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 맑음동두천 12.5℃
  • 맑음강릉 18.9℃
  • 맑음서울 13.1℃
  • 맑음대전 12.8℃
  • 맑음대구 11.9℃
  • 맑음울산 12.8℃
  • 맑음광주 13.1℃
  • 맑음부산 13.3℃
  • 맑음고창 12.6℃
  • 맑음제주 15.4℃
  • 구름조금강화 13.7℃
  • 맑음보은 8.3℃
  • 맑음금산 8.1℃
  • 맑음강진군 11.1℃
  • 맑음경주시 10.6℃
  • 맑음거제 13.2℃
기상청 제공

농기계

농기계 수출 10억불 달성 후 ‘고비’ 온다

국내산업 구조조정ㆍ수출정보수집ㆍ기업연대…마스터플랜 필요


우리 기업들이 당면하고 있는 국내 농기계시장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정체 혹은 감소를 반복해 오고 있다. 국내 농기계 시장은 융자기종을 중심으로 보면 약 1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는 2000년대 전후의 금액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농기계산업은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생산설비의 가동률이 매우 중요한데, 국내 농기계기업들의 평균적인 가동율은 70% 내외로 알려져 있다. 가동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고정비 부담이 크고 수익성이 떨어짐을 나타낸다. 국내 농기계 기업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농기계 수출에 노력해 왔다. 그 결과 국내 시장의 성장정체와 달리 수출은 매우 빠르게 성장해 2013년부터 국내 시장 규모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도표1]



국내 농기계시장의 성장정체에 더해 외국산 농기계의 한국시장 침투와 확산은 국내 농기계 기업들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외국산 농기계 가운데 일본제 농기계가 압도적이다. 2000년부터 집계된 국내 농기계 시장에서 일본제 농기계의 비중을 보면, 2005년까지는 시장 몫이 10% 미만이었으나 그 후 국내 시장의 정체가 지속되는 가운데에서도 반대로 일본제의 시장 몫은 가파르게 증가해 2014년 현재 트랙터 12.4%, 이앙기 41.5%, 콤바인 29.7%에 이른다.


결국 한국 농기계 기업들은 해외로의 수출확대를 통해 시장을 늘려야만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외국산 시장 잠식에 기업 해외진출 박차  
사실상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정부와 농기계 산업에서 해외시장 진출은 미미했다. 2010년 이후 수출확대가 급격히 일어나 5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 후 농기계수출은 연평균 15%라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줬다. 반면 농기계 수입은 연평균 3%이하로 유지된 결과 농기계 무역수지 흑자는 매년 증가해 2015년에는 4억 달러를 넘었다.[도표2]



국내 농기계시장의 성장정체, 농기계 산업의 가동률 저하, 외국산 농기계의 국내 시장 잠식 등은 농기계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더욱 서두르게 했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10억 달러까지의 성장세는 유지되겠지만 그 이상으로 해외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내 농기계 산업의 구조조정을 통한 규모 확대와 농기계의 품질 향상, 가격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기술적, 경영적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농기계 수출 현황을 보면 몇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우선 기종별 수출실적에서 트랙터가 60%를 상회하고 있을 정도로 그 비중이 매우 크며, 이는 세계적인 증가 추세와도 연관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고기술을 요하며 세계 농기계 시장에서 2~3위를 기록하고 있는 수확기와 이앙ㆍ시비기의 비중은 2015년 기준 각각 2.4%, 0.8%로 매우 작을 뿐만 아니라 비중도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도표3]



트랙터 수출 늘고 부분품 줄었다
또한 중요한 수출 품목으로 꼽히는 부분품은 전체적인 농기계 수출의 증가와 괘를 같이하는 것이 정상인데 최근 절대금액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부분품은 세계 농기계시장에서 수확기 시장과 버금할 정도로 큰 시장임에도 그 추세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중대형 농기계 수출확대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간접적인 의미로 읽힐 수 있어 우려된다.


트랙터 이외의 품목은 매우 다양한데 세부적으로 보면 다품목 소량 수출이 매우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수출비용이 많이 발생할 수 있으며 수출의 지속성 확보도 어려울 수 있다. 매년 품목별 수출의 안정세보다는 불안정세가 적지 않다는 것이므로 안정적인 물량 확보와 판로 유지를 위해 전략적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최근 성장세를 보이는 트랙터와 축산관련기계와 함께 농기계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엔진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응한 엔진을 개발, 수출할 경우 세계 시장에서의 시장 몫 확대에 유리할 것이라는 관련 전문가의 지적이 있다. 각종 방제기와 농산물 건조기 역시 관리 작업에 중요한 농기계로 주목해야 할 품목이다.


아시아권 수출, 경쟁력 확보 방안 필수
지역별 농기계 수출을 보면, 가장 큰 특징은 역시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물론 세계 시장의 15%를 점유하는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용이하고 유리한 것은 맞지만 40%에 육박하는 대미 수출의존도는 부정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도표4][도표5]





미래의 세계 농기계 시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아시아 지역에 대한 수출이 약 2억 달러를 넘고 있고, 두 번째로 비중이 큰 것은 고무적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중국과 인도, 호주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베트남과 태국 등으로의 수출확대가 기대된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의 농기계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강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시장확대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여 대비책이 요구된다.


농기계의 역사가 길고 전통적으로 강력한 농기계기업들이 포진하고 있는 유럽에 대한 수출도 작지는 않지만 성장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전체 수출에서의 비중도 10% 수준에 불과하다. 트랙터와 수확기, 이식기가 중심인 이들 유럽국가에 대한 수출은 보다 품질이 우수하거나 가격경쟁력이 강할 때 진출 폭이 확대될 것이다.


다수국 소량수출…정보가 ‘수출첨병’
우리 농기계 수출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특징은 수출대상 국가들의 숫자가 수출규모에 비해 많다는 것이다. 한 개 국가 당 수출규모를 보면, 아시아의 경우 580만 달러인데 중국과 인도, 일본을 제외하면 100만 달러 수준이다. 아프리카와 중동 역시 다수국가에 소량수출이 이뤄지고 있으며 중남미의 경우에는 국가 당 1~2건의 소액 수출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소규모ㆍ다수국 수출의 경우 지역별로 농기계 수출을 통합, 이행하는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거나 농기계 수출선을 확보했을 경우 수집과 수송만이라도 통합해서 운용한다면 비용과 시간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한편 우리나라 농기계 기업들이 15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각 나라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정보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양한 나라에 농기계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많은 정보가 필요하므로 기존의 분산된 정보의 수집, 가공과 전파를 하고 또 부족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조직적으로 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개별 농기계 기업들의 정보수집 비용을 줄이면서 정보를 확산하는 역할을 담당해줄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정부의 박람회 지원에도 전략 필요
기업이 적극적인 수출확대에 나선 2010년 이후 정부의 관심과 지원도 다소나마 늘고 있다. 정부는 약 130여억 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천안에 한국농기계글로벌유통센터를 건립했다. 116억 원을 상회하는 국비와 지방비의 보조가 있어 가능했다.


또한 1992년 이래 지원해 오고 있는 국내ㆍ국제 박람회는 갈수록 그 규모가 커짐과 동시에 우리 농기계와 산업의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 국내에서 개최되어온 박람회는 상주와 익산 농기계박람회가 있으며 국제적인 수준의 농기계박람회인 KIEMSTA가 대표적이다. 진주, 광주·나주박람회는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KOICA 등에서 하는 농기자재 박람회도 있다.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이 총괄하고 있는 KIEMSTA의 초창기 총사업비는 13억 원대였으나 이제는 24억 원대로 커졌다. 중요한 것은 이들 자금의 80% 이상을 참가하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부담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26개국 70~80개 사가 참가하고 있으며, 2000여 명이던 외국인들의 내방 숫자도 3500명 수준으로 증가했다. 그 결과 상담과 거래실적도 증가하고 있는데 2014년에는 계약고가 약 2000억 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도표6]



정부는 기업이 해외 박람회에 참가, 전시하는 경우 필요한 경비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는데 5개 박람회 참가 지원이 연간 4억 원이다. 국내 농기계 기업들은 독일, 일본, 중국과 태국, 필리핀 박람회에 참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수출촉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전체적인 지원규모가 작다”, “전략적인 참가가 미흡하기 때문에 박람회별 참가자의 특성 파악에 따른 참가 기업과 제품의 선정, 국내 다른 농자재를 종합한 별도의 현지 수출 촉진 전시회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사기준이 수출장벽 되지 않게 준비
한편 국내 농기계를 수출할 경우 상대국가 혹은 국제 검사기준을 통과해야 하는데 그 기준이 각각 달라 어려움이 있다. 즉 ECC, OECD 등 수출입 시 그 기준이 다르다는 것.


미국, 프랑스, 영국 등 OECD 트랙터 코드 가입 국가들은 트랙터 수출입에 동일한 시험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농기계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기준에 대한 발 빠른 정보수집과 분석, 제공이 필요하다. 복잡하고 방대한 기준과 규제 관련 정보를 개별기업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는데 비용 면에서도 큰 부담이 되며, 국내 기업 간 중복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일부 국가들에서는 점차 검사 제도를 포함한 ‘비관세 장벽’을 이용해 수입을 규제하기도 하므로. 국내 농기계의 수출확대를 위해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농기계기업 육성
현재 국내 농기계 기업들은 자율적으로 개별적인 수출확대에 매진하고 있지만 수출에 관련된 여건들은 혼자 힘으로 헤쳐나가는 데 벅찬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국가 육성산업 차원의 조직적, 전략적 수출확대 방안의 강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농기계글로벌유통센터가 중심이 되어 농기계수출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이와 함께 국내 농기계 산업을 세계적인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종합계획(Master Plan)을 빠른 시간 내에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산업과 기업, 기술, 금융과 전략적 제휴 등을 총 망라한 세부 전략을 마련하고 필요한 기본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국내 농기계산업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므로 이는 종합계획 내에도 포함돼야 할 부분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농기계 산업은 규모화의 이익이 가장 잘 발생하는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국내 농기계 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규모의 경제성 실현과 경쟁력 제고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의 대표적인 농기계기업 육성도 이뤄져야 한다는 것.


또 세계 농기계 시장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보의 우위를 점해야 한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적기에 수집,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정보교류의 장을 확장하고, KOTRA, aT 센터 등 전문 조사 기관을 활용해 정기적인 농기계 시장 조사도 필요하다.


기업연대, 통합 마케팅, 브랜드 활용
이와 함께 농기계 기업과 농기계 기술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전략적 수출용 농기계(수출전략 품목의 현지화)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을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ipet)과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공학부 등을 통해 하도록 하자는 의견이 많다.


친환경 농기계 수요에 대응한 설계와 소재의 사용, 엔진개발 등도 중요하다. 인체공학적 설계와 안전성 제고, 진동 감소 등은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기술이다. 여기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인증제도 정착과 상호 간 준수 인증, 국제 기준의 검사·측정 장비 보유 및 운용 자격 보유가 중요하다.


세계 농기계 판매시장에서의 추이는 농기계 기업들이 직접 판매금융을 취급하는 것이다. 한국 농기계 기업들이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서 해결책이 절실하다. 또한 농기계수출 규모와 연동된 금융지원과 수출 촉진 지원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좀더 시야를 넓혀 농기계 대기업과 중소기업, 농기계 분야가 아닌 국내 굴지의 기업들과의 연대 등을 통해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나아가 농기계 부품과 작업기 회사 등과의 동반 진출도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 농기계 산업 자체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연대를 통한 시너지효과를 끌어내야 한다는 것.


국내 굴지 브랜드회사와의 연대는 브랜드를 활용해 해외 농기계시장에 진출하는 방법이다. 여기에 수출을 지향하는 국내 비료와 농약기업까지 통합, 조직화(농자재 통합)한다면 수출에서의 시너지 효과가 증대될 수 있다.


기업과 기술 수준 높이는 방안 강구  
또 세계적인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도 고려할 만하다. 세계적인 판매망을 가진, 우리보다 규모가 큰 기업과의 노하우·기술 제휴로 특정 규격과 제품군을 우리가 생산해 공급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한국 농기계기업이 현지 기업을 OEM 파트너로 활용하는 방안은 현재 다국적 기업의 전략으로서, 미래시장이 기대되는 동남아 국가를 포함한 환태평양 국가의 농기계 기업과의 연대를 강구할 수 있다. 지역별, 국가별 전략 농기계와 판매 방법을 다양화해야 하는데, 수요가 폭증하는 중국과 인도의 농업중심지에 우리 농기계의 ‘상설전시장’을 세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개발도상국, 특히 아시아·태평양과 아프리카 등으로의 수출확대 기반을 마련하는 데는 경협자금(EDCF)과 ODA가 매우 유용하다. 중고농기계와 같이 수출을 개척해 가는 것도 장기적인 시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은원 l wons16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