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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원예용 살충제 ‘클로르피리포스’ 등록취소 급물살

어린이 뇌손상 가능성 등 안전성 ‘도마 위’
안전사용기준 지켜도 사람·가축 피해 우려
농진청, 해당농약 등록취소 행정처분 청문
“추가소명기회 필요” 의견…한달후 재청문
등록취소되면 2개월 내 회수·폐기 부담 커
농약업계, “행정처분 시기 최대한 늦춰달라”

원예용 살충제 ‘클로르피리포스’의 사용금지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원예작물의 진딧물과 나방류 방제용 살충제로 30년 넘게 사용해오던 클로르피리포스 함유 농약품목의 등록을 당장에라도 취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농약업계는 이러한 농진청의 급박한 처분에 대해 적잖은 당혹감과 함께 해당농약의 등록취소 이후 취해질 조치들에 대해 난감해 하고 있다.


농진청은 이달 27일 ‘클로르피리포스 및 클로르피리포스메틸 함유 농약품목의 등록취소’ 행정처분을 위한 청문을 진행했다. 국내 클로르피리포스 함유 농약등록 15개사 중에서 7개사가 출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청문에서는 ‘클로르피리포스(Chlorpyrifos)’와 달리 저독성으로 분류되는 ‘클로르피리포스메틸(Chlorpyrifos-methyl)’에 대한 추가 소명자료를 제출받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1개월여 후에 다시 청문절차를 거쳐 두 품목의 등록취소 여부를 일괄처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농진청의 클로르피리포스 함유농약에 대한 ‘등록취소’ 의지가 너무 확고해 추가 청문 일정이 확정될 때까지 1개월여의 유예기간이 주어졌을 뿐이지, 해당약제의 ‘등록취소’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날 청문에 참석했던 몇몇 농약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농진청은 클로르피리포스 및 클로르피리포스메틸의 재평가 결과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아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농진청은 해당 제품의 사용·취급요령(안전사용기준)을 따르더라도 사람과 가축에 해를 줄 우려가 있다는 재평가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EU)의 해당농약 전면사용금지 조치에 지나치게 얽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농약업계는 30년 넘게 사용해온 제품을 아무런 사전 준비도 없이 등록을 취소할 경우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번 청문에서 1개월여의 유예기간이 주어졌다고는 하지만, 결국 농진청의 의지대로 해당농약의 등록취소 행정처분이 내려지면 농약업계는 관련법에 따라 생산중단은 물론 기존에 판매된 클로르피리포스 수화제 전량을 등록취소일로부터 2개월 내에 회수·폐기하고 그 실적을 제출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농약업계는 해당농약을 30년 넘게 사용해왔지만 실질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만큼 행정처분 시기를 최대한 늦춰주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클로르피리포스와 클로르피리포스메틸 함유 13개 농약품목을 15개사에서 등록·생산하고 있다. 연간 매출액은 72억2300여만원(2020년 농약연보 기준)에 이르고 있다.[표] 클로르피리포스 원제 수입액은 100만불 수준이고 수입량은 11만3400㎏ 가량으로 파악됐다.



회사별 시장규모(2015~2016년)는 한얼싸이언스, 팜한농, 인바이오, KC생명과학, 성보화학, 농협케미컬, SG한국삼공, 바이엘, 선문그린사이언스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클로르피리포스메틸 제품은 팜한농 단독으로 34만불(약 3억8000만원)의 시장규모(2015~2016년)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 등록농약은 상당수가 ‘품목고시제’때 등록되어 30년 넘게 생산·판매되어 왔다. 그러나 △한얼싸이언스 ‘클로르피리포스+디플루벤주론’ 수화제(최초 등록일 2014.2.28.) △대유 ‘클로르피리포스+이미다클로프리드’ 수화제(2013.8.26.) △팜한농 ‘클로르피리포스메틸’ 수면전개제(2012.3.21.) △인바이오 ‘테부코나졸+클로르피리포스’ 입제(2015.2.4.) 등 4개 품목은 최초 등록일이 10년 미만이라서 등록이 취소될 경우 상대적으로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농진청은 ‘해당농약의 사용·취급요령에 따르더라도 사람과 가축에 해를 줄 우려가 있을 때’(제9조제3항제4호)와 ‘국제기구, 외국정부, EU 등에 의해 해당품목 또는 유효성분이 심각한 위해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밝혀지는 경우’에는 등록취소 또는 회수·폐기의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한 법적근거(조문)를 들어 클로르피리포스 함유농약의 사용을 전면금지 시키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진청은 해당농약 등록회사에 보낸 공문에서도 클로르피리포스는 어린이 발달신경 관련 부작용과 새끼 쥐의 소뇌 높이 감소 등 발달신경독성의 위해성으로 번식독성 1B 물질로 구분되며, EU 평가보고서에서 염색체 이상시험(1건), DNA합성시험(2건)의 유전독성 양성반응이 확인된 결과를 명시했다. 또한 클로르피리포스 문헌조사 결과에서 유아 백혈병과 관련된 국소이성화효소(TopoisomeraseⅡ) 활성도를 저해시킨다는 결론을 도출해 냈다.
무엇보다 농진청의 해당농약 등록취소 행정처분 움직임은 EU의 전면사용금지가 가장 큰 촉매 역할을 했던 것으로 읽힌다. EU 평가결과 클로르피리포스와 클로르피리포스메틸은 농약 승인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EU는 이미 해당농약의 사용을 전면금지(2020.1.10.)하고 있는 점을 적시(摘示)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클로르피리포스의 사용금지 조치를 놓고 ‘어린이 뇌손상 가능성’을 제기하는 입장과 ‘엄격한 안전사용기준을 충실히 따르면 농작물에 뿌려도 해가 없다’는 주장이 맞서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AgNews에 따르면 미국 법원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클로르피리포스 성분의 사용을 금지할지, 아니면 안전하다고 판단할지를 60일 안에 결정하라고 당국을 재촉했다. 사실상 미국은 클로르피리포스가 태아와 어린이 뇌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기된 상태에서도 해당농약의 사용금지 여부에 대해 환경보호단체와 농약업계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세계 최대 클로르피리포스 제조회사였던 코르테바가 지난해 생산을 중단한 것도 사용금지 논란의 불씨가 됐다. 1965년 클로르피리포스를 처음 개발한 다우케미컬과 듀폰이 합병해 탄생한 다우듀폰이 분사해 만든 코르테바는 해당품목의 생산중단에 대해 매출감소 때문이지,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