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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농약시장 ‘승부’…제품수가 ‘답’인가

등록건수 늘어도 시장규모는 ‘답보’
“무늬만 ‘신제품’은 머잖아 한계점”
농약회사 수익…유통혁신이 ‘해법

국내 농약시장을 주시하다 보면 문득 ‘치킨게임’이 연상된다.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된 농약제조회사들 간의 ‘출혈경쟁’이 그렇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으로 농약 신규제품을 ‘지나치게’ 늘리는 현상도 그러해 보인다.

한정된 농약 시장규모 안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농약회사들은 어쩌면 신규제품을 늘리는 것만이 그나마 대안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농약제조회사들의 제품 구성비율로 볼 때, 일반적으로 전체 제품의 상위 25%(단독품목) 남짓만 수익을 보장받고 있는데 반해 하위 35%(공통품목) 가량은 적자제품이고, 나머지 40%에 해당하는 제품들 역시 이익을 기대하기 힘든 제품군이기 때문이다.

농약회사들이 해마다 신규제품을 경쟁적으로 등록하는 이유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다고들 말한다. 우선 원제를 자체적으로 개발하지 못하는 국내기업들의 한계에다 글로벌 원제회사들 역시 신규물질 개발이 더디다 보니 ‘제대로 된 품목’ 출시가 어려워지면서 동일한 물질(원제)을 활용해 ‘제형’을 달리하거나 ‘합제’를 만드는 방법으로 다양하게 등록하다보니 매년 제품 수만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기존 농약제조회사(메이저)들이 오랫동안 선점해온 국내시장에 후발업체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경쟁구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농약회사들마다 제품의 차별성을 부각할 수 있는 수단으로 해마다 등록건수를 늘려 ‘신제품’이라는 옷을 입히고, 그것이 곧 경쟁력으로 작용하면서 신규 등록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농약시장의 심화된 경쟁구도는 신규제품 등록현황 분석을 통해서도 한눈에 읽을 수 있다. (사)한국작물보호협회가 발간하는 농약연보와 농촌진흥청 농약등록현황을 살펴보면, 최근 3년(2015~2017년 현재) 사이에 472개 제품이 신규로 등록됐다.[표1~2]

현재 국내 등록농약은 상표명을 기준으로 3023개(2017년 10월 현재) 제품에 달한다. 품목으로 분류하면 1882개에 이른다. 그러나 2017년 10월말 현재 미생산 품목을 제외한 농약 용도별 생산 품목 수는 △살균제 380품목 △살충제 330품목 △제초제 240품목 △생장조정제 28품목 △기타 10품목 등 총 988품목이다.
이들 988품목 가운데 매출액 대비 상위 50개 품목의 2016년 매출규모는 4881억여 원으로 전체 농약시장(1조5000억원)의 3분의 1 가량에 육박한다. 그 다음 70여개 품목이 2700여억 원의 매출규모를 보이고 있다. 이를테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약 988품목 가운데 12%에 해당하는 120여 품목의 매출규모가 전체시장의 절반이 넘는 7581억 원에 이르고 있다.

하위 90% 품목이 반쪽시장에서 각축
반대로 매출액 대비 상위 120여 품목을 제외한 90%에 해당하는 868품목은 나머지 7500여억 원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출혈경쟁을 서슴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특히 매출액 상위 품목들의 경우 ‘품목 고유의 특성’ 이전에 사용자 농민들의 선호도가 높은 제품군인 반면, 이를 제외한 90%의 제품군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나머지 7500여억 원의 시장은 대부분 ‘가격경쟁’으로 승부를 가르고 있다. 농약회사들이 ‘신규제품’ 등록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그것이다.
최근 3년 사이에 신규로 등록된 472개 제품 중 절반에 근접한 209개 제품은 메이저 회사(작물보호협회 정회원)에서 등록했다. 이외 263개 제품은 후발업체(작물보호협회 준회원)들에 의해 등록됐다. [표2]

상위 20위 품목 중 신규품목 4개 불과
반면 매출 상위 20개 품목 중에는 최초등록일로부터 10년이 넘지 않는 품목은 4개 품목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농약회사들의 신규제품 등록‘러쉬(Rush)’는‘ 신제품’이라는 차별화로‘ 출혈 경쟁’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하나의 방편에 불과하다는 반증으로 읽힌다.

품목별로 살펴보면(2016년 기준), 매출액 대비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대표브랜드 : 바스타)’은 2015년 804억여 원을 정점으로 다소 주춤해졌으나, 지난해에도 745억여 원을 기록했다. [표3] ‘ 그라목손’ 퇴출 이후 매출액이 급신장한 대표적인 품목으로 꼽힌다. 하지만 올해 중국산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 원제가격이 60% 가까이 인상되고 수급상황도 불분명한데다 대체약제 등록을 서두르는 분위기가 더해지면서 향후 시장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2위인 과수종합 살균제 ‘만코제브(만코지, 다이센엠-45)’는 2010년 출하물량이 1800여 톤으로 제한된 품목이지만, 2016년 기준으로 1700여 톤에 가까운 출하량을 기록하며 258억여 원의 매출을 올렸다.

3위는 전통적인 종합 살충제‘ 에마멕틴벤조에이트(에이팜)’가 차지했다. 2015년 225여억 원의 매출로 ‘글리포세이트이소프로필아민(근사미)’에 이어 4위를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256억여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3위로 한 단계 올라섰다. 미소해충에 대한 저항성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지만 아직까지 종합 살충제로서 ‘에마멕틴벤조에이트’의 아성에 도전할만한 품목은 등록되지 않고 있다.

전년 대비 한 단계 밀려나 4위를 차지한 품목은 ‘글리포세이트이소프로필아민’이다. 통칭해 소위 ‘바스타’에 대적할만한 비선택성제초제 중의 하나인 ‘근사미’는 한동안 물량제한에 묶여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된서리를 맞은 품목으로 불린다.

2015년 10위권에 머물렀던‘ 플루벤디아마이드(애니충)’가 지난해엔 다섯 단계를 뛰어 넘으며 5위를 마크했다. 지난 2008년 최초등록 이후 한동안‘ 에이팜’,‘ 아바멕틴’,‘ 알타코아’ 등이 석권해온 살충제 시장에서 나방 애벌레에만 특이적으로 효과를 발현하는 새로운 작용기작을 앞세워 빠르게 자리매김 했다.

6위는 ‘클로란트라닐리프롤(알타코아)’로 집계됐다. ‘애니충’과 유사한 작용기작을 나타내는‘ 알타코아’는 2014년 162억여 원의 매출규모를 보이면서 상위 5대 품목에 이름을 올렸으나 이후 매출규모가 조금씩 줄어 지난해엔 126억여 원을 기록하며 한 단계 밀려났다.

다음으로‘ 카보퓨란(후라단)’이 여전히 7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4년 154억여 원에서 2016년에는 114억여 원으로 매출규모가 크게 줄었다. ‘후라단’은 현재 육묘상 살충제와 토양 살충제로 판매되고 있다. 최근 살균·살충 육묘상처리제가 시장을 대부분 대체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살충제만을 육묘상처리제로 사용하는 농가도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기본적인 밭 토양 살충제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8위는 치료용 과수 살균제 ‘피라클로스트로빈(카브리오 에이)’이다. 동일한 제품이면서 제형만 다른‘ 카브리오’와 매출액을 합하면 전체 순위가 5위로 올라설 만큼 출하량이 많은 치료용 살균제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수입완제품으로는 유일하게 ‘하이로드(글리포세이트암모늄)’가 9위를 차지하며, ‘바스타’·‘근사미’와 함께 비선택성제초제 시장의 3대 축을 이루고 있다. 이어 ‘포레스트(싸이메트)’가 꾸준한 매출 신장세를 보이면서 10위권 안으로 진입했다. 반대로 지난 2015년 6위에 랭크됐던 육묘상 살균·살충 동시처리제 ‘오리사스트로빈.카보설판(모드니)’이 지난해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밖에도 △‘플루아지남(후론사이드)’ △‘에토프로포스(모캡)’ △‘아바멕틴(올스타)’ △‘디노테퓨란(팬텀)’ △‘펜디메탈린(스톰프)’ △‘기계유’ △‘플루디옥소닐(사파이어)’ △‘이미다클로프리드(코만도)’ △‘이프코나졸(키맨)’ 등이 20위권 안에서 각축을 벌였다.

 

                                      자체원제 보유회사 대형 소품목 운영
                                      정회원사는 ‘신제품’으로 돌파구 모색
                                      ‘등록제품수’가 준회원사 매출과 직결

 

국내 농약시장에서 오리지널 원제 제품(단제 품목, 이하 ‘오리지널 제품’) 등록은 아주 드물어진지 오래다. 딱히 글로벌회사가 모든 ‘오리지널제품’을 먼저 등록·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2015년부터 지금까지 회사별 제품 등록현황을 보면 메이저 8개 회사들은 209개 제품을 등록했고, 후발업체들도 그보다 많은 263개 제품을 등록한데 반해 바이엘과 신젠타의 제품 등록건수는 각각 7건과 3건에 불과할 정도로 현저하게 낮았다. 이처럼 오리지널 원제를 보유한 제조회사들의 제품 등록건수는 현격히 적지만, 반대로 품목별 매출규모는 상대적으로 월등했다. 자체원제를 앞세운 대형품목 위주로 제품군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경농, 팜한농 등 국내 제조회사들의 경우 신규제품 등록건수가 해마다 늘어나는데도 매출규모는 상대적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와 달리 농협케미컬의 경우는 신규 등록건수도 많은 편이지만, 그보다는 국내에 제조회사를 갖고 있지 않는 상당수의 오리지널 원제회사들이 앞다퉈 신규품목을 집중시켜 주다보니 팜한농의 ‘아성’을 넘보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요약하면, 국내 농약시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오리지널 원제 확보가 승패의 관건이 된지 오래고, 그 차선책으로는 제네릭 원제로라도 ‘제형’ 변경이나 ‘합제’를 만들어 ‘신제품’으로 등록해야만 그나마 이익 구조를 맞출 수 있는‘ 궁여지책’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향후 오리지널‘ 암울’ VS 제네릭‘ 팽창’ 전망
농약업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신규물질 개발이 더딘 상황에서 국내 농약회사들이 해마다 제품 등록건수만 늘린다고 해서 이익구조를 개선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제라도 농약 유통구조를 확실하게 바꾸는 노
력이 필요하다”고 단언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국내에 등록된 거의 모든 제품들은 향후 10년 이내에 특허가 만료되고, 그러다보면 품목마다 제품별 차별성도 사라질 수밖에 없는 만큼, 언제까지 ‘신제품’이라는 옷을 입혀 농민들을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