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포커스

음폐 건조분말 가축분퇴비 원료 허용 개정안에 성났다

비료공정규격 일부개정안에 축산·가축분퇴비단체 반대 성명
“농진청 지난 4년간 가축분 투입량 확대 노력 있었나” 분통
남은음식물 건조분말 명칭도 농업인 선호 상관않는 본말전도
“음식물류폐기물퇴비 안돼”, 유기질비료지원 취지와도 상충

 

농촌진흥청이 지난달 15일 예고한 비료공정규격 설정 일부개정안이 논란에 휩싸였다.

 

당초 이번 개정안은 농림부산물바이오차와 가축분바이오차 공정규격 신설이 개정의 골자로 알려졌다. 그런데 발표 이후 더 많은 관심은 바이오차 신설보다 가축분퇴비의 새로운 원료 허용에 쏠리고 있다.

 

농진청은 부산물비료의 사용가능한 원료 개정을 통해, 가축분퇴비 및 퇴비 원료군의 하나인 음식물류폐기물에서 기존 음식물류폐기물과 함께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의 설정을 예고했다.

 

또한 현재 혼합유기질비료와 유기복합비료의 원료로 허용돼 있는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을 남은음식물 건조분말로 명칭을 바꾼다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했다.

 

이를 요약하면 기존에 혼합유기질과 유기복합의 원료로만 허용했던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을 남은음식물 건조분말로 명칭을 개정하고, 이제 가축분퇴비와 퇴비에서도 남은음식물 건조분말을 원료로 허용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개정안 예고 후 의견제출 기간 동안 가축분유기질비료협동조합, 대한한돈협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 한국농축산연합회 등이 차례로 우려와 반대의 성명을 발표했다.

 

가축분유기질비료조합은 “수입산 유박 대체와 국내 유기성 폐기물 재활용 확대를 표방하고, ‘폐기물’이란 용어로 인한 거부감이 구매 기피로 이어진다며 명칭 개정 이유를 밝혔지만 부정적인 영향은 좌시하고 단순히 ‘폐기물’이라는 용어 때문에 소비자가 구매하지 않는다는 이유는 설득력이 없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대한한돈협회는 “음식물 쓰레기 범벅 가축분퇴비의 정상화를 촉구한다”는 성명을 냈다. “가축분퇴비에 수분조절제 대신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이 본격 허용될 경우 ‘가축분퇴비’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가축분보다 많은 음식물류폐기물이 혼입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하고 “가축분퇴비 내 음식물류폐기물 혼입문제로 인해 경종농가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음식물류폐기물 처리를 우선시하는 정책과 이번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도 “무늬만 가축분퇴비, 실상 음식물폐기물비료로 개정”이라며 이번 개정안을 극렬 반대했다. “현재도 경종농가 및 친환경농가들 대부분 가축분퇴비는 가축분만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있는 만큼 오해와 불신을 막기 위해 가축분 원료 함량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농축산연합회 역시 “경축순환에 역행하는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의 부숙유기질비료 원료허용을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을 내고 “음식물류폐기물 혼입확대로 인한 비료품질저하, 토양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개정 추진을 전면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을 둘러싼 혼란은 4년 전 혼합유기질과 유기복합의 원료 허용 당시 논란이 팽배했던 상황과 닮아있어 기시감마저 든다.

 

당시 농진청은 원료 허용에 대해, 국내 유기성 폐자원의 재활용 활성화와 유기질비료에 들어가는 수입 아주까리유박 대체가 목적이라고 강조했으나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친환경, 축산단체, 가축분유기질비료협동조합 등이 원료 자체의 효과와 안전성, ‘유기질비료 지원사업’과 상충되는 점 등을 들어 반대 의견을 제시했었다.

 

주요 농업인단체도 “관련 개정안의 졸속 처리 행태를 규탄한다”는 성명을 내고 “원료의 안전을 입증할 만한 공식적 연구 결과나 현장 검증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고, 최종소비자 등 관계자와의 의견수렴도 부족한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음폐물 처리를 우선으로 하는 정책 비판

이번 개정안에 대해 반대를 표명한 의견을 보면, ‘끼어넣기식 개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축분유기질비료협동조합은 “남은음식물 건조분말 명칭 개정의 궁극적인 목적이 수입산 유박 대체효과 확대라면서 수입산 유박을 사용하지도 않는 부숙유기질비료(가축분퇴비 및 퇴비)의 사용가능한 원료로 끼어넣기식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2019년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을 유기질비료(혼합유기질·유기복합)의 원료로 허용을 고시하면서 농진청은 가축분퇴비 사용감소를 우려, 가축분 투입량 확대, 경축순환 농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눈에 띄는 실천으로 옮겨지지 못했다. 심지어 가축분퇴비에서 가축분뇨 함유량을 50%에서 60%이상으로 높인다는 일부개정안이 같은 해 뒤이어 행정예고되기도 했지만 정작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의 염분·수분 규정이 철저히 지켜지도록 검사성적서 확인 및 보관도 공정규격에 명시하겠다고 했지만 역시 반영되지 못했다.

 

농진청은 음식물류폐기물의 종류에 음식물류폐기물 건조분말을 추가(제6조)하겠다는 것만 실천에 옮겼고 이를 이번 가축분퇴비 원료 허용의 근거로 삼고자 하는 모습이다.

 

또 하나 짚어야 할 것은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이 자원순환농업 정착이라는 사업 취지를 잃고 가축분퇴비 생산을 위축시키면서 음식물류폐기물 처리 지원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지적이다. 가축분퇴비 내 음식물류폐기물 혼입문제로 인한 경종농가의 불신이 있는 현실을 무시하고, 이를 더 확대하는 것은 음폐물 처리를 우선으로 하는 정책으로 보인다는 불만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국 음폐물 건조분말 원료 허용을 둘러싼 갈등이 또 한 차례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 씁쓸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농진청은 지금이라도 농촌진흥업무를 관장하는 중앙행정기관에 걸맞는 역할 인식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농업인과 업계의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음페물 건조분말의 원료 허용 확대와 명칭 개정에 대한 재검토 또는 타당성 검증을 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