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농협 계통농약 가격은 원가요소별 인상요인을 최대한 반영해 전년 대비 평균 12%대 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경제지주는 올해 농협 계통농약 가격 ‘시담’에서 농약회사들이 제시한 인상요인의 절반 수준인 평균 12%대의 인상률을 확정해 회사별로 구매납품 계약을 체결하고, 이달 16일부터 회원조합의 구매 신청에 들어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농자재신문>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이번 농협 계통농약 가격시담 초기에는 농약회사별로 오리지널 원제 가격과 부자재 가격 인상에다 환율 유동성까지 겹쳐 원가요소별로 인상요인이 크다는 이유를 앞세워 강하게 밀어 붙였으나, 시담 마지막 단계에서 농협경제지주가 제시하는 인상률을 대체로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경제지주도 지난해 제네릭 원제가격이 최고 3배 가까이 폭등한데 이어 올해에도 오리지널 원제가격이 대부분 인상됐고, 포장재 등의 각종 부자재 가격 급등은 물론 수입원제 매입대금결제 시기인 올해 상반기 원·달러(USD) 환율 전망치도 1350원대를 내다보는 등 원가요소별 가격 인상요인이 상당한 농약회사들의 입장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글로벌 주요 원제가격 인상에 환율 유동성도 불안
농약회사 관계자들은 농협 계통농약 가격의 평균 12%대 인상 결정에 대해 ‘농약 원가요소별 인상요인만 따지면 최소 15% 이상 올랐어야 하지만, 시담 과정에서 한자릿수 인상을 고수하던 농협이 마지막에 농약회사의 사정을 조금 더 반영해줘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작물보호협회가 조사·분석한 2023년도 사업분 농약 원가요소별 인상요인을 보면, 먼저 농약 원제가격 인상과 환율 변동성이 맞물려 농약 완제품 생산원가를 크게 끌어 올렸다. 글로벌 농약 원제(오리지널) 가격의 경우 △EU의 주요 원제사(Bayer, BASF, SYNGENTA, ARKEMA 등) 평균 6~15% 인상 △ 미주지역 평균 3.5~7% 인상 △일본 최소 5%~최고 20% 인상률을 보였다. 중국 역시 미국 달러화 대비 중국 위안화 약세(6.3위안/$→7.2위안/$, 15% 절하)에 따른 환율문제로 고통을 겪으면서 농약 원제·원원제 수출가격 결정에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국내 2023년도분 농약 오리지널 원제가격은 여러가지 글로벌 상황과 맞물려 품목에 따라 작게는 4%에서 많게는 25%까지 인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산 제네릭 원제 가격도 2021년 상반기 대비 2021년 하반기~2022년 상반기 인상률만 놓고 보면, 글리포세이트의 경우 140~145%의 폭등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2022년 하반기에도 40~50%의 인상률을 보였다. 또한 중국산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도 올해 하반기 10~15% 인상 △이미다클로프리드 0~10% △아족시스트로빈 –5~5% △푸디옥소닐 20~25% △비펜트린 20~25% △전작용 발아전처리제 80~85%가 각각 인상됐다.[표1]
농약회사들은 여기에 더해 환율 유동성과 금리 인상, 대출 증가와 상환 압박 등의 난제도 끌어안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인상을 거듭해 2011년 6월 이후 10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3.25%(올해 1월 기준)를 기록하면서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그림]
각종 부자재 가격인상도 농약 생산원가 부채질
그런가 하면 포장·생산·운송비 등의 두자릿수 인상률도 농약 생산원가를 평균 5~6% 이상 끌어 올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원료와 물류비가 상승하고, 러·우 전쟁과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등이 각종 부자재 가격의 인상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영농자재신문이 한국작물보호협회의 도움을 받아 파악한 ‘2023년도 사업분 농약의 주요 부자재 가격 인상률’에 따르면 △농약용기(병)의 경우 2022년 대비 6.0% △골판지(박스) 5.0% △은박봉투 5.0% △스티커라벨 8.0% △계면활성제 10.0% △증량제 10.0% 등으로 파악됐다.[표2] 또한 2023년도분 포장재와 증량제 등의 부자재 원료 가격도 전체평균(박스제외) 29%가 인상됐다.[표3] 아울러 계면활성제와 안정제·용제·증량제 등의 주요 화학제품 가격도 큰 폭의 인상률을 보였다.[표4]
"내년 농약가격 결정요인 안정되면 가격 내린다"
어쨌거나 올해 농협 계통농약은 평균 12%대의 가격 인상률을 보였다. 농협경제지주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올해 시담은 농약회사들이 주장하는 원가요소별 인상요인을 최대한 반영하는 선에서 가격 인상률을 결정했다”며 “2023년도 농약 가격 안정화를 위해 시담 초기 농약회사들이 요구했던 인상률의 절반 수준에서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올해 농약회사들의 원제 구매가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대형품목 위주로 신용장까지 일일이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며 “환율과 원제 가격 인상분 등을 충분히 고려해 인상률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올해 농협 계통농약 구매가격은 이미 발생한 이벤트(원제·부자재 가격인상, 환율 유동성 등)를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러나 농협 계통구매는 1년 단위로 이뤄지는 만큼 내년에 농약가격 결정요인이 안정화 된다면 올해 인상분 만큼은 아니더라도 가격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네릭 제품에만 의존해야 하는 농약회사들은 2023년도 농협 계통농약 가격 인상에 대해 마냥 반기기에는 걱정이 더 크다”는 우려감을 내비쳤다. 오리지널 회사에 비해 낮은 원제 가격만이 유일한 경쟁력이었던 제네릭 회사들의 경우 중국산 원제 가격이 급등하면서 오리지널 원제 가격과 차이가 좁혀져 상대적으로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농협 계통농약 가격이 인상됐다고 해서 제네릭 농약의 시판가격을 그 수준으로 인상하기란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뒤따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