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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농기계 유통 삼중고…종합대책 절실

농협 유통개선부터 토종 농기계 품질향상까지 종합대책 나와야

정부, 농기계 가격표시제로 거품 제거 
대리점 업계, ‘취약한 유통구조 바꿔달라’


정부가 농기계 유통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가격 거품과 불투명성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오는 7월1일부터 제조업체의 권장소비자가격 표시를 금지하고 판매업자가 판매하는 농기계의 실제가격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농기계 가격표시제를 시행키로 했다.<관련기사 21면>
농기계 업계는 정부가 농업인들의 농기계 구매 편의 및 농기계 산업 발전을 위한 개선책 마련에 나선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현 유통의 문제가 하루아침에 빚어진 것이 아닌 만큼 가격거품의 원인 제거와 함께 제조업체와 유통주제가 직면해 있는 현실적인 문제의 해결도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대리점의 경영수익 악화 ‘심각’
유통 현장을 보면 시장의 크기에 비해 농기계를 취급하면서 살아야 하는 유통 상인의 수가 너무 많다. 이렇다 보니 서로간의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이는 결국 스스로를 압박하는 지경으로 농기계대리점들을 몰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농기계회사 역시 국내 농기계 시장의 크기에 비해 너무 많다는 사실과도 연관이 깊다.


주력기종의 경우 5개 기업의 대리점 수는 약 660개. 시장의 규모를 1조 원대로 볼 때, 대리점 당 연간 매출액은 15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다른 부분을 고려한다고 해도 20억 원을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소형 농기계의 경우는 이보다 훨씬 작은 매출일 것으로 추정된다.[도표1]



농기계 대리점에 할애되는 수수료율은 20~30% 수준대로 알려져 있는데, 25% 기준시 6억 2500만원이 판매수수료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수수료는 가상적인 영업이익이며 실제 판매과정에서 이뤄지는 복잡한 경영행태로 인해 실제 수익은 그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 정설이다.


농기계 가격인상에도 불구하고 농기계대리점들의 경영수익 확보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시장의 경쟁자라고 볼 수 있는 농협 농기계 은행사업용 기계의 가격 할인율은 권장소비자가 대비 20~30%를 나타내고 있어 농기계 대리점들의 총 수수료와 엇비슷하다. “도대체 소비자에게 얼마에 팔아야 하나” 농기계대리점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민조사결과에 따르면 농민들이 농기계를 구입할 때 가장 중시하는 지표는 농기계의 성능(50%)이며 다음으로 가격할인(24%)이다. 농기계대리점들의 고통이 늘어가는 이유다.[도표2]


울며 겨자먹기식 중고기계 인수
여기에 신품 농기계를 판매할 때, 중고농기계를 인수해야 하고 이때 인수에 따른 손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6억 2500만원이라는 외형적인 수익은 더욱 실재화 되기 어렵다.


현재 농기계 시장에서는 사용하고 있던 중고 농기계를 인수해 주지 않으면 신품 농기계를 판매하기가 불가능하다.


유통주체들 간에 판매 경쟁을 하다보니 농민으로부터 인수하는 중고농기계 가격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높다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중고인수로 인해 수익보다는 손실의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이다.


트랙터의 경우 10년을 사용하고도 구입가격의 30% 정도의 중고가격을 받고 있다. 이앙기와 콤바인은 약 5년 사용하고도 역시 30% 정도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농기계 대리점은 이렇게 인수한 중고 농기계를 인수가격보다 낮은 80~90% 선에서 처리하고 있다. 이와 같이 대리점은 소비자의 중고 농기계 매취로 인해 신품 판매 시 추가 할인율 10% 내외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도표3]




 
절대적 위상의 농협…저가입찰·저가공급
농기계 시장에서 농협은 단일 최대 농기계구매자이며 시장 지배적인 수요자라고 할 수 있다.[도표4] 농기계은행사업을 해오고 있는 농협중앙회는 트랙터의 경우 최저가 입찰에 의해 매취한다. 이앙기와 콤바인 역시 시중 농기계 대리점 인수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인수해 공급하고 있다.


현재 농기계 시장에서는 권장소비자가격(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에서 발간하는 가격집에 수록된 가격)과 농협중앙회 매취 농기계 공급가격, 농기계 대리점 인도가격 등이 있는데 모두가 상이하다. 정부가 제도개선을 통해 권장소비자가격을 폐지하게 된 배경이다.


특히 농협 농기계사업용 기계의 가격이 농기계 대리점 인도가격보다 낮게 설정되어서 대리점에 대한 차별적인 가격 적용 불만과 권장소비자가격의 불용성 등이 제기돼 왔다.[도표5]


트랙터 50~60마력급의 할인율은 30%에 이른다. 콤바인의 경우에도 약 25% 내외, 이앙기는 20% 내외다. 사실 농협에서 인수하는 가격은 이보다 훨씬 낮다. 농기계회사가 농협에 공급하는 가격은 권장소비자가의 50~60%로 알려져 있다. 이 정도의 할인율에 대응한 농기계 대리점의 경영은 이익을 내기 어려운 현실에 몰려 있다.


로타베이터와 로우더 등도 상상하기 힘든 할인율을 보이고 있다. 두 가지 추정이 가능한데 현재 권장소비자가격이 전혀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는 것 또는 과열경쟁 내지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려 과도한 할인을 해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조만간 많은 관련회사들이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려될 지경이다.


농협중앙회에서 대행하고 있는 계통농기계 가격 역시 권장소비자가격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동력분무기의 경우 약 25% 할인율에 가까운 낮은 가격이다. 기종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15~25% 수준대의 할인율을 보이고 있다.[도표6]




일본산 농기계 시장 잠식 ‘위험 수준’
농기계 수입을 되돌아보면 1970~80년대에는 소형, 국내 생산이 어려운 농기계와 기구들이 중소기업 혹은 농기계 판매상들에 의해 수입, 판매됐다. 반면 주력 농기계인 트랙터와 이앙기, 콤바인의 국내 수입은 2000년대 들어서부터 본격적으로 행해졌다.


주력 농기계의 경우 수입 농기계는 대부분 일본제품이며, 이들은 국내에 현지 판매법인을 세워서 적극적인 시장 공략을 하고 있다. 2000년부터 집계된 국내 농기계 시장에서 이들 3개 기종의 일본제 비중을 보면, 2005년까지는 시장 몫이 10% 미만이었으나 이후 빠르게 성장해 2014년 기준 각각 12.4%, 41.5%, 29.7%에 이르렀다.
특히 점차 농민들의 농기계 구입목적이 자가 사용보다는 임작업을 통한 소득증대에 있고, 농기계를 구입할 때의 지표가 절대적으로 성능, 품질에 있음을 미루어 볼 때 이런 면에서 유리한 일본제 농기계의 시장 잠식이 더욱 우려된다.


잦은 모델변경…가격인상 수단
단기생산과 잦은 모델변경은 농기계기업의 오래된 관행처럼 굳어진 경영행태인데 가격인상의 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품질이 전제되지 않는 이러한 경영은 결국 수요자의 불만과 구입외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과거 5년 전에 생산되던 트랙터의 모델수 변화를 보면, 당시 총 58개에서 지금은 8개만 생산이 지속되고 있다. 5년 후 트랙터 모델의 생존율이 14%에 불과하다. 이는 부품공급과 사후봉사의 애로는 물론 고객확보 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이들 8개 모델의 가격 상승률이 전체 평균을 웃돌고 있다는 것인데, 결국 실질적인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유통문제…종합대책 절실
과거 10년 사이 농기계의 가격 상승 정도를 보면, 농업소득이나 경제성장률보다 훨씬 높은 가격 인상을 나타냈다.


농업소득은 수년간 호당 1000만원 수준에서 정체돼 있고 사회 전반의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농기계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이제 높아질 만큼 높아진 국내산 농기계 가격이 국내 유통 일본산과도 비슷하게 되면서 가격경쟁력을 잃고 시장에서 수요자 확보에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등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앙기 6조의 경우 절대 금액면에서 그 차이가 약 400~500만원 정도이다 보니 트랙터에 비해 용이하게 일본산을 구매하고 있고, 콤바인 역시 이앙기와 비슷한 상황이며 5조의 경우 일제 농기계가 오히려 가격이 저렴해 앞으로도 국내 시장 잠식이 우려된다.[도표7~9]


이처럼 농기계 가격 거품의 문제는 국내 수요에 비해 과도할 만큼 많은 대리점수, 중고인수에 얽힌 관행, 절대적인 위상을 차지한 농협의 최저가입찰로 인한 가격혼란, 농기계 가격인상의 수단이 된 단기생산과 모델변경, 일본 농기계의 시장지배 심화 등의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에 따라 시장 지배적인 농협의 유통 개선부터 토종 농기계의 품질 향상 방안까지 보다 종합적인 정부의 농기계 유통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은원 l wons@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