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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애플스토아’에서 농약을 팔자!

홍성조 농업경영연구소장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애플의 성공, 애플 디자인과 애플 스토어에서 찾다’라는 글에서 애플의 성공 요인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요소는 다름 아닌 ‘애플 디자인’이라고 분석했다. 스티브 잡스는 디자인을 먼저 고려하고 그 후에 기술을 생각해 제품에 반영했다고 한다. 애플 매장에도 디자인 요소를 도입해 더 많은 고객을 불러들이는데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디자인 경영으로 성공한 사례는 기아차, 파리바게뜨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농자재 ‘가게’를 ‘매장’으로
춘향전의 고장 남원. 공설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맞은편에 있는 카페같은 분위기의 깔끔한 매장을 만나게 된다. 농자재 가게라고 하기엔 부담스러울 정도로 깔끔하고 잘 정리된 ‘공설종묘농약사’ 가 그곳이다. 외부는 온통 남색 톤으로 디자인 되었고, 내부는 비료, 농약, 농자재 제품들을 간접 조명을 사용해 한결 고급스럽게 전시해 놓았다. 


남원이 고향인 김귀호 대표는 농대를 졸업하고 농약회사를 거쳐 20년전부터 ‘공설종묘농약사’를 운영하고 있다. 또 가게를 운영하면서 농민들에게 작물 재배기술 지도에도 많은 신경을 써온 김대표는 40세의 늦은 나이에 박사과정을 시작해 ‘순환식 수경재배’ 박사학위를 취득한 운영자이기도 하다.


이런 학구적인 경력을 가진 김대표가 큰돈을 들여 농자재 ‘가게’를 ‘매장’으로 리모델링을 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농민들에게 제대로 된 쉼터를 제공하고 싶어서였다. 일상이 농민들과의 만남이 주된 업무인지라 농민들과의 친분이 두텁고 많은 농민들이 매일 가게를 찾아오고 하지만 하루에도 수많은 농민들을 대하다보니 간혹 소홀히 대하는 것이 늘 아쉬웠다. 또한 공설종묘농약사 위치가 남원 공설시장 입구인데다가 버스 정류장 앞이라 더운 날, 추운 날, 비오는 날에 농민들이 매장에서 편히 쉬었다가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두 번째 이유는 사회가 발전하면서 모든 분야가 발전하게 되는데 유독 농업 유통 분야만 변하지 않고 있고 새로운 개념의 깔끔하고 산뜻한 매장으로 리모델링하면 매출도 증가될 수 있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애플스토아’처럼 말이다. 심리학적으로도 지저분한 곳에 있는 제품보다도 잘 꾸며지고 깔끔한 매장에 있는 제품의 품질이 훨씬 좋아 보인다. 

 

 

처음부터 스마트하게   
농자재 매장인 ‘팜스마켓’은 논산의 계백 사거리를 지나자마자 좌측에 주차장이 넓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외관은 대형마트와 같이 깔끔하고 세련되어 이 매장 덕분에 근처 상권이 살아났다는 소문이 돌기도 한다.


‘팜스마켓’은 국내 특수비료 회사와 외국계 비료회사에서 작물 재배 지도를 해온 이호진 대표가 2016년 11월에 설립한 종합 농자재 매장이다. 오랜 특수비료 기술 지도를 해온 이호진 대표가 회사를 그만두고 대형 매장을 차린 이유는 회사에 소속되면 회사 제품 위주로 한정된 재배 지식만을 전파할 수밖에 없어서 매장을 열어 직접 농민들과 교감하며 농업 발전을 이루고 싶은 마음에서라고 말한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일원으로 30대 젊은 나이에 인도네시아로 농업 분야 자원봉사를 떠났던 이대표인 만큼 농업 발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이대표가 팜스마켓을 구상할 당시 가장 크게 염두해 둔 것은 기존 농자재 가게와는 차원이 다른 농자재 매장을 열자는 것이었다. ‘악성 미수금은 쌓여가고 만성적인 재고로 인해 앞으로는 남고 뒤로는 밑지는 운영방식을 탈피하자’, ‘토양 환경 작물에 따른 올바른 재배기술 지도를 하자’, ‘기존의 지저분하고 복잡한 가게 환경을 깔끔하고 단순하고 세련되게 꾸미자’라는 세가지 원칙을 세웠다.


금년 11월에 개업 일주년을 맞이하는데 미수금은 거의 없고 99% 회수 된다. 현금거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최소한의 재고를 유지하며 정기적인 재고 조사를 통해 안팔리는 제품들은 반품을 하거나 우선적으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구획별, 종류별로 제품을 진열하고, 진열된 제품도 높게 진열하지 않고 사람들 눈 높이로 맞추었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고 한눈에 전체 매장이 들어온다.


‘매장이 농민들이 방문하기에 너무 호화롭고 깔끔하여 농자재 가게 같지가 않다’라는 질문에 “농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매장은 왜 지저분하고 복잡해야 하나요?” “그런 고정관념이 우리 농업 발전을 저해하는 것입니다” “우리라도 농업을 위하고 농민들을 존중해주어야 우리 농업이 발전한다”라고 일침한다.

 

 

공설종묘농약사, 팜스마켓의 스마트 경영

 

1. 기존의 타성에서 벗어나라  

농자재 유통은 왜 수십년 동안 변하지 않나? 만성 미수금은 그대로 안고 가야하나? 장기 재고는 어쩔 수 없는 문제인가? 등등 기존에 행해지던 방식들을 거꾸로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남들과 똑같이 하면 경쟁에서 낙오하기 마련이다. 차별화가 무엇인지 찾아서 실행하라. 그러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     

 

2. 고객(농민)을 섬겨라  

농자재 가게에 가서 놀랐던 것이 농자재 사장들이 고객인 농민들에게 아는 척도 제대로 안한다는 것이다. 최고의 대우가 자판기 커피를 뽑아주는 정도이다. 내 집에 오는 손님은 적은 비용으로 대접할 수 있지만 남에 집에 갈때는 시간, 비용, 심적 부담 등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3. ‘가게’에서 ‘매장’으로 변화시켜라  

흔히들 농자재를 파는 매장을 ‘농약사’라고 한다. ‘약국이 사람을 위한 것’ 이라면 ‘농약사는 작물을 위한 것’이다. 약국의 약사는 의사의 처방대로 약을 지어주지만 농약사는 처방을 직접 내린다. 양약사보다 훨씬 전문적이다. 이제 우리 스스로가 자존감을 가져야 한다. 슈퍼같은 ‘가게’를 거부하고 전문 매장의 대표가 되야 할 것이다. 먼저 매장부터 전면적으로 리모델링하라. 깔끔하고 모던하고 애플스토아 같은 매력적인 매장으로 바꿔라. 그리고 농자재를 팔아보라. 고객들은 저절로 몰려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