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2024년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전남을 중심으로 전국 벼농사 지역을 휩쓴 외래해충 벼멸구의 피해와 관련 대책 마련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여야 의원들은 쌀값 하락과 함께 벼멸구 피해에 대한 정부 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했다. 7일 농식품부 국감에서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벼멸구 피해를 농업재해로 인정하기로 했다”고 답변한 데 이어, 8일 농식품부는 농업재해대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벼멸구 피해를 농업재해로 인정하는 심의안이 확정되었다고 밝혔다.
문금주 의원(더불어민주, 고흥·보성·장흥·강진)은 국감 자료를 통해 “본격적인 벼 수확기를 앞두고 벼멸구 피해가 우후죽순 번져 피해농가 주민들은 폭락한 쌀값에 이어 병해충 피해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피해지역을 특별재난 지역으로 선포하고 정부 차원의 신속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농촌진흥청로부터 제출받은 벼멸구 발생원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는 예년에 비해 6월 중국발 벼멸구의 비래량이 많았고 그 시기 또한 빨랐으며 7~8월 벼멸구 생육 최적 온도조건이 형성됨에 따라 세대 경과 일수가 평년대비 10일 이상 단축돼 조기에 3세대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9월 기온이 평년(21.7℃) 대비 고온(26.6℃)으로 벼멸구의 활력이 떨어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지속된 고온으로 인해 벼멸구 피해가 확산됐다”고 덧붙였다.
벼멸구는 고온성 해충으로 발육 최적온도가 27~33℃이며, 우리나라는 올해 9월 중순까지 평균기온이 27.1℃로 최근 10년 중 가장 높았던 해이다. 문 의원은 “벼멸구 피해는 방제의 한계성과 폭염·태풍에 기인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과 현장의 목소리가 있다”며 “고온으로 발생한 벼멸구 피해 등 참혹한 농촌 현장의 고통이 덜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신속한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철현 의원(더불어민주, 여수)도 국감 자료를 통해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급증한 벼멸구 피해와 관련해 정부의 즉각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주 의원은 “작년 전국의 벼멸구 피해 면적이 1046ha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3만4140ha로 무려 34배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며, 특히 전남 1만 9603ha와 전북 7187ha 등 호남 지역 농민들에게 피해가 집중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이번 벼멸구 피해의 급격한 확산 원인은 여름철 극심한 폭염과 이상고온이라고 지적했다. “7월부터 9월까지 전남 지역의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2.6℃ 높아지면서 벼멸구의 부화일이 단축되고, 산란횟수가 늘어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주 의원은 폭염과 이상고온으로 인해 발생한 만큼 정부가 벼멸구 피해를 즉시 농업재해로 인정해서 신속한 피해 조사와 복구비 지원을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벼멸구와 집중호우 피해가 동시에 발생한 지역은 특별재난 지역으로 선포할 것도 주장했다.
이어 주 의원은 7일 국감 현장에서 “폭염, 이상고온, 태풍으로 발생하는 병해충이 농업재해로 인정받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현재 심의위원회 심의를 받도록 되어 있는 부분 등을 개선하는 농업재해대책법 시행령의 개정”을 요구했다. 송 장관은 이에 대해 “법 개정안에 올라와 있다”고 답변했다.
전종덕 의원(진보, 비례)은 농해수위의 농식품부 국감 현장에서 “기후위기 시대에 해충(벼멸구)을 재해로 인정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하면서도 농식품부의 대응 일부에 대해서는 따끔하게 지적했다.
전 의원은 “추석 전 전남지역에 벼멸구가 창궐해, 농식품부에 벼멸구 피해 현황과 방제 비용 지원 관련 자료를 요구했더니 농촌진흥청 업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다시 농진청에 자료 요구 결과 “벼 병해충의 피해 면적 조사는 하지 않고 있으며, 예방적 방제를 위한 기초자료 차원의 병해충 발생상황 조사가 업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의원은 두 기관의 업무 떠넘기기 태도를 질타했다. 비슷한 문제가 또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피해를 빠르게 조사하고 대책을 세우는 매뉴얼 마련을 강조했다.
아울러 “피해 조사를 받지 않고 수확한 농가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 재해 관련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농식품부는 8일 농업재해대책심의위원회에서 벼멸구 피해를 농업재해로 인정해, 지자체를 통한 본격적인 피해조사 후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키로 했다.
농식품부는 벼멸구 발생면적(3만4000ha)에 대해 시·군에서 이달 21일까지 조사를 완료한 후 11월 중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벼멸구 피해농가에는 피해규모에 따라 농약대(79만원/ha), 대파대(352만원/ha), 생계비(117만8400원/2인, 183만3500원/4인), 농업정책자금 상환연기 및 이자감면을 지원하고, 농가경영을 위해 추가 자금이 필요한 경우 금리 1.8%의 재해대책경영자금 융자(최대 5000만원) 등을 지원한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벼멸구 피해농가에 재난지원금이 최대한 빨리 지급될 수 있도록 신속히 피해조사를 실시하고, 피해벼 전량 매입 등을 통해 농가 경영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