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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용 칼럼

유기비료조합 - 새롭게 태어나길

유기비료조합 4대 신임 이사장 앞에는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산적한 일들을 정리하고 각 사안에 대응한 전략을 강구하기 위해서는 혁신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우선 조합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마스터플랜을 짜야 한다. 조합의 조직을 개편하고, 관련기관과의 유대강화와 관련정보의 수집ㆍ분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현안으로 시급을 요하는 EPR 대응 팀과 양분총량제 대응 팀 구성 등도 중요하다.

박빙이었다. 124:126, 기존 이사장과 도전한 이사장 후보자의 득표수이다. 흔히 말하듯 박빙의 이사장 선거결과이다. 과반수 이상을 득표했으니 전임 이사장은 물러나고 신임 이사장이 한국유기질비료산업협동조합(유기조합)의 이사장으로 취임하여 역할을 다할 것이다. 축하를 드리고 그동안 애써왔던 전임 김종수 이사장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새로 취임하는 박용균 이사장에 축하와 함께 어지러워진 지금의 상황을 잘 타개해줄 것을 부탁한다.
그동안 대국차원에서 부산물 비료협회와 유기질 비료조합이 통합된 이후 사실상 바람 잘 날이 없어왔다. 초대 통합 이사장이었던 박용균 이사장이 다시 출마할 수밖에 없었던 점, 김종수 이사장의 등장 배경이 되는 내부 갈등과 통합 2기 김선일 이사장의 중도 퇴진 등은 여전히 조합원간 회자되는 아쉬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기조합이 겪어왔던 내홍이 하루 빨리 완치되어서 발전적 차원의 경영이 되길 우리는 바라고 있다.
지난 2월 유기조합의 정기총회와 이사장 선출이 있었다. 정기총회과정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다. 어차피 차기 이사장을 뽑기 때문에 결산 이외의 중요한 사안은 차기 집행부가 들어선 이후 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전임 이사장 체제에서 결정했기 때문이다.
유기조합의 지난 운영에 대한 감사결과보고는 이해한다. 회계와 활동에 대한 결과와 문제를 지적하고 검토하는 것은 당연히 감사와 이사, 조합원들이 해야 한다. 하지만 일상적인 차기 사업 이외의 사업과 특별히 조직과 인사에 관한 사항을 수정하고 결의해서는 안된다. 한마디로 대통령을 뽑는 자리에서 새로운 대통령이 해야 할 정부조직의 개편, 사업과 예산편성, 국가 조직법의 개정을 물러가는 대통령이 결정해 버린 것과 유사하다. 결코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일상적으로 해오던 일을 발전적으로 하겠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럴 수도 있다고 하자. 하지만 새롭게 하는 사업과 이들에 대한 예산의 배정과 같은 부분, 더욱 중요한 것은 조직과 정관에 관한 것을 왜 전임 이사장 체제에서 수정 내지는 확정하느냐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이사장의 움직임에 제약이 걸린다. 말뚝박기는 좋은 것이 아니다. 특히 정관 내 지역협의회 설치는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렵다.
4대 신임 이사장 앞에는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이 산적한 일들을 정리하고 각 사안에 대응한 전략을 강구하기 위해서는 혁신위원회를 설치하길 권한다. 우선 어떠한 부분의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를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4년 조합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마스터플랜을 짜야 한다. 혁신위원회에는 관련된 전문가들이 모여야 한다. 이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내부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조합원도 같이 참여해야 한다. 원료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도 풀어야 한다. 나만을 중시하지 않고 상대도 껴안아야 한다. 허심탄회한 이야기와 만남 속에서 해결책을 만들 수 있다. 서로 그렇다고 믿으면 가능한 일들이다.
입법기구는 대의원제로 전환,
지역협의회장은 도지사 역할만
다음으로 혁신위원회에서 해야 할 일은 조합의 조직을 개편하는 것이다. 과거 모든 갈등의 근원은 각 지역협의회 회장단들의 권한 강화에 기인한다. 한마디로 지회장들이 도지사도 하고 국회의원도 하겠다면 이사장은 일을 할 수 없다. 조합원 총의에 의해 선출된 이사장이 지역협의회장들의 모임 회장보다 움직일 수 있는 폭이 좁은, 이상한 조직을 갖고 있다. 당연히 대의원제로 전환해야 한다. 지역협의회장은 도지사 역할만 하면 된다. 국회와 같은 입법기구는 대의원제로 하면 된다. 이러한 권력의 분산과 단일지도체계가 무너지면 여전히 과거와 같은 상황, 즉 이사장을 포함한 중앙조직에서 일하기가 어려운 구조가 된다. 아니 일을 할 수 없다.
관련기관과의 유대강화와 관련정보의 수집ㆍ분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직간 각 역할이 있기 때문에 관련된 조직과의 유연하고 원활한 관계가 중요하다. 내 주장만 한다고 일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유기조합의 업무는 상당부분 환경부와 그 하부조직과 관련이 있다. 사실 농림축산식품부는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진다. 오히려 농촌진흥청의 관련 부서와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 어찌되었든 다양한 조직들과 협력해야 한다. 현재 중앙단위에서 발생하는 정보가 개별 조합원에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관심을 갖지 않은 조합원에도 문제가 있는 게 맞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보의 전달, 확산의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것은 많은 조합원들의 지적이다. 다양한 방법을 구상해야 한다.
EPR관련 농자재산업 조직들과 연대
현안으로 시급을 요하는 것들이 있다. 당장 EPR 대응 팀을 꾸려야 한다. 올해엔 이 부분에 대해 어떠한 형태로든 정리를 해야 한다. 늦을수록 불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EPR에 관련된 농자재산업 대표조직들과 연대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현실적으로 우리의 의견이 반영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바람직한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새롭게 국회가 구성되면 해당 분과와도 협력해야 한다. 필요한 예산을 확보해서 사용해야 한다. 그저 요구만 한다고 이뤄지는 세상은 결코 아니지 않은가.
동시에 양분총량제 대응 팀도 필요하다. 외부에서는 유기비료가 환경오염의 주범인양 회자되곤 한다. 하지만 그동안 여기에 대한 유기조합의 대응은 매우 미미하였다. 원하는 바를 전달하고 반영되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했다. 정부에서는 상당 수준까지 이 정책을 밀어가고 있다. 자칫 정책 파트너에서 제외된다면 이익단체로서 유기조합의 위상은 추락한다. 하루빨리 양분총량제에 대한 대응책을 만들어야 한다. 화학비료산업에서는 이미 관련 세미나를 하는 등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 유기조합은 이러한 세미나에 참석조차 못하고 있다.
올해 이사장 선거과정에서도 내부의 분열이 없지 않았다. 이러한 갈림은 어느 정도 예상을 했었다. 하지만 결과에 대해 깨끗한 승복이 있어야 한다. 모 농기자재조합 역시 이사장 선거과정에서 무척 혼란스러웠고 그 과정에서 선출자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선거후 고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행태는 결과에 무관하게 조합원과 조직원들 간의 갈등으로 나타나고 그 자체 손실로 된다. 물러가는 이사장과 체제는 새로 취임하는 이사장과 체제에 축하와 격려를, 새로 취임하는 이사장과 체제는 물러가는 이사장과 체제에 감사와 고마움을 전하고 협조를 구하는 예의가 필요하다. 유기조합의 혁신적인 발전을 희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