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전부터 어려울 거라고들 했다. 조합을 결성한 이후에도 ‘잘 될까’ 하는 시선이 없지 않았다. 지난 12일 창립 4주년을 맞은 한국농기계유통협동조합의 이야기다.
2016년 8월 12일 창립 때부터 조합을 이끌고 있는 서평원 이사장은 “어려움이 많았지만 유통조합이 품고 있는 큰 가능성과 희망을 발견했다”고 지난 4년을 회상했다.
조합의 가장 큰 업적은 2018년 착수한 전국의 사후봉사시설의 전수 점검이라는 안팎의 평가가 있다.
제주도를 포함해 전국에 산재해 있는 3760개의 농기계 사후관리업소에 대한 조사·점검은 신생 조합이 해내기 쉽지 않은 과업이었다. 이에 대해 서 이사장은 “무엇보다 유통조합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싶어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전국의 사후봉사시설을 일일이 방문해 전수 점검을 해보니 이미 400개소는 유명무실한 상태였고 3300여개소로 정리가 된 사후봉사시설의 사후관리능력 평가·점검은 지금도 조합이 담당하고 있다.
창립 시 유통조합은 농기계산업 발전을 위해 생산과 유통이라는 두 개의 바퀴가 안정적으로 굴러가야 한다며 유통분야의 발전과 보호를 이끌 수 있는 조직을 천명한 바 있다. 이후 조합원 대상 농업기계화사업시책설명회 주관, 농업기계 수리용 부품·장비 지원사업 창구, 사후관리업소 전수조사와 후속관리 등을 담당하며 조합의 기틀을 만들어 왔다.
또한 농협의 잘못된 예가입찰제에 대한 지속적인 시정 요구, 지난해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캠페인을 펼치는 등 농기계 유통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대변하는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농기계 등록제와 조기폐차제도 시행이 예상되면서 최근에는 유통조합의 ‘등록과 폐차 관련 책임있는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서 이사장은 “판매, 사후봉사, 중고농기계 인수 등 지금까지 광범위한 역할을 해온 만큼 농기계 전문 폐기처리장 운영이나 등록 관련 업무를 도, 시군 단위 조직을 아우르고 있는 유통조합이 맡는다면 정책 시행에도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농기계구입융자금에 대해 유통조합이 0.3% 내외의 장려금을 할당받아 기금으로 조성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서 이사장은 “아직 5년이 채 되지 않은 유통조합이 해야 할 일은 산적해 있는데 가장 어려운 점이 재원 마련”이라며 조합원 모두의 관심과 단합을 호소했다.
또한 “수리용 부품·장비 지원사업으로 융자 지원시 연 3.0%인 금리를 1.5%로 낮추기 위해 총리실 문을 두드리기도 했는데 최근 2.5%(1년 한시)로 낮아졌다”며 조합원들의 경영 활성화를 위한 활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조합은 이제 중장기적인 계획도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10월 조합은 중국 국제농업기계박람회가 열린 칭다오 월드엑스포시티 국제전시장에서 중국농기계유통협회(CAMDA)와 한·중 농기계산업 발전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칭다오에서 개최한 엄청난 규모의 중국 국제농업기계박람회는 중국농기계유통협회에서 주최하는 행사입니다. 그만큼 농기계 유통조직의 힘과 관록이 막강하다는 증거이지요. 우리도 향후 중소기업 위주 박람회 등 조합 주최 행사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서 이사장은 조합의 수익사업 창출, 주요인력 확충 등으로 유통조합을 반석 위에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통조합의 문호를 수입업체 대리점에게도 개방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도 있는 만큼 조합의 규모와 위상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