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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그때 ‘트랙터’는 ‘휴대폰’과 비견할 만한 ‘감동’이었다

증기, 내연기관 트랙터가 지금 무인 트랙터의 꿈으로~


트랙터의 세계사-인류의 역사를 바꾼 철마들

후지하라 타츠시 지음, 황병무 옮김

팜커뮤니케이션 펴냄, 가격 16500


농업 생산력을 높였으며 도시화 가속

1,2차대전땐 트랙터 생산기술 전차활용

트랙터기반으로 명품 자동차 기술 발전


현대 농업·농촌 현장에서 농민들에게 가장 뭐가 필요할지 생각해보니 제일 먼저 생각이 나는 게 농기계였다.


지난 몇 년간 파종과 모내기, 추수 등을 하기 위해 충남 서산의 간척지 들녘을 찾아 농작업 활동을 했다. 충남 서산은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넓은 들녘에서 대규모로 논농사를 지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역 중 하나이다.

그곳에 가면 흥미로운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특히 대규모의 농기계들이 줄지어 농작업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다른 지역의 경우 대부분 농경지가 협소해 서산의 간척지처럼 대형 농기계를 사용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산 간척지에서 논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평균 경작지 규모를 보면 대부분이 6ha이상 농사를 짓는 전업농들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평균 1ha)에 비해 절대적으로 농기계가 필요한 대표 지역이다.


이곳에서는 3월과 4월 들녘에 나가면 대형 트랙터들이 줄지어 경지정리 작업 및 모내기를 할 수 있게 로타리 작업 등을 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고, 본격적인 모내기에 들어가면 승용이앙기들이 빠른 시간 내에 모내기 작업을 척척 해내는 광경을 볼 수 있다. 가을에는 콤바인이 줄지어 황금들녘의 벼를 수확한다.


가끔씩 이곳 지역 특성상 이앙기나 콤바인이 논에 빠져 못 나올 경우 대형트랙터가 이를 끄집어내기 위해 출동하는 재미나는 광경을 종종 볼 수 있다(농민들한테는 속 타는 시간). 그만큼 논농사에서 농기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높다(거의 100% 수준).


이곳의 농민들은 트랙터와 이앙기, 콤바인 등 농기계가 없었더라면 절대로 이곳에서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실제로 필자가 직접 현장에서 경험한 바도 이들 기계가 없다면 절대로 농사를 지을 수 없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한 것은 이제 농기계가 없이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우리 농업 현장에서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 이런 부분은 논농사뿐만 아니라 농업 전체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서산 간척지 사례처럼 우리나라 농업도 대규모 농지에서 전업화·규모화 돼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농기계를 통해 농업 현장에서 심각한 인력 문제와 작업의 효율성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농기계가 언제부터 우리에게 이런 편리함과 변화를 줬을까? 갑자기 궁금증이 생기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 기계화를 촉진하는 법이 제정되면서 시작됐고, 1990년대 후반 정부 정책에 의해 본격적인 농기계 시대를 맞이하며 우리나라 농경문화의 틀이 완전히 바뀌게 됐다.

 

트랙터가 인류를 역사를 바꿨다

이번에 발간된 책 트랙터의 세계사-인류의 역사를 바꾼 철마들에서는 대표적인 농기계인 트랙터의 등장으로 인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인류 역사와 문화, 경제, 사회 등 전 세계 패러다임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세세히 다루고 있다. 서산의 사례처럼 세계사에서도 트랙터의 등장으로 정치·경제·사회적 변혁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농업의 공동화와 집단화 과정을 이 책을 통해 볼 수 있다.


특히 책에서는 트랙터의 등장을 자동차와 휴대전화의 개발과 비견할 정도로 인류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내용을 기술할 정도로 대단한 평가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우리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역사적 사건과 변화가 트랙터로 인해 발생했다는 신선함은 정말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우선 저자는 트랙터의 발자취를 따라 세계사를 바라보며 트랙터가 인간에게 자유를 안겨다줬다는 평을 한다. 트랙터가 가축 돌보기와 장시간 노동 등으로부터 해방시켜줬으며, 이로 인해 보다 시간을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는 것.


또 농업 생산력을 높여 사람을 도시로 향하게 하고, 인구를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증가시키는데 공헌했다고 말한다. 이는 트랙터의 발전으로 인해 더 이상 농업 현장에서 많은 인력이 필요 없게 됐고 인력이 없어도 식량 생산성에 문제가 되지 않으면서 나머지 잉여 인력들이 도시로 떠나 다른 산업 분야를 활성화 하는데 촉매제가 됐다.


더 흥미로운 것은 사회가 남성 중심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탈피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했다는 사실이다. 비록 역사적으로 여성 해방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트랙터로 인해 여성을 농사의 주체이자 남성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 사실을 책에서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짧은 전쟁 기간(1, 2차 세계대전 등) 중이였지만.


아울러 트랙터의 진화는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군사 무기 개발이나 자동차의 발전 등 다양한 사회·경제 분야에 큰 영향을 끼쳤다. 많은 나라들이 1, 2차 세계대전 당시 트랙터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트랙터 생산기술을 이용해 전차를 생산해 전쟁에 활용해왔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이야기일 것이다.

 자동차의 시초인 포드나 이탈리아 자존심으로 불리고 있는 람보르기니, 피아트 경우도 트랙터를 기반으로 해서 자동차 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지금의 자동차 명품 브랜드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 책은 그만큼 트랙터의 등장으로 인해 세계사가 바뀌었고, 산업 전체의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보이면서 세계 근현대사의 발전에 기여한 점을 부각시켰다.


한편 저자는 트랙터의 등장으로 인해 화학비료가 필연적으로 토양에 사용되는 구조로 바뀌면서 토양침식 등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음도 명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국가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거액의 세금을 쏟아 부으며 환경개선에 애쓰고 있다.


여기에 트랙터를 운전하기 쉽도록 토지를 정비하거나 수로를 정비하는 등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트랙터의 기술이 전차 등 전쟁무기로 사용되는 부작용이 일어나 전쟁으로 인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 부정적 부분도 세세히 짚어 준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친절하게 트랙터의 발자취(역사)를 통해 앞으로 미래에 대한 통찰까지 이야기 한다. 저자는 트랙터 탄생으로부터 현재까지 110년의 역사를 조망해 보면 현실에서 만들고 있는 무인형 트랙터 꿈은 150년 전 증기 트랙터와 100년 전 내연기관 트랙터에 걸었던 기대와 별로 다를 게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만 위에서 지적했듯이 자연환경과 전쟁, 지역사회 등에 끼치는 부작용을 줄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발전은 무의미하기 때문에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찾다보면 지금까지 이어져 왔던 긍정적인 방향의 미래가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랙터의 역사를 세계적으로 다룬다는 것이 필자의 능력으로 무모한 시도였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트랙터도 농업, 농민생활 등 한켠에 역사의 목격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역사의 재미에 푹 빠져들게 됐다. 더구나 트랙터는 무어라고 말하기 어려운 매력을 풍기는 기계이다.”


트랙터의 세계사는 저자가 책을 마무리 하면서 적은 이 말처럼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트랙터를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었던 세계사 이야기나 트랙터 자체만이 가진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선사한다. 그동안 농업이나 농기계 관련해서 이 책처럼 자세한 이야기를 다루거나 역사적 사실과 결부해 나온 책이 없기 때문에 이 책의 값어치는 더욱 빛난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일본 원작에는 수록돼 있지 않은 우리 농업의 역사와 농기계의 발전사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여러모로 볼수록 매력을 더 느낄 수 있는 볼매 신간이라고 평할 수 있다.


세계의 역사와 트랙터의 만남만으로도 21세기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 한번은 읽어 봄 직한 필독서다.

 

이은용 객원기자 | dragon@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