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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뉴스

EU ‘농약 사용량 감축’ 제동…“병해충 통제 어렵다”

EU집행위, 2030년 농약 사용량 절반 감축 제안
EU회원국, 식량 위기…농약 규제 부적절성 경고
“농약 사용량 규제는 식량안보·농업경쟁력 위축”
27개 EU회원국 절반이 EU집행위 규제에 ‘반기’
예방적·생물학적 방제 방식 전환 필요성 의견도

 

농약 사용량 감축만이 능사일까? 최근 글로벌 식량 위기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의 농업부 장관들이 농약 사용량 감축의 부적절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EU 농업부 장관들은 최근 브뤼셀에서 열린 ‘농수산위원회(Agrifish)’에서 오는 2030년까지 농약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EU 집행위원회의 제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AgPages 등에 의하면, EU 회원국의 상당수 농업부 장관들은 이날 “EU에서 농약 사용을 크게 줄이면 요즘 같은 불확실한 시기에 작물 수확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의무적 감축 목표를 설정하기 전에 농약에 대한 실행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U 회원국 농업부 장관들은 특히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식량 안보나 EU 농업의 경쟁력을 희생하면서까지 농약 사용량 감축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며 “화학농약 없이 병해충을 통제하는 것은 어렵다”고 주장했다.


27개 EU 회원국 농업부 장관의 거의 절반이 EU 집행위원회의 농약 사용량 규제에 반기를 들고 나섬에 따라 앞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U 집행위, ‘국가별 농약 감축 목표 설정’ 제안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농수산위원회에서 오는 2030년까지 농약 사용량을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규제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EU 회원국들은 국가별로 농약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최후의 수단으로 농약을 사용하는 통합된 해충관리 관행을 통해 환경친화적인 해충 방제를 시행하도록 제안받았다. 또한 이번 규제안은 공원, 놀이터, 학교, 그리고 생태학적으로 민감한 지역에서 농약 사용을 전면 금지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다만, EU 집행위원회는 정부가 공동농업정책(CAP) 기금을 사용해 농업인들이 다른 형태의 해충 방제로 전환할 때 드는 비용을 충당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내용을 규제안에 담았다. 


하지만 스페인, 포르투갈, 몰타, 룩셈부르크,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폴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불가리아, 헝가리 등의 농업부 장관들은 EU 집행위원회의 규제안에 대해 강력한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인 장관, “농약 안쓰면 병해충 ‘온상’될 것”


스페인 농업부 장관은 생태학적으로 민감한 지역에서 농약 사용을 금지하면 해충의 온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슬로베니아 농업부 장관도 생태학적 민감지역의 농업인들이 농약 사용 금지로 인해 상당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U 회원국 농업인들도 농약 사용량 규제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U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올리브 재배 농업인들의 경우 농약 사용 규제에 대해 우려가 높으며, 이들 중 다수는 지난 2021년 10월 유기인계 살충제 중의 하나인 ‘디메토에이트(dimethoate)’의 사용 금지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디메토에이트’는 올리브 나무의 초파리 방제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약제로 널리 사용돼 왔다. 그런 상황에서 이렇다 할 방제대책도 없이 ‘디메토에이트’ 사용을 금지하면서 농업인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농약 사용 방향 전환…예방적 접근 방식 필요 


하지만 스텔라 키리아키데스(Stella Kyriakides) 유럽 보건·식품 안전담당 집행위원은 EU의 규제안을 옹호하며 장기적인 식량 안보와 회복력을 위해서는 농약 사용에 관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텔라 키리아키데스 위원은 “EU 집행위원회는 농약 사용을 금지하지 않는다”며 “농업인들의 해충 방제 전환을 돕기 위한 생물학적, 저위험 대안의 범위가 더 많은 승인과 더 간소화된 규칙과 함께 시장에서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텔라 키리아키데스 위원은 또 “연구와 혁신, 그리고 새로운 기술의 지속적인 활용도 해충 방제 전환을 지원할 것”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가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그렇다고 러-우 전쟁이 우리의 지속 가능한 해충 방제 전환 추진력을 방해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이탈리아 올리비콜라(Italia Olivicola)의 겐나로 시콜로(Gennaro Sicolo) 사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화학농약은 수년에 걸쳐 ‘디메토에이트’와 같은 살충제 출시로 예방보다는 방제(병리학 치료)에 더 중점을 둔 식물보호 접근방식을 발전시켰다”고 전제한 뒤 “화학농약 없이 병해충을 방제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모든 생산 과정은 환경과 천연자원의 보호를 고려하면서 이뤄져야 한다”며 “올리브 재배 농업인들이 해충 확산에 대해 보다 더 예방적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겐나로 시콜로 사장은 특히 “해충의 예방적 접근 방식은 농작물이 서식하는 토양과 전체 환경의 조화를 이루는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며 “우리는 해충 방제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콜로 사장은 또 “유감스럽게도 유기농 재배 방식은 올리브 재배 농업인에게만 달려 있지 않다”며 “화학농약이 널리 사용되는 다른 영역에서 더 광범위한 접근 방식이 필요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업인 건강·안전 보호…지속가능한 농업 의미


한편 유럽식량농업관광무역연맹(EFFAT)은 EU 집행위원회의 농약 사용 규제안이 예전보다 한 단계 진전되긴 했지만 농업인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 농약 사용에 따른 구체적인 위해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내놨다. 


EFFAT의 크리스찬 브라가손(Kristjan Bragason) 사무총장은 “유럽의 농약 위험은 현실”이라고 전제한 뒤 “농약에 대한 노출은 농업인이 직면한 주요 위험 중 하나지만 여전히 크게 과소평가되고 있다”며 “농업인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노력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무농약 농업(Pesticide-Free Agriculture) 운동가인 나탈리자 스브르탄(Natalija Svrtan) 박사도 “지난 80년 동안 화학농약으로 인해 토양과 생물 다양성 및 인간의 건강에 끼친 피해를 되돌리는 것은 긴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브르탄 박사는 이어 “단 하나의 간단한 솔루션을 적용해 하루아침에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라면서 “우리의 식량 생산 시스템에 상당한 변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그것도 지체없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생물다양성과 건강한 토양은 모든 유형의 식량 생산에 필요한 기본 투입물이며 농업 생태학은 이를 보존하기 위한 솔루션”이라고 주장했다.


스브르탄 박사는 또한 “농작물 재배 과정에서 예방적 접근 방식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는 해충의 생물학적 방제를 비롯해 물리적 포획, 기계적 제초 등 비화학적인 대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이전의 농업 관행을 새로운 방식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농약 사용량 감축과 생물학적 방제·예방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견들도 많았지만, 사실상 작금의 글로벌 식량 위기 등에 대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농약 사용량 규제’에 대한 EU 회원국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EU 농수산위원회에 제안된 농약에 대한 새로운 규정이 발효되려면 유럽이사회와 유럽회의 모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