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은 그 용도에 따라 살균제 살충제 제초제 생장조정제 및 기타제로 분류하고 농약관리법(제2조)에서 이들의 정의에 대해 각각 기술하고 있다.
농약이란 농작물(수목, 농산물과 임산물 포함)을 해치는 균, 곤충, 응애, 선충, 바이러스, 잡초, 그 밖에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동식물을 방제하는데에 사용하는 살균제·살충제·제초제로 정의하고 이하에서 생장조정제와 천연식물보호제, 농약활용기자재 등의 정의에 대해서도 상세히 적고 있다.
물론 이들 농약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저독성이면서 저약량, 고효율, 고선택성, 이(易)분해성 등 최근 개발 추세와는 많이 다르다. 여기에 지속적인 경지면적 감소와 친환경농법에 대한 믿음, 대중의 부정적 인식 등의 여러 상수를 고려하면 실제 사용량 증가를 기대하는 것은 기상이변으로 인한 변수가 돌발하지 않는 한 난망할 수밖에 없다.
2022년도 농약 사용량을 용도별로 보면, 살균제 7042톤(35.4%), 살충제 5078톤(25.6%), 제초제 6207톤(31.2%), 기타제 1555톤(7.8%) 등 총 1만9882톤이다. 이중 전체 사용량의 31.2%를 차지하고 있는 제초제는 특히 농작물과 수목의 영양분을 빼앗아 정상적인 생장을 못하게 하여 수량을 감소시키는 잡초를 없애주는 매우 소중한 역할을 한다.
농가인구 2명중 1명이 65세 이상인 고령화 시대와 농가인구 4.3%(220여 만명) 시대의 턱 없이 부족한 농촌노동력을 온전히 대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종일 들녘을 누비던 1970∼1980년대의 동적 재배 시대를 작금의 정적 재배 시대로 유인해 낸 첨단 생력화의 주인공이 바로 제초제인 셈이다.
안전성도 으뜸이다. 저독성이면서 농작물 잔류로부터 가장 안전한 약제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제초제는 진보하는 ‘농약의 궤’로부터 가장 괴리된 약제인 양 인식돼 온 것이 사실이다. 특정 약제의 오용에서 비롯된 오인식으로 인해 제초제는 왠지 ‘독성이 강할 것 같다’는 대중들의 비과학적 고정관념이 점점 고착화 되고 사실화 되어 오늘에 이르러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친환경농법에서는 아예 제초제의 영역은 없었다. 한 뼘의 틈조차 부여받지 못한 체 그 입지를 잃고 말았다. 모순인 것은 그곳에서도 제초의 역할은 필수였다. 쌀겨 농법이나 우렁이 농법, 오리농법 등 다양한 미명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이루어져 왔지만 성에 찰리 만무다. 화학적 방제 영역 역시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제초제는 지속되는 도전으로 실제 기여도와 무관한 천양지차의 행보를 이어가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고무적인 것은 농약산업계가 이 같은 일련의 행보를 위협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오히려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 줄 수 있는 다양한 농법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공존의 길을 모색해 왔다는 점이다.
당장 위협 아닌 예측·예비해야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실제 제초제의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는 각종 첨단 기술 및 기기들이 속속 개발 보급되고 있어 이들이 과연 화학적 제초의 역할을 언제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초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3’에서는 무인 제초기술 개발을 선보인 미국 농기계업체 존디어가 박람회 최고의 영예로 불리는 혁신상을 받았다. 가전제품 박람회인 CES는 세계적인 혁신 기술들과 제품, 전 세계시장 동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세계 최대 전시회 중 하나다.
이어 지난해 연말 태국 푸켓에서 열린 제28회 아시아태평양잡초학회(APWSS)에서는 상용 논 로봇제초기 발표가 있었다. 일본 디자인회사 유키마이는 한발 더 나아가 ‘아이가모로보(AigamoRobo)’라는 로봇 제초기를 개발해 벼농사에서 실제 오리처럼 쓸 수 있는 로봇 제초기술을 선보였다. 이 기술은 농가 실증을 거쳐 실제 판매하기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최근 개발 중인 사물인터넷(IoT)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지능형 사물인터넷(AIoT)’은 사람의 개입 없이도 AI가 직접 학습·분석하는 것은 물론 의사결정 등에도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자율주행과 모빌리티 장치를 기반으로 한 농업 로봇으로 산업화하면 향후 1차산업 분야에서 ‘상일꾼’의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견된다는 것이 저명학자의 분석이다.
국내 한 전문가도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농가들의 좋은 반응과 현재의 벼 작황 등을 고려할 때 당장은 아니더라도 보급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면서 당연히 제초제 보급에 영향을 주지 않겠나? 라고 전망했다.
박광호 한국농수산대학교 작물산림학부 교수는 지난해 12월 가진 고별 재능기부 특강에서 최근 도입한 가장 핫한 기술로 ‘로봇 제초기 R&D 및 해외 상용화 사례’를 꼽고는 과연 앞으로 제초제의 설 자리가 어디일지 궁금하다며 역설적 반문을 표한 뒤 로봇 제초기에 대한 상당한 기대를 표했다.
물론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이 당장 제초제 시장의 위협으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위협요인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에서 언급한 친환경농법에서의 쌀겨농법이나 우렁이 농법, 오리농법 정도와 연계해 그저 바람 앞 ‘등불’로만 치부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다는 오불관언(吾不關焉)의 방관자적 입장이어서는 훗날 패후회(敗後悔) 할지도 모른다.
편안할 때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 옳다. 제초제의 효과는 물론 생력화 정도가 워낙 견고해 쉬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시시각각 진화하며 다가오는 ‘로봇 제초시대’의 중장기적 전도를 예측하고 예비하는 것은 과해도 지나치지 않은 슬기롭고 지혜로운 산업의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