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이날 강의는 명분상 ‘농산물 안전성 전문가 초청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됐으나, 사실상은 “농진청에 대해 ‘없어져야 할 적폐조직’이라며 일간신문에 광고를 게재하고, 자신의 영향권 안에 있는 농업전문지에 시리즈로 기사를 게재하겠다고 엄포를 해와 어쩔 수 없이 초청 세미나 자리를 만들었다”는 것이 농진청의 속내였다. 

아무튼 ‘농시모’가 이날 배포한 강의 자료를 요약하면 ▲한국농업은 농가인구의 감소, 농업생산성 하락, 도농 소득격차 심화 등 농산업 전반에 걸쳐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만큼 ▲농업관련 정부기관, 농업기업, 농협, 농자재 유통조직, 농민단체 등은 반성과 혁신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한국농업을 살리기 위한 농촌진흥청의 역할’에 대해 △농자재 품질향상 관리 △농자재 안전사용 교육 강화 △농자재 가격안정 관리감독 △농자재 클레임 예방 및 사후관리 민·관 공동대응 △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안전농사지킴이 ‘팜닥터’ 운영 △민·관·농 협력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제안하면서 향후 ‘농시모’와 분야별로 협력(자문, 초청세미나 등)을 지속해 나가자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날 강연 내용에 대한 농진청의 ‘촌평’에서 찾아진다. 농진청 고위관계자는 지난 12일 이와 관련해 “강의 내용이 ‘너무 과거의 매너리즘에 빠져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강연을 직접 들었던 30여명의 참석자 중에서 상당수가 전하는 말은 다소 의아할 정도의 내용들도 포함돼 있었다.

그들에게 전해들은 ‘농약업계’와 관련한 내용들을 ‘의역’하면 “농약 팔아서 돈 번 회사들이 농업에 대한 재투자 보다는 사주들의 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한다”는 것이었다. 일례로 “성보화학은 골동품 수집이나 하고, 한국삼공은 대영박물관에 100만 달러씩 기부하면서도 농업인에 대한 투자는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고 한다.

이준영 사무국장은 특히 한농(팜한농의 전신)의 경우 일제시대 조선농약을 해방 후 정부에서 불하받아 한국전쟁 이후 사채시장 담보물로 회사 거래를 하는 등 사명감이 전무했을 뿐만 아니라 5.16 이후엔 정부의 산업화 정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했으며, 1995년엔 사주들의 암투로 동부그룹에 매각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2016년 LG 편입 때까지 동부그룹의 자금줄 역할을 충실히 하는 등 1953년 창사 이래 농업계 재투자 없이 사주들의 부만 추적했다고 거듭 일침을 놨다. 농자재 유통조직과 관련해서도 “농협 구매계는 조합장 인기관리용”이고, “작물보호제유통협회는 이윤추구가 목적”이라는 시각을 내보였다.

농진청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준영 사무국장이 이날 에둘러 표현했지만, 향후 ‘농시모’가 농약업계 원로(은퇴자)들을 모아 농약업체들이 바른길로 갈 수 있도록 ‘감시자’ 역할을 할테니 농진청에서 ‘농시모’를 사단법인화 시켜주고 과제비도 지원해 달라는 요구가 핵심인 듯 보였다”고 전했다.

어쨌거나 농진청은 “피치 못해  ‘농시모’에게 강의 기회를 내줬다”는 입장이고 보면, 설령 이름뿐인 시민사회단체라고 하더라도 뭔가를 만들어 들이대야 통할 수 있는 모양이다. 최근 특정농약 품목등록과 관련해 감사원, 국회, 청와대까지 동원해도 ‘잘못’을 즉각적으로 바로잡지 않는 농진청을 지켜보자니 더더욱 그런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