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료 완제품에 비의도적으로 혼입되는 ‘IAA(Auxin Indole, 아세트산)’의 함량을 1ppm 수준까지 허용하는 「비료공정규격」 설정 고시 개정에 제동이 걸리면서 친환경농자재 업계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달 14일 제4종·미량요소 복합비료 등에 ‘옥신(IAA) 1ppm(1.0mg/kg) 수준의 비의도적 혼입 허용’을 골자로 하는 「비료공정규격」 설정 고시 개정을 위한 ‘천연 생장조정물질에 대한 비의도적 혼입 허용 관련 관계기관 협의회’를 개최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농진청(농자재산업과, 농과원)과 한국농업기술진흥원(농업자원분석팀), 한국비료협회, 한국친환경농자재협회, 경상국립대학교에서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농진청은 이에 앞선 지난 5~7월 중에 친환경·유기농업자재 생산업체 8곳의 해조추출물 11개 제품에 대한 성분분석과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비료 완제품 기준 IAA 1.0ppm 수준의 비의도적 혼입을 허용하는 「비료공정규격」 설정 고시의 예외 기준 마련’ 필요성을 도출했다.
그 이전에도 농진청은 제4종·미량요소 복합비료 등에 ‘옥신(IAA) 1ppm(1.0mg/kg) 수준의 비의도적 혼입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고시 개정을 추진해 왔다. 아울러 친환경농자재 생산업체가 IAA의 확실한 천연 함유 근거를 제시할 경우엔 10ppm까지도 설정 고시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농진청은 이의 연장선에서 지난 3월 제1차 전문가 협의회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한 이날 협의회에서도 이러한 검토 결과를 중심으로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에 나섰다. 그러나 협의회에 참석한 일부 전문가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IAA의 예외 기준 마련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협의회 참석 전문가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학계에서 참석한 전문가는 “딸기 작물의 경우 꽃에서 자연발생적으로 ppb 단위의 IAA가 검출되기 때문에 꽃이 피는 시기에 IAA 함유 제품을 인위적으로 살포하면 ‘약해(비해)’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관의 한 전문가는 “비료 완제품에 IAA의 혼입을 허용할 경우, 기존 IAA 함유 농약 완제품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고, 특히 비료 생산업체가 고의로 IAA를 첨가해 기존 농약 제품과 유사한 효과 발현을 시도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이러한 이의제기에 대해 한마디로 ‘기우’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요약하면, 딸기 작물의 정아우세성을 감안하더라도 1.0ppm 수준의 IAA 함유 비료 완제품(제4종·미량요소 복합비료)을 500~1000배로 희석해 살포할 경우 0.005~0.001ppm 농도가 되기 때문에 ‘약해(비해)가 우려된다’는 주장은 근거가 미흡한 확대 해석이라는 것이다. 또한, 기존 IAA 함유 농약 완제품과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도 ‘비의도적 혼입 허용’을 전제로 하는 예외 기준 마련에 ‘의도적 첨가(혼입)’를 우려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반론이다.
농진청은 그러나 협의회 과정의 ‘소수 의견’을 받아들여 하우스 딸기 작물과 또 다른 1개 작물을 대상으로 1.0ppm 수준의 IAA 함유 비료 완제품에 대한 ‘약해(비해)’ 시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딸기 작물 등의 생장점이 생성되는 시기(꽃이 피어 있을 때)에 IAA 함유 0.05ppm, 0.1ppm, 1.0ppm 수준의 비료 완제품을 각각 하우스 시험포에 직접 살포해 ‘약해(비해)’ 여부를 가릴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농진청은 이후 재배시험 결과에서 ‘약해(비해)’ 우려 등이 불식될 경우, 다시금 전문가 협의회를 거쳐 친환경·유기농업자재 전문위원회에 상정, 「비료공정규격」 설정 고시의 개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정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농진청은 또 향후 딸기 작물 등의 개화기에 맞춰 IAA 함유 비료 완제품을 직접 살포해 ‘비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재배시험은 △국립농업과학원 토양비료과에서 시험설계를 맡고, △시험비(약 500만원 정도) 부담과 진행은 한국친환경농자재협회 주도로 시험연구기관(CRO)을 통해 추진하기로 했다.
친환경농자재업계는 대체적으로 농진청의 이같은 프로세스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관련 업계의 입장에서는 적용작물별로 제품의 판매 시기를 한 번만 놓치는 것으로도 매출에 막대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번처럼 IAA 함유 비료 완제품의 허용 여부 결정 시점이 미뤄지는데 대해 못마땅한 분위기가 팽배했다.
몇 해 전 해조추출물을 원료로 사용한 친환경제품에서 0.05ppm을 초과하는 IAA 성분이 검출돼 행정처분을 받았던 한 업체의 관계자는 “당시 농관원(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단속에 걸렸을 때 비의도적으로 혼입된 1ppm 미만의 IAA 성분이 검출됐는데도 사실상 회사가 휘청거릴 정도로 강한 데미지(손해)를 입었다”며 “이후 농진청에서 1ppm 수준의 비의도적 함유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고시 개정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기뻐했는데, 또다시 어줍잖은 이유로 그 시기가 미뤄진다니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문가 협의회 이후 농진청이 딸기 작물 등의 개화기에 해당 제품을 살포해 ‘약해(비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재배시험을 진행하기로 결정한데 대해서도 한 관계자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냐”는 냉소적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친환경농자재 업계에서는 식물생리활성제(Biostimulants)의 대표적 원료로 사용되는 해조추출물(Seaweedextracts)에 자연적으로 함유된 천연성분 IAA에 대한 규제(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비료공정규격」 설정 고시 개정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해 왔다. 그 근거로, 천연 IAA는 농산물의 잔류허용치가 10ppm 이하일 경우 사람이 평생을 섭취해도 안전한 양인 만큼 친환경농자재에 함유(비의도적)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천연 IAA 성분에 대한 규제는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미국이나 EU(유럽연합)·영국·일본 등 그 어느 나라도 비료 완제품(제4종·미량요소 복합비료 포함)에 함유된 IAA 잔류 검사를 하지 않고 있을뿐더러 잔류 검사 의무 규정도 아예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4.1.16.자 ‘옥신(IAA) 등 천연성분의 비료 원료 허용 절실’ 가사 참조≫
농진청도 올해 들어 친환경농자재 업계의 이러한 숙원을 토대로 제4종·미량요소 복합비료 등에 비의도적으로 함유된 일정 함량의 IAA 성분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관련 고시 개정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IAA 성분의 허용 한계치를 설정할 수 있는 관련 논문이나 시험 성적서 등의 명확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아 난항을 겪었다. 《2024.3.1.자 ‘옥신(IAA) 등 천연 성분(함량) 입증되면 고시 개정 검토’ 기사 참조》
결국, 농진청은 지난 5~7월 3개월에 걸쳐 국내 해조추출물(유기농업자재) 제품에 대한 제조업체 현장 조사와 성분분석을 진행했다. 농진청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20년 이상 해조추출물 제품을 취급해온 제조회사의 경우 재배시험 또는 농가 실증시험을 토대로 사용량(500~1000배액)을 설정해 판매해 왔으나 약해(비해) 등의 민원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캐나다·호주·노르웨이·남아프리카·미국·중국·인도 등에서 제조해 국내에서 유통되는 11개 해조추출물(액상, 분말) 제품(원료)을 분석한 결과, 호주산 분말 제품에서 최대 1.189ppm의 IAA 성분이 검출된 것을 확인했다. [표1] 이외 10개 제품에서는 0.1~0.06ppm 사이의 IAA가 검출됐다. 이는 등록된 농약(품목) 사용량 기준 대비 비료의 경우 0.04~0.08% 수준에 불과했다.
어쨌거나, 해조추출물 제품의 IAA 함유량 1.0ppm 수준 허용 여부는 향후 진행될 딸기 작물 등의 꽃에 대한 약해시험 결과에 달려 있다. 상당수의 친환경농자재 업계 전문가들이 ‘확신’하는 것처럼 “1.0ppm 수준의 IAA 함유 제품(500~1000배액)을 딸기 작물에 살포한다고 해서 기형과 등 약해가 발생할 염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면, 다소 시일이 걸리는 아쉬움은 남겠지만 결국 친환경농자재 생산업체들의 숙원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친환경비료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전문가 협의회 이후 “현재 ‘비료 관리업무’는 농관원에서 담당하고, ‘공정규격 설정’ 사무는 농진청에서 관리하는 등 비료 관련 업무가 두 기관으로 이원화되어있다 보니 우리 업계만 이중 규제에 시달리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며 “차제에 비료 관련 모든 업무를 농관원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순리인 것 같다”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