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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환경파괴·중독 위험 큰 ‘메틸브로마이드’ 퇴출 시급

인체 위해성 강한 신경독성 물질…검역 작업자 안전 뒷전
지난해 12월 재등록…향후 10년 동안 사용가능한 길 터줘
국내 연평균 사용량 400톤 이상…선진국 대부분 사용금지
서삼석 의원, 중대재해처벌법 해당물질…“재등록 취소해야”

 

고독성 농약 ‘메틸브로마이드(MeBr)’의 위해성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검역훈증제’로 가장 많은 사용량을 자랑하고 있다. 이에 대해 ‘MeBr(Methyl Bromide, CH3Br)’의 관리기관이나 사용자들은 나름의 이유를 제시하고 있지만, 퇴출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강해지고 있다.


우선 메틸브로마이드는 지난 1989년 몬트리올 의정서에서 강력한 오존층 파괴 물질로 규정했다. 메틸브로마이드가 성층권(오존층이 존재하는 곳)에서 분해되면 ‘브롬’이 생성되며, 이 ‘브롬’이 오존을 파괴해 자외선이 대기권을 보다 쉽게 통과하게 만든다. 오존층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는 프레온가스(CFC)의 오존층 파괴지수를 1이라고 할 때 메틸브로마이드의 지수는 0.6에 이를 정도로 위해성이 심각한 물질이다.[표1]

 

 

몬트리올 의정서에 강력한 오존층 파괴 물질 규정
이에 따라 선진국들은 2005년부터 메틸브로마이드의 사용을 전면 금지했고, 개발도상국에서도 2015년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또한 유럽연합(EU)은 이미 2010년부터 검역과정에서도 메틸브로마이드를 쓰지 않고 있다. EU의 검역용 MeBr 사용량은 과거 2000년 2855톤에서 2008년에는 195톤으로 줄었고, 2010년 이후 사실상 퇴출했다.


일본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새로운 약제와 소독기법의 개발로 지난 2003년에 1991년 대비 MeBr 사용량을 75% 가까이 줄였다. 


전세계 사용량이 가장 많은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농무부(USDA)는 ‘연방 살충제, 살균제 및 살서제법(Federal Insecticide·Fugicide and Rodenticide Act, FIFRA, 2019)’에 따라 2020년부터 검역용 MeBr의 퇴출을 사실상 확정했다. 국제식물보호기구(IPPC)도 2018년 식물검역용 메틸브로마이드의 대체·감축을 위한 권고문을 채택한 바 있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성층권에 위치한 오존층은 태양광선 중 지상 생물에게 해로운 자외선을 흡수해 지구상의 인간과 동식물 등 생태계를 보호한다. 오존층이 감소하면 지표에 도달하는 자외선이 늘어나 피부암, 백내장 등의 발병률이 높아진다.


다시 말해 성층권의 오존이 1% 감소하면 자외선은 2%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자외선이 1% 증가하면 피부암은 5% 정도, 백내장은 1%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약 오존이 10% 감소할 경우 자외선은 20%가 증가해 삼림이 고사하거나 대두·쌀 등에 병이 나타나고 영양가가 저하되는 등 식물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작업자 중독 위험성 심각…국내 발생사례 다수 
메틸브로마이드는 환경파괴 이외에도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메틸브로마이드 중독사례는 1996년 이후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동안 보고된 사례들을 종합하면, 지난 1996년 군산항에서 수입원목을 실은 선박을 메틸브로마이드로 방역하다가 밀폐를 제대로 하지 않아 선실에 있던 러시아 선원 4명이 중독돼 숨졌다. 또 2000년 5월엔 부산항에서 방역업체 아르바이트생 2명이 일한 지 3주 만에 급성 뇌병증 진단을 받았다.


지난 2001년에는 인천항에서 10년 동안 방역작업을 했던 한 작업자가 국내 최초로 소독약 중독 직업병 환자로 판명되기도 했다. 2008년에는 두세 달 정도 메틸브로마이드에 직업적으로 노출된 건강한 20대 남자 2명이 대칭적 수평주시마비, 실조증, 언어이해 장애 등의 증상과 의식혼동, 보행장애, 심부건반사 항진 등의 증상들을 보였으며, 2011년에도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발생한 메틸브로마이드 중독 사고로 20대 남자 2명이 2개월 만에 의식저하, 현훈(Vertigo, 어지럼증을 대표하는 증상), 이명, 구음장애, 보행장애를 보인 사례가 있었다. 또한 2016년에는 수입과일 지게차 운전자가 메틸브로마이드 중독으로 구음장애, 시력저하, 보행장애를 겪었다.


이처럼 메틸브로마이드는 호흡과 피부를 통해 독성이 인체에 축적되며 중독될 경우 두통, 구토, 복통, 호흡과 시력 장애 등을 유발시키는 치명적인 신경독성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더구나 메틸브로마이드는 무색·무취의 독성 가스이기 때문에 가스에 노출되었는지 알기 어렵고, 공기보다 무거워 환기가 잘되지 않는 곳에 쌓일 우려가 있어 작업자 외에도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역본부, 무증상 작업자 건강에도 부정적 영향
특히 메틸브로마이드는 검역 작업자가 중독증상을 보이지 않더라도 중추신경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2020년 8월에 메틸브로마이드 훈증작업이 무증상 작업자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당시 검역본부의 연구결과(국외 유명 과학저널인 ‘PLOS ONE’에 발표)에 의하면, 메틸브로마이드 작업자의 훈증작업 후 소변 내 브로마이드 평균 농도가 작업 전보다 2.5배(7.39→18.31 ㎍/㎎ CRE)가 증가했다. 이는 중추신경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뇌파의 중간 주파수(MDF)가 느려질 뿐만 아니라 알파-세타 비(ATR)도 감소했다.
검역본부는 따라서 메틸브로마이드 훈증 작업자의 위험성과 전세계적 사용규제에 대응하는 대체 소독처리기술을 개발해 소독현장에서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지난해 10월 환경오염 문제와 농산물 농약 잔류의 심각성을 고려해 수입 과실류(바나나, 파인애플, 오렌지 등) 검역과정에서 메틸브로마이드의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과실류 검역 소독에 사용되는 메틸브로마이드는 2020년 기준 49톤으로 전체 사용량 415톤의 12%에 불과한 실정이다. 반면 국내 메틸브로마이드 연간 사용량의 72%에 해당하는 301톤이 여전히 목재류 소독에 사용되고 있다. 메틸브로마이드가 환경과 작업자 안전 및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적극적인 감축 및 퇴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사실상 대응이 미흡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국내 메틸브로마이드 사용 과다…규제조차 없다
최근 4년간(2016~2020년) 국내에서 사용된 메틸브로마이드는 △2016년 522톤 △2017년 445톤 △2018년 423톤 △2019년 440톤 △2020년 415톤으로 연평균 400톤을 훌쩍 넘기고 있다.[그림1-표2] 용도별 사용량(2020년 기준)은 △목재류 300.7톤(72.3%) △과실류 49.4톤(11.9%) △사료류 25.5톤(6.1%) △화훼류 3톤(0.7%) △채소류 2톤(0.6%) △곡류 0.8톤(0.2%) △특작류 0.3톤(0.1%) △기타 33톤(8.1%)로 나타났다.[그림2-표3]

 

 


반면 우리나라가 가장 많은 원목을 수입하는 뉴질랜드의 경우 올해 1월부터 메틸브로마이드 훈증 소독 후 공기 중에 배출할 때 50% 이상 회수, 2033년까지 99% 이상을 회수해야 하는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현지언론(Stuff)에 의하면, 뉴질랜드 정부는 자국의 최대 목재 수출항인 타우랑가 항과 넬슨 항을 중심으로 현장 작업자와 인근 지역 주민의 건강을 우선시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국내 환경·인체에 안전한 물질(제품) 등록·생산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메틸브로마이드에 대해 한없이 ‘관대’할까. 지금은 과거와 달리 메틸브로마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인체에 안전하고 환경친화적인 약제가 등록·판매되고 있는데도 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메틸브로마이드의 사용 비중이 절대적인 목재류의 훈증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한정된 작업장에서만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등의 이유를 모르진 않지만, 그렇다고 환경파괴나 인체 위해성 등을 무시할 만큼 절대적인지 공감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메틸브로마이드는 지난해 12월 재등록돼 특별한 조치가 있기 전에는 향후 10년 동안 계속 사용이 가능하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농약관리(등록취소) 행태는 국내 실정보다 EU 등의 규제조치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메틸브로마이드에 대해서만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삼석(더불어민주당, 영암·무안·신안) 의원은 이에 대해 지난해 농촌진흥청 국정감사에서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고독성 농약 메틸브로마이드 재등록을 취소해야 한다”며 “위험성이 경고된 고독성 농약을 사용한 훈증작업자가 사고를 당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사업주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직업성 질병’ 유발 해당 물질
한편 ‘메틸브로마이드’는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트리클로로메탄’과 함께 ‘직업성 질병을 일으키는 물질에 포함된 위험물질’로 규정됐다. 실례로 지난 2월 경남 창원과 김해에서 ‘트리클로로메탄’을 세척제로 사용한 사업장에서 총 29명이 급성 중독되는 사건이 발생해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확인된 직업성 질병에 의한 중대 재해 위반 사례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가 50명 이상인 사업장에서 노동자 사망 등의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책임을 다하지 않은 사업주,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대산업재해 유형은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 등이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은 ‘직업성 질병’으로 24개를 명시하고 있다. 일례로 △메틸브로마이드를 비롯해 염화비닐·유기주석·일산화탄소에 노출돼 발생한 중추신경계장해 등의 급성중독 △납이나 그 화합물(유기납은 제외)에 노출돼 발생한 납 창백, 복부 산통, 관절통 등 급성 중독 △수은이나 그 화합물에 노출돼 발생한 급성중독 △디이소시아네이트·염소·염화수소·염산에 노출돼 발생한 반응성 기도 과민증후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