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9월 26일 농림축산식품부를 대상으로 20대 첫 국정감사를 실시하고 쌀값 폭락, 농업진흥지역 해제, 농가소득 하락, 농어촌상생기금 조성 부진, 대기업의 농업참여 관련 문제 등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농해수위 첫 국감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국회 통과 여파로 여당의원들이 불참, 야당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반쪽짜리 국감으로 치러졌다.
이날 국감에서는 쌀값 폭락 사태에 대해 정부의 대책이 보이지 않으며 지금 당장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질의가 줄을 이었다.
이개호 의원(더불어민주당, 담양·함평·영광·장성)은 쌀값 하락 주요원인으로 “지난해 정부가 시장격리를 약속한 쌀 34만톤 중 수매되지 않은 1만5000톤이 시장에 투매된 쌀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가격이 지지될 때까지 무제한 수매를 하는 등 쌀값을 지켜내려는 정부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가격 지지될 때까지 무제한 수매 요구
황주홍 의원(국민의당, 고흥ㆍ보성ㆍ장흥ㆍ강진)은 “쌀값이 지난해 동기 대비 약 17% 하락했으며 이는 농정사상 초유의 기록인데도 정부의 대처가 소극적”이라고 질타했다. 황 의원은 정부 예상수확량 발표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것과 함께 공공비축물량은 생산량의 10% 수준으로 수매하는 것을 검토하고 우선지급금 지급 비중도 95%로 높여 10월 중순 이전에 재산정할 것을 요구했다.
정인화 의원(국민의당, 광양ㆍ곡성ㆍ구례)도 “9월 15일 기준 쌀값이 80kg 한가마당 13만5500원으로 지난해 10월 5일 기준 16만3300원에 비해 폭락했다”며 쌀 농업은 농업인 소득의 40%를 차지하는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무엇보다 농협 등에 보관돼 있는 2015년산 쌀 24만톤을 격리시키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농업진흥지역, 해제 아닌 관리 필요
쌀 생산조정제 도입이 불발된데 대한 질타도 있었다. 내년에 도입할 예정이었던 쌀 생산조정제는 기획재정부의 예산 심의 과정에서 과거 도입 성과가 미진했다는 이유 등으로 예산반영이 안됐다.
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은 “쌀 생산조정제가 도입되지 않은 것은 책임자들이 이에 대한 이유와 논리가 부족한 탓도 있다”며 농업인들에게 신뢰를 주는 방안을 주문했다.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당, 천안을)은 “쌀값 하락으로 변동직불금을 나눠주는 것보다 쌀 공급량을 줄이는게 더 합리적인 방안”이라며 “생산조정제 도입을 위해 국회와 태스크포스팀(T/F)을 만들자”는 의견을 냈다.
이날 국감에서는 김재수 장관의 증인선서만 허용됐을 뿐 질의대상은 이준원 차관이었다. 그 이유로 이번 농식품부 국감은 책임있는 답변이 보이지 않았으며 질문만이 난무했다는 점에서도 반쪽짜리 국감이었다.
최근 논란이 된 농업진흥지역 해제 문제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김한정 의원(더불어민주당, 남양주을)은 “경지면적 축소로 인해 지난 10년간 논의 공익적 가치가 2조 1800억원이 사라졌으며, 농업진흥지역 해제가 아닌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농민들이 정부가 쌀값 하락에 대한 대책이 아닌 부동산 투기 조장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며 “농업은 농업인의 생존수단을 넘어 생명산업으로서 국가 존망을 좌우하며 식량주권의 마지막 보루”라고 강조했다.
농가소득 도시근로자의 61%, 대책 있나
도시근로자보다 확연히 떨어지는 농가소득의 확충 방안에 대해서도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김철민 의원(더불어민주당, 안산 상록을)은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했지만 대다수의 공약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농가소득 중 농업소득의 비중이 20%에 불과하고 농가소득이 도시근로자 소득의 61%밖에 되지 않는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김한정 의원은 “도시소득 대비 농가소득이 2005년 78.2%에서 지난해 64.4%로 13.8%p 하락했다. 농업인들이 순수 농업생산으로 벌어들인 연간소득은 지난해 기준 1126만원으로 월평균 94만원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우려하고 “이는 내년 최저임금에도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귀농·귀촌 정책 농업인력 확보 ‘실패’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 서귀포)은 “농가인구가 2000년에 403만1000명, 2010년에 306만3000명, 지난해 256만9000명으로 급감해 농업인력의 부족으로 향후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위 의원은 “정부의 귀농·귀촌 정책이 농업인력을 확보하는 데 실효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2015년 귀농·귀촌가구수 32만9368가구 중 귀농가구수는 전체의 3.6%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농식품부가 2015년 귀농귀촌종합센터(10억원)를 포함해 농업창업 및 주택구입지원사업(1500억원), 도시민농촌유치지원사업(50억9000만원), 귀농인실습지원사업(15억5000만원), 귀농·귀촌교육(29억3000만원) 등 총 1660억원을 지원했음에도 농업인력은 확보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미르재단의 케이밀 사업 참여 추궁
김현권 의원은 미르재단의 K-meal(케이밀) 사업 참여를 따졌다. 김 의원은 미르재단이란 신생법인이 어떤 근거로 케이밀 사업에 참여하게 됐는가를 추궁하고 관련자료를 요청해도 주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농해수위 의원들은 이날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을 증인으로 출석시키고 ‘농어촌상생기금’ 출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이개호 의원은 “농어촌상생기금 조성에는 어려움을 나타냈던 전경련과 소속 기업들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는 자발적으로 800억원을 출연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며 기금 조성에 노력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날 국감장에서는 LG CNS가 새만금 스마트 바이오파크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이재성 LG CNS 전무는 “농민단체·유관단체들과 합의되지 않는 사업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관련해 박완주 의원은 “농업인과 대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철민 의원은 “LG가 올바른 기업관을 바탕으로 농업인들이 생산한 우수한 농산물을 수출하는데 앞장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농해수위는 국정감사를 진행하기 전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해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