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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의 農 에세이

그들이 농촌으로 가는 ‘뜻밖의’ 이유


귀농 귀촌에 관한 조사 자료에서 흥미로운 내용을 봤다.

도시인들이 귀농(또는 귀촌)을 결정할 때 사전탐색이나 심층공부를 하기보다는 즉흥적인 선택(예상보다) 훨씬 많다는 점이다. 귀농인들을 만나 심층 면접한 내용들을 살펴보니, 즉흥적으로 귀농한 배경에는 잘 아는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인이 소개해서, 지인의 권유에 따라, 지인을 좇아, 귀농 귀촌해 살다 되돌아서는 이들이 뜻밖에 많아 놀랐다, 조사에 참여한 연구자가 놀라워했다. 자신의 운명이 달린 지역의 환경을 알아보고, 문화를 파악하고, 작물을 조사하고, 하다못해 지역과 자신의 궁합을 맞춰보는 일들은 다 강아지에게 맡겨 버리고오로지, 사람에 살고 사람에 죽으려 하는 놀라운 사람들.

 

도시에 살던 사람이 귀농 귀촌을 꿈꾸는 이유는 둘 중 하나다. 도시 생활에 지쳤거나 지루해진 경우, 새로운 환경에서 제2의 인생을 도모하려는 경우다. 그 가운데 농업 농촌을 잘 아는 이도 있고, 대충 아는 이도 있고, 안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전혀 모르는 이도 있다. 어쨌든, 농촌을 아는 이 모르는 이 할 것 없이 지인에 대한 의존도는 절대적인 것이다.

지인은 누구인가. 이들이 말하는 지인은 대충 알고 지내는 사람이 아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지인은 믿음직하고, 가깝고, 의지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런데 바로 그 지인을 믿었다가 실패하고 되돌아서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게 현실이다.

그 연구자는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농촌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이들의 대부분이 현지에서 사귄 지인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는 것이다. , 성공한 이들의 태반은 새로운 지인을 만듦으로써 정착했다는 얘기다. 역시 사람인가?

 

글로벌 기업과 식품기업에서 오랫동안 마케팅 업무를 했던 지인이 있다. 지금은 농촌을 순회하며 마케팅 교육을 하고 있는데, 최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경영, 그 중에서도 마케팅 전략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때려잡는 전략입니다. 상품 홍보, 고객 유인, 판매 전략들의 모든 핵심은 경쟁자들을 때려잡는 데 초점을 둡니다. 그런데 농촌 지역을 다니면서 놀라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세계 각국의 기업 전략을 두루 접했던 그가 농촌에서 발견한 뜻밖의 사실이 무엇인지 몹시 궁금했다. 그의 고백이다.

농업 농촌은 기업들과 반대로 살아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남들을 때려잡아서는 살 수 없어요. 협력해야 하고 연계하고 연대해야 생존할 수 있지요. 평생 경쟁하고 이기기 위해 살아온 저로서는 놀라운 발견입니다.”

농촌에서 교육을 하는 동안 새로운 눈을 떴다는 고백이다. 이기지 않고, 때려잡지 않고도 살 수 있는 길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다니. 그러니까 그는 교육을 하러 가서 교육을 받고 돌아온 것이다. 그의 요즘 낙은 농촌의 새로운 지인들을 사귀는 것이다. 인간은 역시 어느 시점에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 통계나 지침이나 성공 이론서에서는 결코 배울 수 없는 것을 가르쳐 주는 지인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나의 운명을 지인에게 맡겨서는 안될 일이다.


유민   시골에서 태어나 시골에서 자랐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시골을 잊지 않았고, 농업 농촌을 주제로 한 많은 글을 쓰고 있다. 농업-식품-음식을 주제로 한 푸드 칼럼을 다수 매체에 게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