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3 (월)

  • 맑음동두천 -8.4℃
  • 맑음강릉 -0.6℃
  • 맑음서울 -3.2℃
  • 맑음대전 -4.4℃
  • 맑음대구 -0.8℃
  • 구름조금울산 -1.8℃
  • 맑음광주 -1.1℃
  • 맑음부산 -0.1℃
  • 맑음고창 -3.8℃
  • 구름조금제주 5.0℃
  • 맑음강화 -5.9℃
  • 흐림보은 -7.8℃
  • 맑음금산 -7.0℃
  • 구름조금강진군 -1.3℃
  • 맑음경주시 -0.9℃
  • 맑음거제 0.0℃
기상청 제공

기획연재

‘늘 농민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겸손의 경영… 나의 마진보다 농가 이익 우선

 

미국의 경영자문가 DA 벤턴은 성공한 CEO를 면담한 결과 그들의 22가지 특성 중 ‘겸손’이 주요 특성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장자의 도덕경(道德經) 22장 ‘겸손’편에는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니 밝게 나타나고, 자기를 옳다고 하지 않으니 빛나고, 자기를 자랑하지 않으니 공이 있고, 과장하지 않으니 오래 간다”며 겸손을 말하고 있다. 또한 성경에서도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올라간다”고 하였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겸손함은 성공으로 향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중의 하나이다. 특히나 사람을 상대하는 업종에서는 더더욱이나 겸손함은 기업 경영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고객을 대할때도 진실된 겸손한 마음으로 대해야 하며 내부 구성원들에게도 겸손함은 성공하는 CEO의 기본이 되는 덕목이다.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홍태선 대표는 극구 사양했다. 영진농약사 규모가 그리 크지도 않을 뿐더러 자랑할 정도도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꼭 대형 규모의 매장만이 성공 모델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비록 규모는 작더라도 내실 있고 농민들의 편에 서서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게 도와주는 영진농약사의 사례가 모범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경기도 화성시 발안읍내에 위치한 ‘영진농약사’는 대규모 농자재마트는 아니다. 하지만 농한기가 시작된 9월 하순인데도 작물 재배를 문의하는 농민들과 포도수확 후 내년 봄에 포도나무의 활력과 원활한 개화·착과를 위한 감사비료를 문의하는 사람들의 전화가 수시로 울려댔다. 사업 초창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홍 대표는 언제나 예스맨이다. 작은 부탁이라도 성심성의껏 들어준다. 급한 배달 부탁도 싫은 내색없이 거리를 따지지 않고 배송해준다. 불가피하게 부탁을 들어주지 못할 상황이면 정중하게 설명하고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준다.


본인이 처방하여 작물이 잘돼서 농민들에게 인사를 받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란다. 가끔가다 홍 대표 덕분에 농사가 잘되었다면서 가져오는 농작물 선물은 굳이 마다하지 않는다. 그게 홍 대표에게는 노력의 결실이자 서로 살아가는 정이라 믿기 때문이다. 어떻게 항상 웃을 수 있냐는 필자의 질문에 “피곤하고 기분 나쁜 일도 있지만 그래도 웃는 게 화내는 것보다 좋지 않나요! 그리고 내가 농민들에게 도움도 많이 주지만, 농민들이 없으면 내가 존재하지 않으니 고마운 분들이잖아요!” 하면서 또 한번 웃는다. 영진농약사는 사람 냄새가 난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홍태선 대표는 군에 가기전인 23세에 현재 농업기술센터의 전신인 농촌지도소에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때 농촌지도소는 주로 벼 품종 연구와 재배가 주된 업무였고 경기도의 몇 몇 시군에 배치되어 순환근무를 했다.


10년을 근무하고 중앙종묘로 이직을 했다. 종자는 재배 초기부터 수확기까지 전 과정을 알고 있어야 농민들에게 지도가 가능했으므로 웬만한 원예작물의 생리를 이때 배울 수 있었다. 작물재배 교육이나 농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도 즐거웠다. 흥농종묘나 중앙종묘 등이 자체 기술잡지를 발행할 만큼 기술 보급에 앞장섰다.


중앙종묘에서 18년을 근무하고 2003년 1월에 홍 대표는 지금의 영진농약사를 설립했다. 단돈 1000만원을 종자돈으로 처음 매장을 차리니 신용이 없었으므로 농자재 회사들이 외상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종류마다 3개씩 구입해 진열하고 현금거래를 원칙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한다. 2000년대 초반에 현금을 원칙으로 하는 농자재 매장은 거의 없었던 터라 매출이 빨리 오르지는 않았지만 홍 대표는 농촌지도소와 중앙종묘에서의 경험을 살려 기술 위주로 농민들에게 다가갔다.


홍 대표는 겉으로는 50대 중후반 정도의 나이로 보이지만 실제는 70대 초반이란다. 홍태선 대표는 늘 분주하게 움직인다. 매장은 주로 부인이 책임을 진다. 홍 대표는 작목반 만남, 농민단체 세미나, 농협 방문, 작물 재배 지도 등으로 거의 매일 외부로 나간다. 수시로 농민들을 찾아 움직이다보니 어떤 농민들은 매장이 없는 줄 안다.


외부로 나가지 않는 날은 농자재 업체들과 마케팅 전략을 짜기도 한다. 마케팅은 다양하게 펼쳐진다. DM 발송은 물론 업체 직원들과 함께 농가를 찾아다니며 홍보도 한다. 주요 산지에 홍보 현수막을 활용하기도 하고 단위 농협과 협조하여 농협 경제사업장 앞에서 판촉활동도 벌인다. 주요 작목반을 초청하여 작물 재배 세미나도 열고 개별 재배 지도도 나간다. 어느 마케팅이 효과적인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다방면으로 활발하게 마케팅을 펼치다보면 결국에는 좋은 결과로 돌아온다는 것이 홍 대표의 믿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