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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농자재업체, 혁신 통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홍성조 농업경영연구소 소장

농자재 유통업계가 거대한 시대적 흐름의 폭풍우에 쓰러질 것인가? 농민과 함께 폭풍우를 헤쳐 나가 독보적인 농자재업체로 발돋움할 것인가?
농가소득은 2005년에 3050만원에서 2015년에도 3721만원으로 10년동안 3000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순수 농업을 통한 수입은 더 암울하다. 2005년도에 순수 농업소득은 1182만원이며 2015년에는 1125만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또한 도농간의 소득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2016년 전국 농가 평균 소득이 3722만원으로 10년전인 2006년의 3230만원보다 490만원이 늘어난 15.2% 증가에 그친 반면 같은 기간에 도시근로자 가구소득은 4133만원에서 5780만원으로 1647만원이 늘어난 39.8% 증가했다.


이는 2006년 도시 근로자 대비 농가소득 비율이 78.2%였으나 2015년에는 64.4%로 떨어졌다. 산업단지, 택지개발 등으로 농지가 빠르게 줄어가고 있고 우리의 식량 자급율이 22%로 다른 나라의 농산물로 우리의 먹거리를 해결해야 하는 형편이고 OECD 국가 중 선진국들은 식량 자급을 못하는 나라가 일본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호주 176%, 미국 150% 등이고, 몇 개 국가를 제외하면 자급율이 낮은 나라도 최소한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OECD 평균은 83%이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국격은 높아졌지만 농업의 현실은 이와 다르다. 농업을 남에게 의존하면 절대 선진국이 될 수 없다. 농업을 단순히 공산품과 비교해 비교우위의 논리로 ‘핸드폰은 수출하고 마늘은 싸게 수입해 먹으면 된다’라는 논리가 만연한 것이 현재의 우리의 현실이다.


이 가운데 농자재 현실을 보자. 일부 농민들은 국가의 보조에만 관심이 있고, 학연 지연 또는 은밀한 거래가 시도되며 품질이 확인되지도 않은 제품들이 결정된다. 보조 사업은 보조 사업일뿐 일회성 보조사업으로 끝나기 일쑤고 원래의 취지는 온데간데 없다.


또한 농자재 유통업체들은 재배기술을 전파하고 고품질의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하기 보다는 단기적인 이익에만 관심이 있다. 전 세계는 지금 증기기관과 기계화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 전기를 이용한 대량 생산이 본격화된 2차 산업혁명, 인터넷과 컴퓨터를 활용한 정보화 및 자동화 생산시스템이 주도한 3차 산업혁명에 이어 로봇이나 인공지능(AI)을 통해 실재와 가상이 통합돼 사물을 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가상 물리 시스템의 구축이 기대되는 4차 산업의 시대가 도래 했는데도 자기 개발이나 혁신 없이 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관례대로 소규모 영세 가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업을 해나간다. 공동의 이익보다는 피 터지는 싸움으로 공멸하는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우리 농산업계의 현실이다. 우물 안에 갇힌 개구리처럼! 이제 농자재 유통업계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거대한 시대적 흐름의 폭풍우를 맞고 쓰러지느냐! 아니면 독보적인 농자재 업체로 발돋움 하느냐?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이름이다.

 

농자재업체는 진단처방가, 유통 전문가, 재배기술자, 농업컨설턴트이다
농업이 미국과 같이 대규모로 기업화되어 있는 국가를 제외하고 농업이 발달한 유럽은 물론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도 우리의 시판상 위주의 유통구조를 가지다. 이러한 시판상 위주의 유통구조는 농민과 아주 긴밀한 관계가 형성되며 농민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관계이다. 따라서 농자재 제조업체들과 농민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농자재를 유통하는 농자재 업체들의 역할은 농업에 있어서 아무리 중요함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다면 농자재 업체의 진정한 역할은 무엇인가? 이마트와 같은 대형마트에서 불특정 다수의 고객들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것과 비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의사의 처방대로 약을 판매하는 약사와 비교될 수 있을까?
아니다. 농자재 업체의 역할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관계도 아니며 의사의 처방전대로 약을 내어주는 약사의 역할이 아니다. 농민의 얘기를 듣고 작물의 상태를 파악해서 진단을 내리고 해결 방안까지 제시하는 의사와 약사의 역할을 겸하는 농업 진단처방 전문가의 역할을 해야 하며, 고품질의 농자재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여 농가 소득을 올려주는 유통 전문가이며, 새로운 농업 기술이나 작물 재배 기술을 전파하여 고품질 작물을 생산하게 지원해주는 재배기술 전문가이며, 올바른 농업 방향과 비전을 제시해 농업 발전에 일조하는 농업 컨설턴트의 역할이 진정한 농자재 유통업체의 할 일이다. 

 

한국농업, 대형화·집단화·전문화 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 농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까?
농가 인구는 2010년에 350만명이었으나 5년이 지난 2015년에는 257만명으로 93만명이 줄어 27%의 현격한 감소율을 보였다. 또한 농가의 평균 연령은 2010년에 62.3세에서 2015년에 65.6세로 노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귀농 귀촌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긍정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농촌진흥청 산하 귀농귀촌종합센터에는 하루 평균 100명이 넘는 사람이 문의할 만큼 도시민의 탈(脫)도시와 귀촌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하지만 귀농 귀촌한 사람들 중에서 상당수는 실제 농업에 종사하지 않고 귀촌을 한 경우도 많고 농업에 종사하더라도 소규모 농업에 종사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알려져 있다.


귀농인구는 2013년에 29만 가구가 2015년에는 33만 가구로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로 농사를 귀농인구는 3%에 불과하며 나머지 97%는 텃밭을 가꾸며 노후를 즐기는 귀촌 인구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 귀농인구 중에서도 전업농보다는 농산물을 가공하여 판매하는 6차 산업이나 농촌 관광 산업화에 관심이 많아 실제로 농업 활동을 하는 전업농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전업농 인구가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농업은 도시민들이 단순히 텃밭을 가꾸는 소일거리가 아닌 고도의 기술과 경험이 필요한 전문직이기 때문이다. 섣불리 덤벼들었다간 그나마 있는 재산 다 날리기 쉽기 때문이다. 책에 나오지 않고 이론과 다른 실제 상황에 벌어지는 일들이 부지기수로 많다. 결론적으로 농업은 이와 같이 전문직인데 비해 농업에 대한 비전이나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해 현재 농업이 기울어져가고 있다. 농업의 축소는 우리의 식량안보를 지켜내는 일이나 농업이 축소되면서 나타나는 환경 파괴문제, 우리 문화의 멸실 그리고 공동체 붕괴를 고려할 때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첫째 대형화로 가야한다. 농촌의 휴경지나 노령화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들을 모아 젊고 의욕이 넘치는 농민이나 영농조합등을 설립해 위탁 경영하게 해야 한다. 대형화로 경상비를 절감해 경쟁력을 갖추고 균일화된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 현재도 이런 제도가 있으나 유명무실한 상황인데 농민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활성화를 모색해해야 한다. 둘째로 집단화해야 한다. 기존의 작목반의 개념을 확대 발전시켜 마을별로 주된 작물을 선정하고 집산지 형태로 발전시켜야 한다. 함께 모이면 힘이 생기고 재배 기술은 늘기 마련이다. 집단화하면 다양한 방안으로 농업의 가능성을 열수도 있다. 셋째로 전문화해야 한다. 대형화나 집단화 같은 방안이 효율적이지 못한 경우도 많다. 가족농 중심의 형태로 선도적인 관점에서 특화된 작물을 재배하는 것도 좋은 방안일 수 있다. 

 

‘협동조합’을 통한 상생이 필요하다
우리 농산업계는 매일 농민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웃고 함께 운다. 농민들이 잘 살아야 농자재 관련업체들도 잘된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길은 많다. 농민들도 힘을 합치고 농자재 업체들도 힘을 합치면 힘이 생기고 경쟁력이 생긴다. 미래가 보인다.


2010년부터 중앙정부와 각 지방자치와의 협조로 추진되는 ‘마을기업’은 농촌을 단결 하게 만드는 좋은 방안이다. 마을기업은 지역주민이 그 지역의 자원으로 지역에서 안정적인 소득과 일자리를 만드는 것인데 농산물을 이용한 식품가공, 농촌 체험마을, 가내 수공업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농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농가의 경우도 여러 아이디어로 농업외로 소득을 보전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공유해야 한다. 농산업 업체들은 농민들의 집단화를 지원하고 단결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농업이 대형화되고 전문화된다. 농업이 살면 대한민국이 살고 농자재 업체들에게도 기회가 온다. 글로벌 식품 유통회사인 썬키스트, 웰치스, 블루다이아몬드, 1846년에 세워진 미국의 신문사와 방송회사가 세운 AP 통신, 세계시장 점유율 1위, 한국 시장 점유율 1위인 뉴질랜드의 키위 유통업체인 제스프리, 한국내 우유시장의 38%로 시장 점유율 1위인 서울우유.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는 다름아닌 ‘협동조합’이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이 적절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방안으로 협동조합을 만든 것이다. 풍년으로 농산물이 과잉 생산 돼도 안정적인 가격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가격이 폭등해정해진 가격만을 받는다. 기상이변으로 2010년 9월 배추값이 1만 5천원으로 치아도 한살림과 아이쿱 생협은 평소 받던 가격인 2,000정도에 팔수 있었고 반대로 시중 가격이 아무리 떨어져도 농민들은 평소에 받던 제 가격을 받을수 있는 것은 협동조합의 힘 때문이었다.


농자재 업체들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재배기술을 익히고 농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또한 농자재업체들끼리도 단결해야 한다. 함께 공부하는 모임을 만들어 연구하고 제품에 대한 안목을 넓히고, 공동구매로 고품질 자재를 저렴하게 공급해야 한다. 더 나아가 하나의 공동 브랜드를 만들어 효과 좋고 저렴한 착한 상품이미지를 소비자(농민)에게 각인시켜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농자재 업체들이 함께 모여 협동조합 형태로 공동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