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는 이달 2일 종자산업 기술혁신으로 고부가 종자 수출산업 육성이라는 비전을 담은 ‘제3차 종자산업육성 5개년 계획(2023년~2027년)’을 발표했다.
종자산업법 제3조에 따라 5년 단위로 법정 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제2차 5개년 계획(2018년~2022년)이 종료됨에 따라 이번 3차 계획이 수립됐다.
정부는 국내 종자산업 규모를 7400억원(2020년 기준)에서 1조2000억원으로 늘리고 종자 수출액은 6000만불의 두 배인 1억2000만불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아울러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도 3개 이상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5년간 총 1조9410억원을 투자하고, 58개 제도 개선 및 예산사업을 추진할(신규 27개, 보완강화 31개) 계획이다.
고부가 종자 수출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디지털육종 등 신육종 기술 상용화’, ‘경쟁력 있는 핵심 종자 개발 집중’, ‘3대 핵심인프라 구축 강화’, ‘기업 성장·발전에 맞춘 정책지원’, ‘식량종자 공급개선 및 육묘산업 육성’ 등을 5대 전략으로 제시했다.
최근 종자산업은 그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핵심요소로 기후변화, 식량위기 해결 수단이자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이에 유전자원 확보와 지식재산권 선점에 국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식품, 의약 등 타산업과 융복합화로 신시장 창출 및 활용성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선진국 종자산업을 볼 때 협소한 국내시장 중심 육성정책으로는 종자산업 성장의 한계에 부딪칠 것이 당연하다. 국내 종자시장 규모는 7367억원으로 약 53조원의 세계 종자시장의 1.4% 수준에 불과하다. 이번 계획은 종자산업 육성이라는 관점에서 종자 정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식품혁신정책관은 “제3차 종자산업육성 종합계획은 디지털육종 상용화 등을 통한 종자산업 기술혁신과 기업 성장에 맞춘 정책지원으로 종자산업의 규모화와 수출확대에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산업’ 육성이라는 관점에서 종자 정책 재검토
고부가 종자 수출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디지털육종 등 신육종 기술 상용화를 달성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은 유전자 교정, 디지털육종 등 신기술 상용화 단계이나 국내 기업은 전통육종이 주류이고 디지털육종은 도입 단계에 있다. 유전자 교정 및 디지털 육종 기술력을 빠르게 확보하지 못할 경우,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작물별 디지털육종 기술수준을 고려한 R&D 추진을 통해 디지털육종 기술을 확보한다는 방안을 세웠다.
식량 종자에서는 표준화 된 디지털육종 데이터가 일부 확보된 벼, 콩 등에 대해 유전형 기반 교배 예측 AI 모델을 개발한다.
채소 종자는 작물별 육종데이터 표준화 및 표현체·유전체 등 오믹스(작물 특성을 나타나게 하는 유전자, 단백질, 대사체 등 각각에 대한 전체 데이터) 통합 데이터의 개발에 나선다. 이는 디지털육종전환기술개발(2022년~2024년, 480억), 생명연구자원 빅데이터(2021년~2025년, 110억) 사업과 연계해 추진한다.
과수·화훼 종자는 유전자원 확보와 품목별 분자육종 기술을 개발한다. 특히 육종 예측모델 활용 신품종 개발과 고효율 채종·저장·유통 기술 연구를 진행하는 ‘종자산업 혁신기술 개발 연구(2025년~2034년, 7000억원)’를 추진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예비타탕성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는 2012년~2021년 진행된 골든시드프로젝트의 후속 연구사업이다.
디지털육종 전환지원은 종자기업 대상 디지털육종 컨설팅, 종자기업 육종종사자 생명 정보 교육 및 병리검정 등 전문 분석기술 등을 내용으로 한다. 2021년부터 디지털육종전환지원사업을 통해 매년 20개사를 지원하는 사업을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신육종 기술 및 육종 소재 개발도 주요 과제이다. 정부는 신육종 기술의 효율성 증대를 위한 기반기술로서 작물별 활용기술을 개발한다. 작물별 유전자가위 제작, 내재해성·내병성 등 작물의 형질에 관여된 유전자를 정밀하게 유도하여 교정하는 가이드 RNA library 구축, 식물 재분화 조절기술 개발 등이다.
GM작물 대체, 작물의 생산성 향상, 기능성 성분을 증진하는 육종 소재 개발을 추진한다. 종자 상품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안전성 평가기준 개발과 함께 수출용 품종, 산업용 원료 작물 개발에도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국내 종자시장은 전 세계시장의 1.4% 수준에서 정체돼 있어 하루 빨리 협소한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대규모 글로벌시장 진출 강화가 주요 과제이다. 전 세계 종자시장의 71%를 곡물 종자가 차지하고 있는 만큼 옥수수, 콩, 감자 등의 곡물 종자 개발이 필요하다. 미국, 유럽 등 종자 수요가 큰 시장 진출을 위한 노력도 요구된다.
이번 종자산업 5개년 계획에서 정부는 경쟁력 있는 핵심 종자 개발에 집중한다는 전략 아래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10대 종자개발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10대 종자개발 후보는 글로벌 식량작물 부문에서 밀, 감자, 옥수수, 벼, 콩 등이다. 스마트팜 종자에서는 딸기, 토마토, 파프리카(고추), 잎채소, 수박 등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신육종 등 신기술 활용 식량작물을 집중 개발하기 위해 국내 기업이 보유한 유전자교정 기술을 콩, 옥수수 등 종자개발에 활용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유전자가위와 유전자교정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 ‘툴젠’과 경북대가 MOU를 체결하고 콩 육종연구를 진행한 사례가 있다. 글로벌 식량종자용 핵심기술 개발은 단기 프로젝트형 R&D 추진 후 중장기 프로젝트로 전환한다는 방안이다. 감자, 콩 등 국내 기반기술을 일부 확보해 기술적용성이 높은 작물을 우선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높은 시장 성장이 예상되는 스마트팜, 수직농장 등에 특화된 종자 개발도 강화한다. 육종단계부터 수직(실내)농장 테스트베드를 활용해 저광도 하에서 생육이 적합한 품종 선발과 상용화를 추진한다. 현재는 잎채소 생산이 대부분이나 경제성이 높은 딸기 등 과채류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수직농장의 식용 품종 개발과 함께 농업·식품 바이오 소재용 개발도 추진한다.
한편 국내용 종자는 수요 맞춤형 우량 품종 개발이 관건이다. 기계화 전환에 대응한 밀과 콩 품종과 쌀 적정 공급을 위한 가루쌀 품종 등이다. 용도별 품질고급화 및 기후변화대응 재배안정성이 높은 품종 개발에 나선다. 채소·과수는 1인용 소형 양배추 등 소비자 기호 변화에 대응하는 품종, 화훼는 로열티를 절감할 수 있는 품목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
이번 5개년 계획에서 눈에 띄는 전략은 기업 성장·발전에 맞춘 정책지원을 한다는 것이며 R&D 방식도 기존 관 주도에서 기업 주도로 개편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신육종 분야 기술력을 갖춘 규모화 된 선도기업의 육성이 필수적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M&A를 활용해 사업영역과 규모를 확장하고 R&D 투자를 통해 기술력을 높여가고 있다. 한국은 단순 품종개발에서 디지털육종 등 육종기술 개발로의 전환 초기인 만큼, R&D에서 기업과 정부가 역할 분담을 하면서 기업주도로 개편해 나간다는 방안이다.
기업은 디지털육종, 유전자교정 기술 등을 활용한 신품종을 개발한다. 한편 정부는 신규 육종 소재의 개발·선발과 고비용인 유전체·표현체 분석, 해외 병원체 보유·제공 등 원천기술의 개발과 전수에 집중한다.
R&D 기획에서부터 종자기업을 파트너로 하는 혁신투자파트너쉽 운영도 강조하고 있다. 정부 R&D 사업에서 종자기업을 정책수혜대상이 아닌 투자 파트너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R&D 과제 기획에서부터 참여를 유도해 신품종 등 R&D 성과물 산업화를 촉진한다. 연구 기획 단계에서 민간기업이 투자 파트너로 참여(협약)할 경우, 기업이 직접 연구과제 등을 기획해 원하는 품종 개발이 가능하게 된다.
산업화 과제 추진시 종자업체 참여 의무화와 함께 주도적 역할 부여도 검토할 예정이다. 참여 기업의 매칭 비율을 기존 25%에서 30%이상으로 상향해 책임감과 실익 제고를 한다는 것이다.
기업 맞춤 지원을 위해 수요에 맞는 장비·서비스 제공도 핵심적으로 추진한다. 우선 종자 가공처리시설 신규 구축과 서비스 개선에 나선다.
기업 공동활용형 종자 가공처리시설을 구축해 고품질 종자선별 및 전처리 등 부가가치를 제고토록 한다. 전북 김제에 종자기업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공처리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2023년~2026년, 126억원).
종자기업의 수요에 맞춰 마커분석 등 서비스 품질도 개선한다. 현재의 대용량·규격화된 분석에서 기업 수요를 반영한 소량과 수작업 분석도 올해부터 지원한다. 종자 가공처리는 선별, 작물보호제(병해충·잡초 방제), 영양성분, 발아촉진제 등의 코팅, 종자의 순도·발아율·병해충 검정 등 품질관리 병행으로 부가가치를 상승시키는 의미가 크다.
종자기업 수출지원은 해외 품종보호 출원, 시험재배 및 시장개척 등의 지원을 확대한다. 품종 등록시 수출 상대국 ‘품종보호 출원~등록’ 서비스 지원을 강화한다. 국외 종자시장에서 신규성 상실 전에 품종보호 출원·등록이 되도록 지원을 강화한다. 국제전자출원시스템(PRISMA)을 활용한 해외 출원시 사업계획서 심의 후 소요 비용을 최대 70%까지 지원할 예정이다(민간육종가지원사업, 2023년 2.4억원→2024년 5억원).
ISTA(국제종자검정협회) 국제 증명서 발급시 품질검정 인증 항목도 발아율 등 9개 항목에서 종자건전도 등 10개 항목(2025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륙별 거점 수출 유망국에 해외 전시포 조성을 확대하고 수출국 인허가 취득 및 글로벌 마켓테스트를 지원한다. 2027년까지 남아공, 브라질 포함 10개국 15지역에 해외 전시포를 조성한다.
아울러 종자기업 주관의 해외 개별 전시포 지원으로 해외사업 역량을 고도화 하고 대상 품목을 채소에서 화훼 및 곡물, 특용 분야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국내·외 종자박람회 참여 지원 등 마케팅 지원도 지속해 나간다.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유전자원을 개방해 민간이 직접 특성을 평가하고 품종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도 확대한다. 민간이 정부 보유 유전자원을 이용해 병저항성 정도 등 형질에 대한 평가를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우선 수요가 높은 고추, 토마토, 양파 종자 등을 대상으로 종자기업에게 유전자원을 연구용으로 제공하고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다.
농식품 모태펀드 참여 유도 등 민간 투자도 활성화 한다. 그린바이오 자펀드 참여 및 종자 자펀드 추가 결성 등이다. 신육종 기술 등 혁신종자기업에 투자컨설팅 지원 등 벤처 사업 지원도 확대한다.
품종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를 개선하고 관련 거버넌스도 개편할 계획이다. 종자 지식재산권(IP) 보호를 위한 품종보호제도를 강화해 품종 유출(무단 복제) 시 수사 및 처리 절차에 대한 매뉴얼을 마련해 운영토록 한다. 또한 유전자가위 등 新바이오 기술을 적용한 종자개발을 활성화 하기 위한 규제개선 과제를 발굴·진행한다.
농가와 업체 간 발생하는 발아 불량 등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분쟁 해결 전담팀을 신설하는 등 국립종자원의 분쟁조정협의회의 역할을 강화한다.
또한 종자기업의 규모화, 수출 확대, 기업 간 협업 확대 등을 위한 정례 협의회인 ‘종자산업육성협의체’를 구성해 종자산업 성장전략을 수립해 나가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