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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살충제 저항성 심각…“더 이상 외면 안된다”

복합저항성…신규약제 개발 ‘난제’
지역별ㆍ약제별 관리 필요성 대두

미소해충의 약제 저항성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지역별ㆍ약제별 관리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기실 동일계통의 약제를 연속해서 살포하면 해충이 저항성을 갖게 된다는 것은 도시농업인들도 알만한 기본 상식이 된지 오래다. 국내 농작물의 재배 패턴, 사용약제 연용 등으로 해마다 신규로 출시되는 제품도 이듬해에 곧바로 저항성 논란이 일 정도로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작물의 주산지 등 지역별로 같은 작물을 오랫동안 재배하는 경향이 강하다. 더구나 하우스에서 재배하는 작물들은 연중 계속해서 해충이 발생하는 만큼 살충제 살포를 중단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작물을 전환하는 것마저도 쉽지 않다. 새로운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재배법을 다시 습득해야 하는가 하면 명확한 가격 예측이 수반되지 않고서는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소득’이 유지되지 않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농업환경이 그렇다 보니 살충제 연용으로 인한 해충의 저항성 획득 속도가 계속 빨라지고 있다. 특히 유기인계 등 고독성 농약 등록취소 후 문제 해충이 늘어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더구나 복합저항성이라는 것이 더더욱 신규 살충제의 살포 가능 연수를 줄이고 있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복합저항성이란 A계통에 저항성을 보이는 해충이 B계통을 처음 살포했는데도 이미 저항성을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저항성이 항상 문제로 지적되는 대표적인 미소해충으로는 응애, 진딧물, 총채벌레, 가루이 등이 있다. 이처럼 저항성이 심각하다는 것이 표면적으로 거론되면서 이를 연구한 논문들이 쌓이고 있다. 실제로 저항성 점박이응애 관련 논문(권덕호 서울대 조교수) ‘Phenotypic- and Genotypic-Resistance Detection for Adaptive Resistance Management in Tetranychus urticae Koch’에 의하면 점박이응애의 경우 2013년 6개 시설 재배지에서 채집한 응애를 대상으로 12개 약제를 적용한 간이 모니터링 결과, 1개 지역을 제외하고는 8개 약제 이상에서 저항성을 보였다.[그림]





목화진딧물을 대상으로 한 약제 저항성 논문(구현나 충북대 박사) ‘Regional susceptibilities to 12 insecticides of melon and cotton aphid, Aphis gossypii (Hemiptera: Aphididae) and a point mutation associated with imidacloprid resistance’에서도 2011년 3개 지역 6개 농가에서 채집한 집단을 대상으로 옆침지법을 이용해 11개 약제에 대해 시험한 결과 4개 약제를 제외하고는 높은 수준의 복합 저항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표]




이 밖에도 꽃노랑총채벌레, 담배가루이 그리고 멸구류에서도 약제 저항성 발달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논문을 통한 직접적 확인과 더불어 농약업계에서도 최근 총채벌레가 죽지 않는다는 말은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저항성 해충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처럼 국내 해충들의 저항성 발달이 심각함에 따라 약제에 대해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저항성 해충이 전국적으로 동일한 양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역별 저항성 지도를 만들고 ‘분자마커’ 등을 활용해 지역별 저항성 해충을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별로 각 약제에 대한 사용지침을 만들어 활용한다면 농업기술센터 등의 모니터링을 통해 저항성 해충을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살충제 작용기작 계통표기 ‘스타트’
해충 전문가는 “장기적으로 살충제와 저항성 해충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저항성 발현이 너무 심한 살충제에 대해서 사용을 중단시키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그래야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는 제품으로 피해를 보는 농업인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권덕호 서울대 조교수는 “저항성 발달이 너무 심해 농약 재평가 단계에서 저항성 정도에 대한 평가 항목도 추가해야 할 지경”이라며 “농약 신규 원제 개발이 점차 더뎌지는 상황에서 저항성 발달 관리도 어렵다면 사용할 약제가 남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국적 농약 원제회사들의 합병 이면에는 저항성으로 인해 점차 농약 개발이 어려워지면서 미래 수익률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예견된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이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저항성 연구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경향인데 저항성 연구를 농약 개발회사에서 주도하는 유럽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라며 “원제 생산 가능 국가와 소비 국가의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또 “우리나라가 친환경농업 육성 정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농약 사용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해충저항성 연구의 필요성을 간과하다 보니 관련연구가 탄력을 잃게 됐다”면서 “농약 사용량은 과거와 비슷한 실정이고 오히려 저항성은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데 반해 이를 관리할 법적 근거도 미미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 전문가는 “매번 해당 약제 테스트를 통해 저항성 판별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현재 약제 그룹별로 평균값을 정해 통합지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연추출물과 농약혼용하면 ‘효과 만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 법체계 내에서도 저항성을 예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돼 작동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살충제의 제품 라벨에는 4C, 9B 와 같은 기호가 붙었다. 이 기호는 살충제 원제의 계통을 표시한 것으로, 제품의 이름이 달라도 기호가 같은 것은 작용기작이 같다는 뜻이다. 즉 기호가 같은 제품은 연이어서 사용하면 저항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농업현장에서 이를 체감하기는 일러 보인다. 이렇다 보니 농업현장에서는 저항성 해충을 방제하기 위해 천연추출물이 포함된 유기농업자재를 섞어 살포하는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주)비아이지에 따르면 밀도도 높고 방제도 어려운 해충이 천연추출물을 포함한 유기농업자재를 살충제와 섞어 살포할 경우 저항성 해충을 확실히 잡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충 학자들은 이에 대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농업 현장에서 채취한 저항성 해충에 식물추출물을 살포하면 효과가 있기 때문에 살충제와 섞어 살포하면 시너지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천연추출물은 저항성 발현이 합성농약보다 늦게 나타난다는 것이 해충 학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다시 말해 ‘양약과 한약의 차이’로 이해하면 된다. 따라서 살충제를 일단 판매하고 본다는 식의 접근방식보다는 이제 좀 더 성숙한 단계로 농약을 관리하고 사용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심미진 l choubab@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