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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분류

농진청 고온극복형 온실사업 복마전

내재해 규격 미승인·과제공모 이전 착공
농진청 홍보 내용과 달리 경제성도 미흡
일반온실 보다 전기세·물 소비량도 많아
“원천기술 보유자…여권 대선주자 지인”
특정 과제수행자 선정과정에 특혜 의혹
권성동 의원, “책임소재 반드시 묻겠다”


농촌진흥청이 추진 중인 ‘고온극복형 온실사업’이 복마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고온극복형 온실의 내재해 규격이 통과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온실 시공을 위한 부지공사를 시작하는가 하면, 일반온실보다 물 소비량이 많고 에너지 효율성도 떨어지는데다 경제성 마저 좋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고온극복형 온실사업 과제수행자가 여권의 유력한 대권주자의 지인이라는 소문이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특혜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권성동 의원실에서 입수한 농진청의 ‘고온극복 온실사업 운영 애로점’ 자료에 따르면, 고온극복형 온실은 설계 및 시공 미숙으로 인해 구조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기술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고온극복형 온실은 내재해 규격 승인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온실 시공에 나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농진청 원예원 온실과 규모·공법 유사한
김해 고온극복 광폭온실 태풍에 무너져

실제로 농진청이 고온극복형 온실사업을 추진하기 이전에 민간업자가 경남 김해에 시공한 고온극복 대형온실의 경우 지난해 9월 7일 태풍 ‘링링(김해지역 최대풍속 19.2㎧)’으로 인해 사실상 보수작업을 하더라도 재사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크게 부서지는 피해를 입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현재 파손된 대형온실을 완전히 철거하고 막대한 자금을 다시 투자해 재설치 작업을 진행했다. 특히 김해 고온극복형 광폭온실은 폭 60m와 높이 17m의 크기로, 농진청이 2019년 7월에 준공한 ‘고온극복 혁신형 스마트 온실(장미 하우스)’의 규모(폭 52m/높이16m)나 공법(工法) 면에서 거의 유사하지만 내재해 규격 미승인 시공 후 최대풍속 19.2㎧를 견디지 못했다. 결국 강풍에 무너진 김해 고온극복형 온실은 기존 60m의 폭을 28m로 좁히고 높이도 기존 17m에서 9m로 낮춘 광폭온실 2동으로 나눠 재건축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세, 일반온실의 4배…물 소비량도↑
농진청 자체 조사결과, 소득도 2/3 수준
농진청 자체 조사(예비) 결과에 의하면 고온극복형 온실은 경제적 우월성도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온극복형 온실 시공업체인 ‘무등농원’의 자료를 토대로 동일 냉방조건 및 재배 전문가가 장미를 재배했을 때를 전제로 일반온실과 고온극복형 온실의 소득비교를 할 경우 일반온실은 300평당 3000만원의 소득을 올리는데 반해 고온극복형 온실은 2100만원의 소득에 그쳤다.


반면 고온극복형 온실은 일반온실보다 훨씬 많은 운영비가 들어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설치된 고온극복형 온실의 경우 지난해 8월 기준 전기세가 1000평당 400만원이 들었다. 일반온실이 1000평당 100만원인 것과 비교해 4배가 많았다. 농진청은 또 고온극복형 온실의 경우 포크 냉방용 2류체 노즐의 낮은 증발효율(26.6%)로 물 소비량도 증가하는 것으로 자체 판단했다.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은 “그동안 농진청은 고온극복형 온실사업에 대해 고온기에도 고품질·안전생산이 가능한 연중재배 온실이라고 대대적인 홍보에 치중해 왔으나 내부적으로는 아주 기본적인 기술적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며 “2019~2020년 두 해의 연구예산만 총 151억2000만원이 투입되는 국가사업을 부실 덩어리로 만든 책임을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기술외적 문제도 다수…특정인만 과제수행
“청장님 이외 직원들 의견 수용하지 않아”
농진청의 고온극복형 온실사업은 기술외적으로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특정인’에게 고온극복 온실사업 과제를 맡기기 위해 농진청장 지시에 따라 공모과정을 거치지 않고 ‘원천기술 보유자가 과제를 수행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 1월 김경규 당시 청장은 시설재배혁신사업단장의 요청에 따라 고온극복형 온실의 ‘원천기술 보유자가 과제를 수행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시설재배혁신사업단장은 이에 따라 ‘농촌진흥법 시행령 제5조(연구과제 선정)’를 근거로 과거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의 과제수행자를 사업단장이 선정한 사례를 들어 고온극복형 온실사업도 공모를 통하지 않고 과제수행자를 선정(지정)하는 재량권을 부여받았다. 이 때문에 과제수행자가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의 지인이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특혜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농진청은 특히 고온극복형 온실 개발자(원천기술 보유자)를 상대로 과제 운영 통제권을 상실 또는 방치한 것으로 의심받기에 충분해 보였다. 고온극복형 온실 개발자는 온실의 내재해 규격이 통과되지 않았고 신규과제 공모절차도 진행되기 이전부터 이미 온실 시공에 착수하는가 하면 구조안전성, 냉방, 작물재배 등 농진청 내부관계자들의 과학적 보완 의견을 무시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신분노출을 극도로 경계하는 전·현직 농진청 관계자들은 “초창기 딸기의 화아분화(꽃눈분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재배기술상의 문제점도 다수 발생했으나 온실개발자는 농진청 연구관들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았다”며 “청장님 이외 직원의 의견은 온실개발자가 수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VIP UAE 순방 이후 고온극복형 온실사업 탄력
UAE 실증사업 ‘코로나’로 지연…“오히려 다행”

어쨌거나 농진청은 현재 고온극복형 온실사업을 위해 올해 말까지 2년간 151억2000만원의 연구예산을 투입하는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고온극복형 온실사업은 나승룡 청장 시절에도 타당성 여부를 검토했으나 경제성 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고온극복형 온실사업이 탄력을 받기 시작한 배경에는 2018년 3월말 문재인 대통령의 UAE(아랍 에미리트) 순방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 대통령은 UAE 순방 후속조치로 UAE 측에서 관심을 갖는 사막형 스마트팜 기술(물 절약, 냉방) 등 농업기술협력 추진에 관심을 보였다. 당시 언론보도 등에 의하면 문 대통령은 UAE 왕세자에게 스마트팜과 관련해 “한국은 유리패널과 유사한 신소재를 활용한 온실 설치를 통해 적은 양의 수분으로도 수확량을 늘릴 수 있으며, 축구장 크기의 몇 배에 해당하는 규모의 온실도 제작 가능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경규 당시 농진청장은 2019년 4월 12일 ‘열대 사막지역의 스마트팜 수출을 위한 고온극복형 온실 모델 개발’에 대해 보고했고, 곧바로 고온 극복 가능한 민간 온실 기술의 국내 실증에 나섰다. 이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연구포장에 광폭형 단동 온실 2개동(총 2000평)을 설치(준공 2019년 7월 26일)하고 장미와 딸기 재배에 돌입했다. 지난해 말 문 대통령은 원예특작과학원 광폭온실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강풍에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확보한 수출 성공 모델을 제시”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농진청은 올해 1월초 고온극복형 온실 구축 및 최적 기술 개발에 필요한 재배·실증 연구를 위한 ‘시설재배혁신사업단’을 신설하는 등 본격적인 사업추진에 탄력을 붙였다. 농진청의 ‘2020년 추진계획’에 따르면 올해 △‘시설재배센터’ 구축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를 통해 2021년 사업에 반영하고 △2019년 장미와 딸기에 이어 2020년에는 토마토 고온극복형 온실 구축 및 재배 실증 과제를 계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파프리카 재배용 고온극복형 온실 설치 및 재배 실증 과제도 신규로 추진하고 있다.[표1] 농진청은 앞으로도 작목을 다양화해 기후온난화에 적극 대응하고 최적화 연구를 통해 경제적·실용적 사계절하우스 표준모델로 발전시킬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올해 말까지 2년간 연구예산만 151억원 투입
“성과위주 추진보다 충분한 인큐베이팅 필요”

농진청은 특히 올해 60억원의 예산을 들여 고온극복형 온실의 UAE 실증 테스트베드 구축사업을 추진할 예정으로 UAE 기후변화환경부와 기본 계획에 대한 협의는 마쳤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세부협의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표2]

 
그러나 농진청의 한 관계자는 “UAE는 ‘물과 전기 사용량 절감 및 적정 수확량 확보가 가능한 경제적 시설’을 요구하는데 반해 UAE의 고온기(6월~8월) 최고 외기온도가 45℃ 이상 올라가기 때문에 현재 국내 고온극복형 온실의 기술수준으로는 과도한 냉방부하로 연중재배가 사실상 곤란하다”고 전제한 뒤 “고온극복형 온실사업의 성과에만 급급해 성급하게 추진하지 말고 완벽한 설계·시공과 재배기술 확보를 위한 충분한 인큐베이팅 기간을 가져야 한다”며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코로나19가 오히려 농진청을 도와주는 격”이라고 씁쓸해 했다.


농진청의 다른 관계자는 “농진청 공무원 중 절반 이상은 고온극복형 온실사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라며 “이미 나승룡 청장 시절에 사업성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난 사업”이라고 전했다.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고온극복형 온실사업에 부정적(반대) 의견을 내놓다가 인사 불이익을 당한 공무원(연구관)들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