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은 농업 생태계에 출현하는 식물과 곤충, 조류의 변동 양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무인생물자동관측시스템’을 구축하고, 위도별 4개 지역(강원 철원·충남 당진·전북 부안·전남 해남)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무인생물자동관측시스템은 일정 지점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영상을 촬영하고 해당 생물의 변화를 관찰하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은 전원 공급과 촬영 장치, 전송 모듈 등으로 구성돼 있다.
농진청은 1단계 사업(2012~2016)을 통해 4개 지역에 19세트의 관측 장치를 설치하고 10분 간격으로 촬영된 영상을 1개월에 한 번 수거해 분석했다. 2단계 사업(2017~2018)에서는 촬영된 영상을 실시간으로 연구실로 전송할 수 있도록 보완했다.<도표>
농진청은 이 시스템을 활용해 4년 간(2015~2018) 4개 지역의 논을 관찰한 결과, 많은 생물이 각 지역의 기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농경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양민들레의 꽃 피는 시기는 3월 평균 기온이 높은 곳에서 빨랐으며, 남쪽인 전남 해남과 중북부인 강원 철원이 24일의 차이를 보였다. 또한, 3월 평균 기온이 1℃ 오르면 꽃 피는 시기도 6일가량 당겨지는 것으로 예측됐다.
전국 논에서 관찰되며 모기 유충의 천적으로 알려진 잔물땡땡이는 2~4월 평균 기온이 높은 지역일수록 빨리 발생했으며, 전남 해남과 강원 철원이 최대 48일 차이를 보였습니다. 2~4월 평균 기온이 1℃ 올라가면 약 8일 빨리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논에 나타나는 대표 조류인 백로류를 관찰한 결과, 4월 중순부터 10월 상순에 걸쳐 모습을 보였으며, 개체 수는 일 최저 기온, 평균 기온, 최고 기온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2종(황새, 저어새), Ⅱ급 5종(큰고니, 큰기러기, 뜸부기, 재두루미, 흑두루미) 등 총 77종의 조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농진청은 이렇게 축적된 영상 자료를 기후변화에 따른 생물의 계절 변동 양상을 파악하는 중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장은숙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기후변화생태과 과장은 “무인생물자동관측시스템은 농업 생태계에 일어나는 현상을 영상으로 기록할 수 있다는데 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