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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멈춘 농약시장에 품목수만 넘쳐난다

국내 농약시장이 갈수록 치열한 경쟁구도로 빠져들고 있다. 단적으로 매출액은 매년 답보상태인데 반해 농약 신규 등록 품목 수는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신규 등록 품목 수가 늘어나는 데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다. 원제를 자체적으로 개발하지 못하는 국내 기업들의 한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외국 원제사에게 받은 원제들을 합제로 개발해 다양하게 등록하는 것이다. 게다가 농업이 위축되면서 농약 사용량은 줄어들어 궁여지책으로 신제품 출시를 통해 이익을 보전하려는 것이다.


원제 개발 능력 부재? 줄어드는 농약 사용량
기업들은 이익 보전 위해 고군분투…신제품이 답일까


자체 보유 원제가 없다보니 해외 진출 활동이 거의 없다. 결국 줄어드는 내수 시장에서만 경쟁하다 보니 치열해질 수 밖에 없는 구도다.


또 소위 메이저회사들의 시장에 후발업체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경쟁 심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성 있는 제품을 누가 빨리 등록해 출시하는가가 신규 등록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농약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음은 등록 상황 분석에서도 드러났다.


(사)한국작물보호협회가 발간하는 농약연보 및 농촌진흥청 농약등록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등록 수가 67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제품 등록 수가 3000여개인데 4분의 1 가량이 2013년 이후에 등록됐다.[표1, 2]



전체 제품 등록 수는 3000여개이지만 연보를 기준으로 보면 1300여개가 된다. 동일한 원제를 사용하는 품목을 하나로 합산하기 때문이다. 즉 같은 원제에 제형이 같은 품목이 1700여개에 이른다는 뜻이다.


원제로만 본 1300여개의 품목 중 상위 53개의 제품이 전체 농약시장 1억5000억원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매출액이 5000억원에 이르는 것. 그 다음 66개 품목이 2500억원의 매출을 차지한다. 1300여개 제품 중 120개인 10% 가량이 시장의 절반인 75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위 90% 품목이 반쪽시장에서 경쟁
거꾸로 얘기하면 나머지 90%의 품목인 1100여개가 7500억원의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 품목당 7억원 정도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계산되지만 이 안에는 공동품목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매출은 2~3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최근 등록된 670개 제품 중 절반은 메이저 회사(작물보호협회 정회원)에서 등록했으며 나머지 절반가량은 후발업체(작물보호협회 준회원)들에 의해 등록됐다. 제네릭 제품의 등록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매출 상위 20개 품목을 살펴보면 등록된지 10년이 넘지 않는 품목이 4개에 불과하다.[표3] 나머지는 모두 10년이 경과돼 공동품목이 존재하는 품목들이고 소위 전통적인 품목이라고 불리는 제품들이다.



상위 20위 품목 중 신규품목 4개 불과
1위인 바스타는 2011년 220억원이던 품목이 2015년 800억원대로 급격히 신장했다. 그라목손이 시장에서 퇴출된 이후 대체제로서 각광받은 것 이상으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진단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오고 간다. 그라목손 퇴출 직후에는 바스타 원제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성장이 주춤했다면 세계 바스타 원제 수급이 풀린 뒤에는 제조회사들이 앞다퉈 바스타 사업 물량을 확대하면서 시장이 과열됐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다.
2위인 만코지는 종합 과수 예방 살균제로 2010년 1800여톤으로 출하물량이 제한된 품목이다. 2015년 기준으로 1700톤 정도에 270억원 정도가 판매되고 있다.


3위는 근사미. 이미 물량 제한 조치가 이뤄졌음에도 10월 농촌진흥청 국정감사 현장에서 된서리를 맞은 품목이다. 올해 말 재평가 결과가 나올 예정이나 국감의 여파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미정이다. 다만 농약 품목으로만 평가했을 때 세 번째로 매출액이 높은 품목인 만큼 농가들의 선호도가 높은 품목이다.


4위인 에이팜은 전통적인 종합 살충제로 정평이 나 있다. 최근 미소해충에 대한 저항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종합 살충제로서 에이팜의 아성을 깬 제품은 없다.


5위인 알타코아는 나방 애벌레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살충제이다. 10위에 올라 있는 애니충과 같은 작용기작을 나타내며 두 제품 모두 2008년 등록 후 단번에 시장에서 10위내에 드는 품목으로 급성장했다. 오랫동안 에이팜, 아바멕틴 등의 품목이 상위권을 차지하던 살충제 시장에 새로운 작용기작으로 빠르게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다.


6위인 모드니는 육묘상처리제인 살균살충제이다. 모판 처리 시장이 성장하면서 특히 파종시 동시처리제로 점차 시장에서 매출이 높아져 왔다. 모판 상자에 상토를 담고 종자를 파종하고 약제를 살포하는 것이 동시에 이뤄지는 복합기가 나오면서 가장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7위의 후라단은 육묘상 살충제와 토양 살충제로 판매되고 있다. 살균살충 육묘상처리제가 시장을 대부분 대체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살충제만을 육묘상처리제로 사용하는 농가가 많다는 의미이다. 또 기본적인 밭 토양 살충제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8위인 카브리오에이는 치료용 과수 살균제로 판매 중이다. 같은 제품이면서 제형이 다른 카브리오와 매출액을 합하면 5위로 올라설 정도로 많이 판매되는 치료용 살균제의 대표격이다. 9위인 하이로드는 바스타, 근사미와 3대 축을 이루는 비선택성 제초제이다.


오리지널 원제 제품의 출시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2013년 회사별 제품 등록 수에서도 나타난다. 모든 오리지널 원제 제품이 글로벌 회사에서 먼저 출시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바이엘과 신젠타의 제품 등록수는 각각 14개, 9개로 현저하게 낮다. 심지어 전체 품목수는 후발업체인 한얼사이언스나 인바이오보다 더 적다.


오리진 원제를 보유한 제조회사들이 제품 등록수는 낮지만 품목별 매출액은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눈길을 끈다. 한 품목당 매출액이 높은 대형품목 위주로 제품군을 구성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경농, 팜한농 등 국내 제조회사 등의 경우 신규 품목의 등록 수가 월등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신규 품목 수는 많지만 매출은 답보 상태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익이 나지 않는 구조에서 신규 품목이라도 늘리지 않으면 시장에서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원제 보유 회사 대형 소품목 운영
메이저회사 신제품으로 돌파구 찾기
후발 업체는 등록제품수가 곧 매출


이와 달리 후발 제네릭 업체 중에는 신규 등록 품목을 늘린 회사가 매출액도 급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얼사이언스, 아그리젠토 등이 이에 해당한다. 후발 업체는 등록 품목 수가 곧 매출액으로 연계되는 양상이다.


살균, 살충, 제초 시장을 각각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살균제는 줄어들고 살충제는 늘어나는 추세이다. 최근 몇 년간 100년만의 가뭄이라고 말할 정도로 비가 오지 않아 상대적으로 살균제 소비는 줄었다. 반대로 더운 날씨 탓에 돌발 해충이 급격히 문제가 됐으며 저항성 발현이 이슈가 되면서 관련 살충제의 사용이 증가했다.


제초제는 점점 증가하는 상황이다. 특히 비선택성 제초제 시장이 급격히 늘었다. 전체적으로 농약 시장은 정체 중이다.


이처럼 농약의 오리지널 원제제품 출시는 줄어들고 사용량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농약 시장이 정체인 것은 그나마 회사들이 합제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등록ㆍ판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품목당 1~3억원 가량의 등록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품목이 늘어날수록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고 있다. 자체 원제를 개발할 수 없는 국내 제조회사들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다.


향후 10년 오리지널 암울 vs 제네릭 팽창 전망
게다가 특허가 만료된 제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늘어나기 때문에 메이저회사들과 후발 제네릭 업체들 사이의 차별성도 사라지고 있다. 최근 전세계 거대 농약 회사들의 합병 소식은 향후 10년간을 더욱 우울한 전망이 나오도록 하고 있다.


최근 2년 사이 미국 기업인 다우와 듀폰이 합병했고, 신젠타와 아다마는 중국의 캠차이나에 흡수합병 됐다. 바이엘은 몬산토를 사들였으며 바이오 기업을 선언했다. 합병은 결국 이익 창출이 어려워지면서 덩치를 불리고 조직을 재정비해 이익을 내기 위한 수단이다. 신제품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돌파구 찾기를 이처럼 큰 변화에서 이끌어내려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의 농약 거대 기업들이 바이오를 다음 신사업으로 투자를 선언했다. 팜한농을 인수한 LG화학도 그린바이오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정했다. 거대 농약 회사들이 합병을 한 만큼 새로운 농약 원제를 개발하겠지만 단기간에 바로 출시가 되지는 못한다.


이에 따라 업계 전문가는 “향후 10년간 오리지널 원제 산업은 위축되고 제네릭 원제 산업은 확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심지어 국내에 에이전시를 둔 오리지널 원제사들도 이제는 제네릭 원제를 매입하는 것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따라오고 있어 이러한 전망에 더욱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정체된 시장에서 늘어나는 시험비를 줄이는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제네릭 품목이면 이미 원제에 대한 검증은 10년 이상 마친 바, 중복된 시험은 사회적 비용만 낭비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업계 전문가는 “10년 경과제품이 매출 상위를 대부분 차지하는데 합제를 계속 무리해서 개발ㆍ등록할 필요가 있을지도 다시 생각해봐야”라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농약 시장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심미진 l choubab@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