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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벼 키다리병 저항성 품종 육성 길 열렸다.

농진청, 남평벼에서 키다리병 저항성 유전자 분리·선발표지 개발
국제학술지에 논문으로 게재… 저항성 품종 육성 기반 마련 기대

우리나라 벼 품종인 남평벼의 키다리병을 보다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농촌진흥청(청장 권재한)은 최근 남평벼에서 키다리병 저항성 유전자를 분리하고 선발표지를 개발했다.

 

농진청에 따르면, 벼 키다리병은 곰팡이 병원균인 후사리움 후지쿠로이(Fusarium fujikuroi)에 감염돼 생긴다. 곰팡이 포자가 벼꽃에 감염돼 종자로 전염되는데, 감염된 종자에서 발아한 벼는 웃자라다가 위축되면서 말라 죽는다.

 

키다리병은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벼를 재배하는 나라 대부분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온상승과 약제내성 균주의 출현으로 2000년대 이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농진청은 2017년 남평벼에서 키다리병 저항성 유전자가 1번 염색체에 위치하는 것을 밝혔고, 이 유전자에 FfR1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농진청은 이번 연구에서 FfR1의 위치를 더욱 정밀하게 파악하기 위해 키다리병 저항성을 가진 남평벼와 키다리병 감수성(식물 병충해에 약한 성질, 저항성에 대응하는 반대의 개념)인 주남벼를 교배해 2995개체의 후대 집단을 분석했다.

 

그 결과, FfR1은 1번 염색체의 3.63-23.67 Mbp(37.1 kbp) 구간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 구간에는 토마토 잎곰팡이병에 저항성을 부여하는 Cf-2 유전자와 비슷한 유전자 7개가 존재했다.

 

이 유전자들을 FfR1의 후보 유전자들로 선정해 남평벼에서 분리한 후 주남벼에 적용한 결과, 이들 가운데 OsI_02728 유전자를 적용한 주남벼가 키다리병에 저항성을 보였다. 이로써 OsI_02728 유전자가 FfR1임을 증명했다.

 

<OsI_02728 유전자 형질전환 계통들의 키다리병 반응>

 

농진청 연구진은 이와 함께, FfR1이 세포막에 위치하며 병원균 침입을 감지해 저항성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LRR-RLP 패밀리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유전자임을 밝혀냈다. LRR-RLP 패밀리(leucine-rich repeat receptor-like protein family)란 토마토 잎곰팡이병 저항성 유전자들(Cf-2, Cf-4, Cf-9)과 시들음병 저항성 유전자(I-7)가 이 패밀리에 속하는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OsI_02728 유전자 형질전환 계통들의 키다리병균 접종에 따른 고사율>

※ 키다리병균 접종 후 약 4주 후 측정

 

연구진은 FfR1의 염기서열을 이용해 선발표지를 개발했다. 이 표지를 이용하면 FfR1을 지닌 계통을 100% 정확하게 선발할 수 있어 벼 키다리병 저항성 품종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IF=4.9)에 논문으로 게재됐다.

김경환 농진청 유전자공학과장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벼농사에 문제가 되는 키다리병에 저항성을 부여하는 유전자를 분리함으로써 정밀하고 신속한 키다리병 저항성 품종 육성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