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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제언

농산물 신선도 포장기술로 지킨다

기체습도조절·스마트포장·스티커센서, 표준규격화로 꼼꼼하게~

농산물은 신선도가 생명이다

신선 과실 채소류의 생산, 유통 및 저장의 궁극적인 목적은 농장에서 갓 수확한 농산물의 품질이 소비자에게 전달될 때까지 그대로 유지돼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생산자는 그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받는 데 있다. 하지만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살아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쉽게 변하고, 지역성과 계절성이 있어서 널리 유통하기 위해서는 품질 유지를 위한 포장과 저장기술이 중요하다. 특히 신선농산물 포장은 농산물 수확 후 소비자에게 도달할 때까지 농산물의 풍미, 선도 등을 신선한 상태로 유지하는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국내산 농산물은 수입품보다 생산지로부터 소비지까지의 유통 거리, 즉 풋 프린트가 짧아 소비자가 농산물을 구매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신선도에 있어서 수입품보다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수확한 농산물을 신선하게 소비자에게까지 전달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기술이 투입되어야 한다. 수확한 농산물의 품질 저하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관하는 것과 포장하여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짧게 하는 기술이 그것이다.


포장은 농산물 변질을 막는 기술

일반적인 농산물은 공기 중에 방치되면 부패 변색을 일으키고, 건조, 흡습 되는 등 변질돼 먹을 수 없게 된다. 이들 변질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미생물에 의한 부패와 발효, 효소에 의한 성분변화, 해충에 의한 손상 등 생물에서 유래된 것. 둘째, 농산물에 함유된 유지, 색소, 비타민 등의 산화, 비효소적 갈변, 색소의 퇴색 등 화학적 변화에 의한 것. 셋째, 손상, 흡습, 건조, 성분의 결정화, 이상한 냄새의 흡착 등 물리적 변화에 의한 것이다. 이처럼 농산물의 변질은 변질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 조건이 갖추어지면 저절로 발생한다. 더구나 수분이 많은 신선농산물은 호흡작용, 수분증산, 생리장해, 진동·충격·상처 등에 의한 물리적 손상, 미생물 번식 등으로 다른 농산물보다 매우 빠르게 변질된다.


신선농산물인 채소나 과일은 70~94%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으며, 이 수분은 조직·세포 내에서 자유수() 또는 반결합수()의 형태로 존재한다. 그중에서 자유수는 공기 중의 수증기압에 따라 증감되는데 채소나 과일에서는 97~99%의 상대습도에서 평형을 이룬다. 그리고 이보다 더 낮아지면 신선농산물은 수분을 잃게 된다.

채소, 과일의 수분손실은 실판매 중량의 감소, 외관의 변화(마름, 위축)와 조직감 상실(연화, 물러짐, 아삭거림, 즙량의 감소 등)을 초래하므로 상품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원예 산물의 중량이 수확 시보다 5~10% 줄어들면 상품성을 상실하게 된다. 원예 산물은 수확 후에도 살아있고 지속적인 호흡을 하므로 포장 방법에 따라 품질 변화를 막을 수 있다. 따라서 신선농산물의 종류에 따른 호흡 특성을 파악하여 호흡을 억제하면서 유통 소비될 수 있도록 하면 신선함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농산물에 따라 수송 및 저장에 적용되는 온도,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 등이 일부 밝혀져 있고, 적절한 포장으로 농산물의 환경 기체를 조절함으로써 생리 대사를 억제할 수도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신선농산물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신선농산물 포장에 기체를 조절해 농산물의 호흡 속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포장 내부의 습도를 조절하는 MH(Modified Humidity) 기술을 적용해 신선농산물 포장 내부의 수분손실을 줄일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소비자에게 농산물의 신선도에 대한 신뢰를 주기 위해 신선도에 영향을 미치는 온도, 익은 정도, 포장 내 산소 유무, 운송 중 충격 여부 등을 감지하여 보여주는 스마트 포장기술에 관한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최근 사과 숙성 시 발생하는 사과향 성분과 반응하여 맛있는 사과 상태를 알려주거나, 사람이 맛있게 느끼는 온도를 색으로 알려주는 스티커 센서를 개발하기도 했다.


신선농산물은 냉장창고, 냉장트럭, 냉장선별시설, 냉장판매시설 등 계속 냉장 상태가 유지되는 콜드체인을 통해 유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통 중 일부 구간에서 고온에 노출되면 인체에 해로운 유해 세균이 증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특정 온도 이상에 노출되면 색이 변하거나 바코드가 지워져 판매가 되지 않도록 하는 포장기술과 과육이 연약해 운송 중 충격 등을 받으면 상처가 생기는 딸기, 복숭아 등의 과일을 대상으로 진동충격센서가 적용된 포장기술 등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


농산물 포장에도 표준규격이 있다

농산물 포장은 농산물을 상품화하고, 농산물이 유통되는 동안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으로 변하지 않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또한 편익기능, 정보제공기능, 안정위생기능, 경제성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물론 농산물을 포장하는 데는 포장비용이 수반되지만, 포장으로 인해 상품의 유통효율을 높이는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전체적인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유통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포장의 표준규격화가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농산물 포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농산물 표준규격화를 추진하고 있다. 표준규격화는 농산물의 유통 능률을 높이고 신속, 정확한 거래를 촉진하여 상품화 정도를 향상시킨다. 이를 위해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 즉 표준규격에 맞도록 품질, 크기, 쓰임새에 따라 등급을 구분하여 분류하고 규격 포장재에 담아 출하함으로써 내용물과 표시사항을 일치시키고 있다.


농산물 표준규격은 농수산물 품질관리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내용을 보면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농수산물의 상품성을 높이고 유통 능률을 향상시키며 공정한 거래를 실현하기 위하여 농수산물의 포장규격과 등급규격을 정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이 법의 시행규칙에 따르면 포장규격은 ‘산업표준화법’ 12조에 따른 한국산업표준을 기본으로 하되, 품목의 특성에 따라 필요한 규격을 따로 정할 수 있다. 등급규격은 품목 또는 품종별로 고르기, 크기, 형태, 색깔, 신선도, 건조도, 결점, 숙도(熟度) 및 선별 상태 등에 따라 정한다. 그리고 표준규격품임을 표시하려면 해당 물품의 포장 겉면에 표준규격품이라는 문구와 함께 품목, 산지, 품종생산 연도(곡류만 해당), 등급, 무게(실중량), 생산자 또는 생산자단체의 명칭 및 전화번호를 표시하여야 한다.


길은 달라도 최종목적지는 소비자 식탁

농산물 포장형태는 농산물의 종류나 유통단계에 따라 매우 다양하지만, 생산지에서 최종 소비자에게 이르는 유통단계를 기준으로 보면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직거래를 제외한 농산물 대부분은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생산자 산지유통센터 물류센터(도소매시장·업체) 소비자 경로로 전달된다.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포장형태가 대포장에서 소포장으로, 박스포장에서 비닐포장 등으로 바뀌기도 한다.


먼저 국내에서 도매, 소매 등에 이용되는 포장은 주로 골판지 포장상자, 농산물적재함 등 표준팔레트에 쌓아 유통하기 좋은 형태이다. 이러한 포장에는 골판지 상자, 메시망, 비닐, PET 용기, 종이 포대, 스티로폼 상자 등 매우 다양한 재료가 쓰인다. 농산물에 따라 생산지에서 1차 소포장한 후 유통과정에서 손상을 방지하고 유통효율을 높이기 위하여 골판지 규격 상자에 재포장하기도 한다. 특히 딸기, 복숭아와 같이 조직이 매우 무른 과채류는 서로 닿지 않도록 개발한 난좌를 이용하거나, 과채류 사이에 완충물질을 넣어 포장한다. 최근에는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단계에서 포장물을 열지 않아도 내용물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상단이 노출된 포장상자를 이용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반면, 생산지에서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공급되는 농산물은 농산물 종류와 포장 단위에 적합한 골판지 상자, 비닐 팩, PET 용기, 스티로폼 용기 등으로 소포장 된다. 최근 식물공장, 수경재배 농가 등에서는 농장에서 갓 수확한 신선 채소 등을 소비자에게 직접 택배 발송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포장 용기를 개발해 이용하고 있다. 포장 용기에 담기는 농산물의 호흡 특성을 고려하여 특수포장지를 사용하거나, 포장지에 일정한 구멍을 내어 MA 저장 효과를 내 농산물의 신선도를 유지한다. 또한 농산물의 호흡에 의한 열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에틸렌가스 제거팩을 포장 용기에 넣기도 한다.


신선농산물을 소비자에게 택배 등을 통해 보낼 때는 대부분 농산물별로 1차 포장을 하고 난 후 골판지 상자 또는 스티로폼 상자에 담아 2차 포장하여 유통한다. 여러 가지 신선 채소를 잘게 잘라 한 용기에 담아 판매하는 샐러드류의 신선 과채류는 대부분 PET 용기에 포장한 후 냉장보관대 위에 놓인다. 판매 후 가정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신선 과채류의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얼음팩과 은박보냉백을 이용하기도 한다.

 

글 | 이성현 농촌진흥청 수확후관리공학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