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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

농약업계, 토양병해충 시장 ‘다시보기’

제품수 많지 않지만 750억원 시장 형성
연작장해 주원인, 토양병원균으로 꼽혀
집약적 농업으로 휴경 어려워 대안 역할

농약 제조회사들이 최근 토양 병해충 관련 제품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하작물 농약품목등록 시험 2년차에 접어든 회사별 토양 병해충 방제 약제수는 총 50개로 현재 약 750억원에 달하는 토양 농약 시장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연작장해로 인해 토양 병해충 방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토양병해충 방제제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연작장해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먼저 작물별로 연작장해의 정도는 큰 차이가 있다. 작물학에서는 벼·맥류·조·옥수수·고구마·무·당근·딸기·양파 등을 해가 적은 작물로 분류하고 있다. 1년 휴작이 필요한 작물은 쪽파, 시금치, 콩, 파, 생강 등이다. 2년 휴작이 필요한 작물은 마, 감자, 잠두, 오이, 땅콩 등이다. 3년 휴작이 필요한 작물은 참외, 강낭콩 등이며 5~7년은 수박, 가지, 우엉, 고추, 토마토 등이다. 연작장해가 문제가 되는 과수는 복숭아, 감귤류 등이며 사과, 포도, 자두, 살구는 연작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분류에서처럼 휴작이 필요한 작물은 꽤 많지만 우리나라의 작부체계를 보면 이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오이, 감자, 참외, 수박, 고추, 토마토, 복숭아, 감귤 등은 대표적으로 많은 면적에 재배되고 있지만 이들 작물은 동시에 연작이 중점적으로 이뤄지는 작물이기도 하다. 즉 휴경이 필요한 작물이 연작으로 재배돼 장해가 심하게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채소와 과채류가 시설 내에서 재배되고 있어 연작장해는 더욱 심하다. 시설 내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 토양에 축적된 염류가 씻겨 내려갈 겨를이 없어서다. 논에서는 연작장해가 일어나지 않는다.


연작 장해의 피해 양상은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토양 전염성 병해충이 집적돼 청고병, 역병, 위조병, 균핵병, 선충 등이 창궐한다. 또 토양 물리성(고상, 기상, 액상 균형 파괴), 화학성(pH, EC. ECC저하, 인산 및 칼슘 집적), 미생물상(유용미생물 감소, 병균 수 증가) 악화 현상이 일어난다. 더불어 유해 가스가 발생하기도 하며 이에 따라 생리 생육 장해도 나타난다.


과거에는 연작장해를 기지라고 부르며 식물독소가 원인인 것으로 이해했다. 토양양분이 부족해 장해가 일어나는 것으로도 생각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시비량을 지속적으로 늘릴수록 토양 중 양분 과잉이나 불균형이 초래되면서 염류로 작물이 큰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연작장해의 원인을 토양전염성 병해로 꼽는다. 왜 토양전염성 병해를 연작장해의 원인으로 꼽을까.
같은 작물을 매년 같은 장소에 심어 재배하면 그 작물의 뿌리에 적합한 특정 병원균이 뿌리에서 증식한 뒤 잔뿌리와 함께 토양에 계속 남게 된다. 이것이 매년 지속되면 점차 병원균이 증가하게 된다. 또 작물은 연작에 따른 부적절한 시비관리로 인해 과잉·불균형된 양분으로 저항력이 약화되면서 병이 쉽게 발생하게 된다.


이 환경 속에서 병원균은 발병력이 강해지게 된다. 밀도도 높고 알맞은 환경이 계속 조성되기 때문에 점점 번창하게 되는 순서다. 특히 균밀도가 높은 상태에서는 병원균에 불리한 조건하에서도 병이 발생한다. 악조건에서도 개중에 살아남는 병원균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번성한 병원균은 대형 농기계에 의해 주변 토양으로 쉽게 전파·확대되면서 사태가 심각해지는 수순을 밟는다.

토양병해가 발생함에 따라 이를 방제하기 위한 토양살균제 시장도 제품이 늘어나고 시장이 팽창하기 시작했다.

 


2008년 260억원에 이르던 시장이 2015년 기준 400억원에 이르는 시장으로 커졌다. 후론사이드로 대변되는 플루아지남 제품이 약 150억원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으며 혹안나 등이 47억원, 살림꾼이 44억원, 카디스가 40여 억원을 차지하며 그 뒤를 이어가고 있다. 쏘일킹은 살균·살충제로 40억원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토양살균제 시장과 함께 토양살충제 시장도 비슷한 성장 패턴을 보이고 있다. 2008년 200억원 정도의 토양살충제 시장은 2015년 340억원정도로 늘었다. 8년새 1.5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토양살충제는 싸이메트 등이 90억원, 모캡 등이 77억원, 멸땅충 등이 53억원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선충탄이 단일품목으로는 28억원, 아파치가 20억원, 샤리프, 토지탄, 럭비, 네마킥 등이 뒤를 잊고 있다.


토양살충제 시장이 커지는 것에 대해 관련 업계 전문가는 “과거에는 토양내에서 월동이나 유충 시기를 지내는 해충을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벼룩잎벌레 등을 토양에서 바로 방제해 방제효과를 높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병원성 선충의 발생 밀도가 계속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이들에 대한 추가 등록도 계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작물의 지상부에 붙어 있는 진딧물 등의 해충을 방제하기 위해 토양살충제를 사용하도록 하기도 한다. 작물이 약제 성분을 뿌리로부터 흡수해 지상부의 진딧물을 방제하는 메카니즘이 가능해지면서 관련 약제들의 등록도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토양병해충 방제 시장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쌀 생산 감축 정책을 냄과 동시에 쌀 이외의 작물의 자급율을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어서다. 쌀 이외의 작물은 대부분 밭작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시장이 커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정된 경작지에서 ‘휴경’은 사실상 불가능
토양 관련 전문가는 토양병해가 일단 발병하고 나면 고칠 방도가 없기 때문에 미리 발생정도를 예측하고 모든 방제 대책에 대해서는 작물을 심기 전에 조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토양병해 발생정도의 예측이나 거기에 상응하는 방제대책은 각 포장 단위로 세밀하게 세워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 토양병해에 대한 약제방제는 일반적으로 대단히 어렵고 그 외의 방제기술도 한 가지 방제기술로 효과를 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중 전문가들은 연작 장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휴경을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꼽는다. 병원균 밀도가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집약적 농사가 주류인데다 시설의 경우 바로 다음 작기의 작물을 심어야 하기에 휴경은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흙살리기’에 민·관·산·학 공동대응 절실
농약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같이 경지면적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휴경은 농민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다”라며 “그래서 현실적으로 토양소독 및 토양유래해충의 방제는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마찬가지로 비료사용에 따른 염류집적현상도 해결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토양소독과 염류제거를 동시에 추진하는 연구나 실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민·관·산·학이 함께 토양을 살리는 방법을 종합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빈번한 토양 소독은 토양내 균을 모두 없애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병원균에 오히려 취약해 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소독 직후의 토양은 균끼리의 경쟁도 적고 사균체 등 먹이도 풍부하다. 이에 따라 생육속도가 빠른 병원균이 살아남거나 외부에서 유입되면 급속하게 증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관련 전문가는 “토양을 농약 등으로 소독한 후 유용미생물을 살포해 토양 생태계가 작물 생육에 알맞도록 조절하는 등 복합적인 연구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심미진 l choubab@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