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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2018 농약시장’ 구름’에 기대어 ‘해빙’을 꿈꾸다

계통농약 가격 평균 1.2% 인하
최근 5년간 ‘동결과 인하’ 반복
“흉내라도 내달라”…회유·압박
“계통구매 폐지”…‘합리적 불만’

농약업체 3중고…돌파구 ‘묘연’
중국 원제·부자재 가격 급등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가중
PLS 제도 시행도 농약회사 ‘몫’

요즘 농약업계는 더없이 분주해 보인다. 올해에도 농약시장 전망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 탓에 좀처럼 사업성공 전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우선 지난 16일 마무리된 농협계통구매계약 결과는 제조회사들의 기운을 앗아가기에 충분했다. 최근 5년간 계통구매가격은 동결 내지 인하를 거듭하면서 ‘계통구매 폐지론’에 불을 지피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농협은 지난해 3.3% 가격인하에 이어 올해에도 0.5~2.5%(평균 1.2%, 제네릭 회사 3~4%) 가량의 가격을 내리도록 했다. 더군다나 해마다 반복되는 농협의 가격인하 압력은 명확한 기준을 근거로 하기보다는 제조회사의 일방적인 양보를 강요한다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농협은 특히 ‘2020년까지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이라는 미명 아래 농자재 가격인하 정책에 집중하고 있지만, 그동안의 계통농약 가격인하는 사실상 농업인들의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는데 힘이 실린다. 그보다는 농협의 명분을 쌓는 수단에 불과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농협은 이번 시담과정에서 제조회사들에게 “흉내라도 내달라”며 결국 계통가격 인하를 관철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농약회사의 한 영업담당자는 이와 관련해 “당초 농약회사들은 올해 최소한 1.5% 가격 인상을 요구했지만, 농협의 힘에 눌려 결국 1% 상당의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며 “농협은 지난해 3.3% 인하를 밀어붙일 당시 ‘내년에는 가격을 인상해 주겠다’고 했으면서도 반대로 가격을 깎았다”고 불평했다.

그는 또 “계통가격 1~2%를 내린들 농업인들에게 무슨 혜택이 돌아가겠느냐”며 “그 정도의 가격 인하는 농협중앙회의 수수료나 일선농협의 추가장려금율 조정만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고, 오히려 그런 방법이 명분에도 더 합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농약회사들은 중국산 원제 및 부자재 가격 인상에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이익구조가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농협계통농약 가격까지 깎이다 보니 돌파구를 찾느라 고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해 보인다.


기후적 변화도 농약업계의 긴장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4~6월까지 지속된 가뭄으로 인해 비선택성 제초제 사용시기 일실(逸失)로  일선 재고가 많은데다 회사들도 재고량이 만만찮아 전망이 매우 비관적이다. 또 생력화 논잡초약 역시 지난해 장기간 물 부족현상이 이어지면서 사용량 감소가 두드러져 일선 재고가 넘쳐나는데다 경지면적 감소 및 정부의 쌀생산조정제 시행 등으로 시장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작년 봄가뭄에 진딧물약 재고 일소
외래해충·먹노린재 전국 들녘 강타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약제 ‘청신호’


반면 지난해 봄가뭄으로 진딧물이 극성을 부리면서 일선 재고가 일소(一掃)된 진딧물 전문약제의 경우 올해 매출 확대가 점쳐지고 있다. 또 외래해충 2종(미국선녀벌레, 갈색날개매미충)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살충제 사용량을 끌어올려 향후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시장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지난해 7~8월 중에 지속된 장맛비로 인한 고추와 사과 탄저병, 배추 무름병 등이 대발생해 올해 탄저병약과 보호살균제, 무름병약 등의 시장전망도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특히 벼 수확기를 앞두고 전북지역을 필두로 전국을 휩쓸었던 벼 먹노린재 피해와 과수·채소 총채벌레류 피해도 해당 전용약제 및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시장을 밝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농진청에 따르면 먹노린재는 전북은 물론 충남·전남·경북·경남 일부지역에서 계속해서 발생했으며, 주로 출수 후 이삭목에 피해를 주는 등 목도열병과 유사해 증상을 파악하지 못한 농업인들의 대처가 늦어지면서 피해를 확산시켰다.


농업연구기관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해 “올해도 벼 먹노린재 ‘피해 경보’는 진행형으로 봐야할 것”이라며 “벼 재배농가나 농약 유통인들은 먹노린재 예찰을 철저히 하고, 전용약제도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렇더라도 올해 수도용 농약시장은 볕들 날보다 구름 낀 날이 훨씬 더 많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수도용 농약 사용 면적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인데다 무인헬기·드론 방제 빈도가 높아지면서 살포물량이 줄어들고, 쌀생산조정제 등 갖은 악재들이 켜켜이 쌓여 있어 수도용 농약시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감소추세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면시행 1년 앞으로 다가온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 역시 농약업계가 떠안아야할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정부 차원의 대책들이 마련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농산물 안정성 강화에 집중되다 보니 농약업계의 부담만 누적되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나마 소면적 작물 전용약제의 직권등록이 확대될 기대감이 없잖으나, 사실상 사용상에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는 농약들이 미등록 농약으로 분리돼 약제 처방이 급격히 줄어들면 그 부담과 비용은 고스란히 농약업계의 몫이 되고 만다. 어쩌면 비선택성 제초제도 일본처럼 등록된 작물에만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럴 경우 제네릭 회사가 생산하는 품목들은 된서리를 맞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복수의 농약회사 관계자들은 향후 농약시장을 가름해 “해빙(解氷)을 바라기엔 볕이 너무 약하다”고 전제한 뒤 “오죽했으면 ‘농약사’를 개업하려던 농약회사 직원들이 숨죽인 듯 잠잠해졌을까”라며 “현장을 돌아다녀 보면 시판상의 위축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지경”이라는 말로 농약시장이 처해있는 일단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