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과학기술 개발이 언제부터인가 시간과의 싸움이 되고 있다. 기후변화를 필두로 인류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가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에 불어온 디지털 혁신 바람은 미래 예측이 어려운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현하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으로 다가온다.
올해 농촌진흥청(청장 권재한)은 ‘인공지능 표현체 분석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생명공학기술 중 하나로서 작물의 형태 및 색상 등 유전적인 특성을 영상으로 분석하는 ‘표현체’ 기술과 인공지능이 결합해 육종가들에게 대량의 기초 정보를 빠르게 분석·제공하는 플랫폼이다.
특히, 인공지능 기반의 표현체 플랫폼 개발은 세계 최초이며 작물 이미지를 활용한 유전체·표현체 통합분석 등 손쉬운 디지털 육종 연구를 지원할 것으로 기대된다. 식물 표현체 정보를 활용한 지능화된 특성 분석 플랫폼은 국내 특허 출원도 앞두고 있다.
인공지능과 표현체 기술을 활용하면 작물의 특성을 빠르고 손쉽게 분석할 수 있어 육종가들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관·기업들은 ‘대환영’일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 대응과 소비자 수요에 따른 품종 개발이 가능해진다.
사실, 표현체 기술은 20여년 전부터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정밀농업과 많은 수량의 품종 개발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돼 왔다. 초기 인프라 구축과 기술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이유로, 국가와 글로벌 기업이 연구개발의 주체가 되었다. 이는 정보 비공개와 기술독점으로 이어져 국가 간의 기술격차를 벌어지게 했다. 국내에서도 디지털 육종 등 농업의 디지털화를 위한 연구 활동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게 된 배경이다.
농진청은 디지털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17년 국립농업과학원에 작물표현체연구동을 준공하고 표현체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터전을 마련했다. 가시광, 열화상, 초분광 등 다양한 분광 카메라를 활용해 종자, 식물생육, 건조저항성 등을 분석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었다. 또한 비파괴적으로 작물을 분석할 수 있는 영상분석 기술개발과 빅데이터 축적 등을 통해 다양한 표현체 연구를 본격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표현체 분석지원을 위한 통합기술 플랫폼 구축’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국립농업과학원 유전자공학과 백정호 연구사는 “표현체 기술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으며 국내 현장 확산은 물론 관련 기술의 해외 기술이전도 이뤄졌다”고 밝혔다.
표현체 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연구현장 기술지원, 데이터 분석 전문인력 양성, 산업현장 디지털 컨설팅 등을 전개하고 있다. 국내 농산업 활성화를 위해 연구소, 도농업기술원, 대학, 민간기업에 기술·인력·컨설팅 등 현장 확산 노력을 지속해 왔다.
또한, 해외 벼 품종 육성을 위해 가나, 세네갈, 모로코 등 아프리카 15개국 17기관에 표현체 영상분석 기술이전도 진행했다.
“농진청은 활용도가 높고 수요가 많은 표현체 분석기술을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작물, 환경 조건, 육종가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인공지능 기반 분석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백 연구사는 “이 기술이 영상으로 종자를 분석할 뿐 아니라 인공지능을 활용해 식물의 잎, 꽃, 과일 등도 분석할 수 있으며 벼·콩·옥수수·호접란·사과·배·딸기·고추 등 다양한 작물에 확대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구축된 ‘인공지능 표현체 분석 플랫폼’은 이미지를 활용해 콩·팥·녹두·보리·밀 등 62종 종자의 크기, 길이, 원형도, 굴곡도, 색상 등 11가지 특성을 분석할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여 버섯의 수량 분석, 벼의 이삭과 줄기 그리고 콩의 잎 등에 대해서도 분석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현장에서 다양한 종류의 작물 이미지를 제공하면 맞춤형으로 특성 정보를 분석 및 제공할 수 있는 기능도 탑재했다.
표현체 기술과 인공지능 결합, 대량의 육종 정보 제공
농과원 작물표현체연구동, 종자·식물생육·건조저항성 분석
농업 디지털화 위해 기술개발은 물론 현장 확산에 방점
현장 활용성 위한 표현체 데이터 분석 전문인력 교육
올해 상반기 실적에서도 눈에 띄는 기술 개발 성과가 여러 개 보인다. 현장 시험 적용으로 조명, 버섯 위치 등 현장 환경을 보완하였고 현재 딥러닝 버섯 다발성개체 수량 분석기술의 플랫폼 탑재를 원활히 추진하고 있다. 원예원과 협력하여 수행하는 고추 이미지 분석은 품종 개량을 위해 줄기·두께·분지 위치 등 생육정보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기술이다. 원예원 표현체 온실 활용 기술로 개발해 내년 플랫폼 탑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플랫폼 활용을 위한 작물 기관 및 종자 딥러닝 학습 데이터의 생산도 중요하다. 생산 목표가 1만2000장인 벼 이삭과 줄기·콩 잎 등 작물의 기관 구분을 위한 인공지능 학습데이터 생산을 총 벼 6308장, 콩 6272장 진행하였다.
종자에서는 벼를 포함하여 콩·팥·녹두 각 200품종에 대한 이미지를 딥러닝 학습하였다. 확보된 약 6만장의 종자 이미지 처리와 자동화된 라벨링 정보 추출, 종자 이미지 학습으로 추진된다.
농진청의 ‘인공지능 표현체 분석 플랫폼’ 구축은 농업 현장에서 활용기술을 공유해 디지털화를 신속히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기술 개발과 함께 현장 확산에 방점을 두고 있다.
특히, 현장 활용성 향상을 위한 표현체 데이터 분석 전문인력 양성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3월, 한국영상식물학회와 연계한 표현체 영상분석 기술워크숍 교육(138명)을 통해 RGB영상 ImageJ를 이용한 종자 특성 분석 방법과 활용 매뉴얼을 소개했다. 5월에는 인공지능 활용 작물 기관별 분석 역량강화 교육(15명)도 실시했다. 딥러닝 프로그램 설치 및 학습 명령어 실행, 머신러닝 데이터 처리 실습 등을 교육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주최하는 국제종자박람회 기간인 10월 18일에도 민간종자기업을 대상으로 ‘3차 표현체 영상분석 기술활용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다.
표현체 현장기술수요 컨설팅과 기술확산 연구 협의회도 개최한 바 있다. 종자기업, 도농업기술원, 대학 등에 장미 화색, 콩 내재해성 등 디지털화와 산림과학원의 소나무 재선충병 분석 등에 다양한 정보 컨설팅이 이뤄졌다. 기업 씨더스(대표 조성환)와 플랫폼 구축 협의회를 진행하여 민간협력체계도 구축했다. 또, 한국원자력연구원 돌연변이 종자 분석 지원, 원예원과 고추 영상분석 협의회, 농진청 수출 농산물 이미지 분석을 지원하는 등 표현체 기술 확산을 위한 기관 간 실험연구 분석 협력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본격 가동을 위해 ‘인공지능 표현체 분석 플랫폼’ 시스템은 오픈소스기반 딥러닝 모델과 이미지 분석 기술, 생산된 학습 데이터와 연계된다.
고온, 장마 등 급격한 환경변화와 국내 지형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작물 개발이 미래 농업의 과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은 대량의 작물에 대해 신속한 특성 분석으로 품종을 개발하는 육종가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건강, 미용, 맛 등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에 따른 신품종 개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백 연구사는 “인공지능 표현체 분석 플랫폼은 벼·콩·딸기 등 작물별과 종자·건조·수확량 등 다양한 특성을 분석할 수 있는 기술 제공이 중요하다”며 “축적된 작물 생육 빅데이터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맞춤형 데이터를 제공하여 디지털 육종 등 농업기술 혁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