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테마기획

'바스타' 내년에만 바이엘이 판다

내년 3월 ‘바스프’에 사업권 매각
한국은 내년까지 바이엘에서 사업
내후년 판매권…“농켐·성보 유력”
‘계통’과 ‘시판’ 투트랙 판매 전략

내년에도 ‘바스타’는 바이엘에서 판매한다. 2018년 3월 이후 ‘바스타(Glufosinate ammonium)’의 모든 사업권은 ‘바이엘’에서 ‘바스프’로 넘어가지만, 한국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바이엘크롭사이언스’가 그대로 ‘바스타’를 판매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된 바에 의하면, ‘한국바스프’가 바스타의 한국시장 사업권을 물려받는 시기는 2018년도 농약사업이 사실상 마무리되는 6월 이후로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바스프가 내년 6월 바스타 사업권을 넘겨받더라도 원제선 변경 등 여러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사업개시는 2019년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한국바스프는 지금까지 바이엘크롭사이언스와 달리 국내 제조회사에 원제만 공급하는 ‘오퍼 세일(Offer Sale)’ 방식의 사업을 유지해왔다. 따라서 한국바스프는 2019년 이후에도 바스타 판매권을 국내 특정 제조회사에 맡길 수밖에 없고, 그래서 ‘어느 제조회사가 바스타 판매권을 물려받느냐’가 최근 농약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매출 400억 향방에 농약업계 관심고조
‘글루포시네이트 암모늄(Glufosinate ammonium)’ 제품은 국내 시장에서 연간 800억 원(2015년 804억 여원, 2016년 745억 여원, 농약연보 기준) 상당의 매출액을 기록할 정도로 최근 몇 년 사이에 ‘특대형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영농자재신문 2017년 11월 15일자(제39호) 참조] 특히 바이엘크롭사이언스가 독점 공급해온 ‘바스타’ 한 품목의  연간 매출액도 400여억 원에 이르고 있다. 2019년 한국바스프로부터 바스타 판매권을 취득하는 제조회사는 사실상 400억 원의 추가 매출을 확보하는 상황이니 농약업계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가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도 같은 ‘한국바스프의 바스타’는 2019년부터 ‘농협케미컬’과 ‘성보화학’을 통해 ‘농협농약’과 ‘시판농약’의 투 트랙 전략이 구사될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바스프의 바스타’를 둘러싼 여러 정황들은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 글로벌기업들의 특성상 어떤 사안이든 확실하게 결정되기 이전에는 정보공개를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글로벌 바스프가 이달 27일 싱가포르에서 개최 예정인 ‘킥 오프 미팅(Kick-off meeting)’ 결과를 지켜보면 나름대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 ‘킥 오프 미팅 (Kick-off meeting)’은 프로젝트 팀과 고객과의 처음 가지는 모임(미팅)이다. 통상 그 프로젝트와 기타 프로젝트 계획 입안에 필요한 기본요소들을 확정하게 된다.

 

우선 이날 ‘킥 오프 미팅’에서 한국바스프가 기존방식대로 ‘오퍼 세일’을 할 것인지, 아니면 바이엘이나 신젠타처럼 국내 제조회사를 설립(또는 인수)해 직접 사업에 나설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 결과에 따라 2019년도 국내 농약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바스프 ‘오페 세일’…“농켐 1순위”
글로벌 바스프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오퍼 세일’ 사업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한국바스프도 그동안 제조업 진출 여부를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바스프가 직접 제조업에 뛰어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현재 한국바스프는 ‘오퍼 세일’만으로도 상당한 사업성과를 달성하고 있는데다, 바이엘과 신젠타가 국내 제조업에 진출한 이후 12~15%에 달하던 초기 마켓 쉐어(market share)가 지금은 7%대로 하락한 선례도 본보기가 되고 있어서다.

그렇더라도 한국바스프는 결국 글로벌 바스프의 결정에 따라 사업방식이 결정되겠지만, 국내 시장상황 등을 고려하면 기존 방식대로 ‘오퍼 세일’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적이다. 그럴 경우 ‘한국바스프의 바스타’로 인한 최대 수혜는 농협케미컬과 성보화학의 몫이라는 예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한국바스프의 원제 거래선은 매출기준으로 △농협케미컬 △팜한농 △한국삼공 순이며, 나머지 △동방아그로 △경농 △성보화학이 뒤를 잇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농협케미컬 판매권…‘독과점’과 무관
어쨌거나 바스타의 모든 사업권이 바이엘의 손을 떠나 바스프의 품에 안기게 되면서 무성한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먼저, 농협케미컬의 경우 비선택성제초제 시장의 ‘독과점’ 문제가 걸려 바스타 판매권을 넘겨받지 못할 것이라는 추측이 그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근거도 없이 나도는 넌센스에 불과하다. 가령 국내 비선택성제초제 시장은 출하량 대비 연간 2000만병(개) 정도로 집계되는 점을 감안하면 대략 1600억 원(300~500ml 병당 평균 8000원으로 환산)에 이르는데 반해 농협케미컬의 ‘프레스타’ 등의 매출액과 바스타의 400억 원 모두를 합산하더라도 전체시장의 1/3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거기에 농협케미컬은 농협계통 위주의 영업방식이라는 한계점이 있다. 따라서 한국바스프가 기존의 ‘바이엘 바스타’ 물량을 기준으로 농협케미컬에 물량을 제시할 경우 과연 소화해낼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더구나 성보화학을 통해 상표명을 달리하더라도 일정부분 시판에 주력하고, 팜한농 또한 예전처럼 ‘삭술이’ 원제를 공급받는다면 농협케미컬의 비선택성제초제 마켓 쉐어는 ‘독과점’과 더더욱 무관해진다.

“한국도 바이엘은 내년 상반기까지만”
농약업계에 회자되는 또 하나의 추정은 ‘바이엘이 바스타의 사업권을 바스프에 매각하더라도 국내 사업은 계속 유지할 수도 있다’는 대목이다. 내년 3월 글로벌기업 간 매각 결정 과정에서 한국시장 상황을 감안한 조건부 합의가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분석을 전제로 하고 있다. 바이엘크롭사이언스 입장에서 볼 때 국내 연간 매출액 1200억 원의 1/3에 해당하는 400억 시장을 넘겨주고도 사업유지가 가능할지 의문이고, 한국바스프가 제조업에 진출하지 않을 경우 어차피 국내 특정 제조회사에 판매권을 위탁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한국시장 만큼은 바이엘이 계속해서 바스타의 제조·판매권을 유지하고 싶지 않겠느냐는 해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국시장에서도 내년 상반기 이후 바스타 사업권은 온전히 한국바스프가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한국시장에서 최초로 바스타 사업을 시작했던 경농에서 판매권을 넘겨받을 수도 있다는 전망 역시 “사실 무근”이라고 한국바스프 측은 단언했다.

 

바이엘 ‘바스타’…몬산토 인수위해 매각
글로벌 바이엘의 주력품목 중 하나인 ‘글루포시네이트 암모늄(이하 바스타)’이 매각자산으로 시장에 나온 시기는 지난 6월경이지만, 그 징후는 2016년 9월 바이엘이 세계 최대 종자회사인 미국의 몬산토를 인수(660억 달러, 한화 약 74조2800억 원)하기로 양사가 합의하면서 시작됐다. 글로벌 바이엘은 이후 합병절차가 마무리되면 농약과 비료 분야에 종자까지 농화학 3대 부문을 모두 아우르는 세계 최대 농화학 기업의 위용을 갖추게 되지만 합병과정에서 독과점 규제 등으로 매각해야 하는 사업 분야가 생겼다. 바이엘은 특히 몬산토 인수가 완료될 경우 전세계적인 비선택성 제초제인 바스타와 근사미(글리포세이트)를 모두 소유하게 되면서 결국 바스타와 특정 국가의 주요 농작물 종자사업을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한국바스프에 따르면 글로벌 바스프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매각자산으로 나온 바이엘의 종자 및 비선택성 제초제 사업 대부분을 내년 3월까지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M&A 금액은 현금 59억 유로(한화 7조8800억 원)로 알려졌으며, 이번에 매각되는 바이엘의 자산은 2016년 기준 매출 약 13억 유로에 달한다.
바스프는 이에 따라 바이엘의 독일·미국·캐나다 소재 글루포시네이트 암모늄 공장과 포뮬레이션 설비를 비롯한 미국과 유럽의 육종 설비와 연구 시설도 인수한다. 또 해당국가에서 근무 중인 연구개발과 생산인력을 포함한 1800명 이상의 임직원들도 바이엘에서 바스프로 이직한다.

주요 외신과 한국바스프에 따르면, 바스프 그룹 쿠르트 복 회장은 “바스프는 이번 투자를 통해 주요 농작물의 매력적인 자산과 시장을 인수하는 기회를 확보하게 됐다”며 “바스프의 성공적인 작물보호제 사업과 바이오기술 분야의 활동에 전략적인 보완이 됨으로써 바스프 포트폴리오의 주요 분야인 농업 솔루션 사업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바스프 그룹 이사회 멤버이자 농업 솔루션 분야를 총괄하는 사오리 드부르그 (Saori Dubourg)는 “이번 인수를 통해 바스프의 작물보호제 사업을 보완하고 제초제 포트폴리오를 강화함으로써 농업인들이 필요로 하는 고품질 종자와 화학적, 생물학적 작물보호 분야에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미래 성장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우리의 글로벌 혁신 가능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기업 M&A는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잡아
글로벌 농약기업들은 최근 2~3년 사이에 M&A, 핵심 경쟁력 강화, 새로운 사업(생물농약 등) 투자 등을 통해 생존을 위한 치열한 전쟁을 하고 있다. 전 세계 글로벌 농약기업들의 ‘지도’가 바뀔 정도였다. 농약의 신규물질 개발이 점차 줄어들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방편으로 우선 M&A를 선택했고, 여기에 투자, 확장, 협력 등을 통해 각각의 생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해 말 Agrowpages 보고서에 의하면 2015~2016년까지 다우, 듀폰, 바이엘, 켐차이나, 몬산토 등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인수·합병되거나 합의했다.[표] 다우와 듀폰의 합병을 비롯해 켐차이나의 신젠타 인수 및 바이엘의 몬산토 인수 등으로 세계 농약산업은 이들 3대 그룹(DowDuPont, ChemChina-Syngenta 및 Bayer-Monsanto)이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 3대 그룹의 태동은 세계 농약산업의 구조를 바꿔 놨다. ‘바이엘+몬산토’가 세계 농약시장 점유율의 27%를 차지하게 됐고, ‘켐차이나(아다마(ADAMA) 포함)+신젠타’가 시장 점유율 23%로 두 번째 순위에 올랐다. 이어 다우듀폰 16%, 바스프 (BASF) 13% 등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더구나 지난 4월 다우듀폰의 농약 핵심 사업을 FMC가 인수하면서 5위로 올라선데 이어 바스프가 다시금 바이엘의 바스타 사업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글로벌기업들은 일련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독점 금지, 자본시장 압력 등으로 일부 자산이나 사업을 매각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이미 듀폰은 농약 핵심 분야를 FMC에게 매각했으며, 바이엘 역시 종자와 바스타 사업을 바스프에 넘기기로 했다. 신젠타 역시 인도의 농약 생산 기지를 처분했다.

반대로 이들의 매각자산을 인수한 FMC나 바스프 등은 자산 최적화 또는 업그레이드 기회로 삼고 있다. 바스프나 뉴팜(Nufarm)과 같은 농약 거대기업은 물론이고 뉴트리캠(Nutrichem)과 같은 신흥 시장의 일부 농약기업들도 발돋움의 계기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바스프는 ‘2016년 투자 확장 분석’에 따르면 자산을 최적화하고 생물학적 솔루션과 같은 다양한 분야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글로벌 농약산업의 인수 합병으로 인한 독점 금지 문제를 적극적으로 감시해왔다. 그 결과로 이번 바이엘의 바스타 사업 인수를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뉴팜 역시 글로벌기업의 매각자산 인수 의사를 강하게 표명하고 있다. Arsenal Capital Partners LP (사모 투자 회사) 및 업계의 다른 회사들도 농약 회사 통합 과정에서 자산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 시장의 강자로 급부상한 뉴트리켐도 2015년 다우의 글로벌 옥시플루오르펜 사업 및 2016년 다우의 글로벌 테부티우론 사업 인수를 통해 제품군을 더욱 확대하는 등 시장 점유율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스미토모 화학…꾸준한 확장에 기반
여기에 스미토모 화학의 ‘진화’도 한 축을 형성하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Agrowpages 보고서는 지난해 말 “스미토모 화학은 농약산업의 발전 추세와 내·외부의 자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고유한 개발 전략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2015~2016년 사업 구조조정, 합병, 인수, 전략적 협력, 투자 확대 등을 포함한 일련의 계획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스미토모 화학은 지난해 농약사업을 재조직하고 투자, 연구 개발 활동을 늘렸다. 또 중소기업의 투자 회수율을 높이고 다른 기업과 해외 합작투자를 확립했다. 이와 함께 대학 및 글로벌기업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등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일례로 성장가도를 달리는 인도 농약시장을 석권하기 위해 지난해 인도에서 다섯번째로 큰 농약 회사인 Excel Crop Care의 지분 44.98%를 인수했다. 또 뉴팜의 전체 지분 중 14.69%를 사들였다.

 

‘경쟁’ 아닌 ‘협력’…글로벌기업 ‘공감대’
최근 글로벌 농약기업들은 불리한 농약 시장 환경에 대해 경쟁보다는 협력이 합리적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기업들은 상호 긴밀한 R&D 및 채널 협력을 통한 장점 보완 및 이익 창출, 그리고 상생을 실현하기 위해 제품을 신속하게 상품화하고 시장을 성공적으로 점유할 수 있도록 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등 기민한 움직임을 표면화하고 있다. 글로벌 거대기업들의 강력한 빅딜은 이제 “경쟁상대가 아니라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다는 반증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