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문제가 되는 병해충·잡초에 대해 공동 대응 결정을 할 수 있는 정부 조직내 ‘(가칭)외래 병해충·잡초방제 위원회’ 결심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외래 병해충 및 잡초의 발생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농경지, 근린생활권 등에서 피해와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병해충과 잡초는 자신들의 생활 패턴에 따라 번성할 뿐 농경지, 도로 주변, 상수도보호구역, 산림 등을 구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구역은 지역에 따라 관리하는 주체가 다르다. 농경지는 농촌진흥청, 산림은 산림청, 물과 관련된 지역은 농어촌공사나 수자원공사, 수입과 관련해서는 검역본부 등이 관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병해충잡초의 발생 상황에 따라 각각 대응하거나 일부만 협력하는 등 초기 대응이 늦어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지난 3월 23일 국회의원(자유한국당 이완영의원, 더불어민주당 위성곤의원), 정부기관(산림청, 농촌진흥청, 농림축산검역본부) 및 학계(한국식물병리학회, 한국응용곤충학회)가 공동으로 ‘식물병해충방제포럼’을 개최하고 이 같은 부분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회의에서는 소나무재선충과 과수화상병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며 조기 방제를 통해 피해를 방지하는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박재홍 영남대 교수가 “농림축산식품부에 식물병해충 예찰·방제 컨트롤 타워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이후 후속조치로 지난 4월 26~27일 경주 현대리조트에서 개최된 응용곤충학회 ‘춘계학술발표회’에서 박정규 회장의 주체로 ‘국가곤충현안 협의회’를 결성하기 위한 회의가 진행됐다.
응용곤충학회는 기존의 대외협력위원회를 개편해 각 기관 및 학교 등으로부터 다양한 세부 분야의 전문위원을 위촉하고, 해당 분야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여겨질 때 해당 위원들 및 관련자들을 모아 분야별 간담회를 수시로 진행해 가을 전에는 협의회가 발족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곤충 분야만 놓고 보았을 때 선녀벌레는 검역원, 농진청, 자원관 등에서 다르게 분류하고 있을 정도로 소통의 기회가 적고 중복연구 등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관이나 학교에서 하기 어려운 일 등을 학회 차원에서 논의·발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내다봤다. 필요하다면 법 제정 등이 가능하도록 의견을 내는 역할을 맡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협의회에는 국립생물자원관, 국립생태원, 농림축산검역본부, 농촌진흥청(원예특작과학원, 국립농업과학원), 질병관리본부 매개곤충과, 방역협회, 산림과학원, 국립수목원, 각 도 농업기술원 등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고려 중이다. 이 같은 문제점 인식은 응용곤충학회 외에도 국립농업과학원에서도 이뤄졌다. 농과원은 지난 4월 19일 ‘2017년 주요 병해충 발생전망 및 대응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국회의원·기관·학계, 식물병해충방제포럼 개최
응용곤충학회, 국간곤충현안 협의회 결성 회의
농과원, 병해충 발생전망 및 대응 심포지엄 개최
생태·방제 전문가 중심, 구역 담당 기관 협력 필요
이진모 농과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교역 증가, 이상 기후 등으로 병해충 발생의 양상이 예년과는 많이 달라졌다”며 “농진청은 돌발 및 외래 해충의 방제효과를 높이기 위해 중앙기관 산림부서는 물론 도농업기술원, 시·군농업기술센터와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상호협력해 병해충 발생예찰을 보다 강화하고 전국 동시 공동방제를 일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소나무재선충, 선녀벌레, 꽃매미 등 해충의 경우가 눈에 가장 잘 띄고 문제성을 인식하기 쉽다. 때문에 곤충 분야에서의 공동 대응 목소리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잡초 부분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은 크다. 농경지에서의 잡초 관리는 농산물 생산과 직결되기 때문에 연구도 많이 돼 있고 지속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어 오히려 문제의 심각도는 낮다.
반면 ‘가시박’으로 대표되는 외래식물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양상은 무서울 정도다. 이미 ‘가시박’은 여러 차례 미디어를 통해 소개되면서 지자체 등을 중심으로 계속 제거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가시박’ 역시 산림과 수자원보호구역, 농촌의 폐농 등 구역이 달라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결국 해충, 병, 잡초 모두 지역에 관계없는 공동 방제 등 일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특히 현재 이뤄지고 있는 논의 들은 각각의 분야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관련 전문가는 “병해충·잡초 모두 결국 ‘방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이들의 생태와 방제에 관련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지역에 관련된 기관들과 협력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위원회 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병해충·잡초에 대해서는 농식품부가 검역본부, 농진청 등 산하기관을 가지고 있는 만큼 농식품부 내에 위원회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관련 전문가는 “위원회에는 농식품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응용곤충학회에서 발족할 협의회의 회장처럼 각 분야를 대표할 수 있는 전문집단 대표, 관련 구역 기관(산림청, 수자원공사, 도로교통부 등)의 관련 부서장, 지자체 관련부서 공무원 등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렇게 구성된 위원들이 전국적인 예찰 등을 통해 병해충·잡초 발생 양상을 파악하고 공동 방제 시기를 결정하는 등 동시 다발적으로 응대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위원회가 결성되어야 예산을 배정할 수 있으며 실질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며 “병해충·잡초는 일상생활에서는 크게 느낄 수 없겠지만 식량 문제와 결부시켰을 때 인류의 생존과 끊임없는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는 점을 크게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미진 l choubab@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