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업자재의 홍보물 작성 기준에 대한 산업계의 의견이 농림축산식품부에 전달돼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한국친환경농자재협회(회장 권옥술)는 8월 25일 ‘제4종복비 및 미량요소복비 등 비료 효과표시 등에 관한 교육’ 중 실시한 ‘유기농업자재 광고 세부기준 설정 검토 설명회’를 통해 취합된 산업계의 의견을 농식품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3일부터 시행된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친환경농업육성법)’에 포함된 유기농업자재 광고 기준이 ‘공시시 제출된 시험성적서에 한해서만’ 표기할 수 있도록 한다는 데 대해 지난 3개월간 업계는 혼돈 속에서 사업을 진행해 왔다.
현재 시중에 배포돼 있는 리플렛, 포스터, 카달로그 등은 회수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계도 기간 중에 적발 시에도 처벌을 받는 것인지 등 매일매일 확신 없는 상태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도 그럴 것이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제품 자체에 대한 결함이 없는 상태에서 홍보물 적발로 인해 ‘제품 판매 중지’ 처분과 함께 행정처분도 받게 되니 잠재적 범죄자 취급에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는 사업자도 있었다.
제품 라벨에 표기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법에서 정한 바’ 대로 따르는 것이 맞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홍보’ 부분은 다르게 가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타 산업 어디를 봐도 홍보에 대해서는 나름의 기준과 가이드라인이 있어 이를 따르면 되는데 유기농업자재는 지금과 같은 기준이면 사업을 접어야 하는 수준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한친농은 ‘유기농업자재 표시 및 광고기준 설정’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개선방안에 따르면 효능·효과에 대한 광고 기준은 시험연구기관의 성적서가 아닌 관련논문, 연구보고서, 교과서 및 시험성적서 등에 근거 병해충, 작물생육, 토양개량효과 등도 광고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공시서에 기재된 내용은 주성분종류, 함량, 비해·약해시험작물명 뿐으로 광고를 너무 제한해 오히려 농민의 알권리를 제한하므로 원료의 특성, 일반적으로 알려진 내용, 과학적으로 밝혀진 효능효과, 농가실증사례 등도 광고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효능·효과에 대한 표시 기준은 시험연구기관의 시험성적서에 근거해 포장지에 표시할 수 있도록 하되, 작물군별로 표시가능토록 시행규칙을 개정해야 한다.
토양개량·작물생육용자재의 경우 최소 10작물 이상에 대한 시험성적서가 필요하나 작물당 3~4백만원 하는 시험비용을 감당할 수 없으므로 과수류, 과채류, 엽채류, 구근류, 벼 등 그룹별로 묶어 대표작물시험을 통해 효과표시를 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개선방안에 따른 내용이 결정되면 ‘표시와 광고기준의 두 용어 차이에 대한 명확한 용어정리를 통해 비료에 준해 공문화하거나 협회가이드라인을 승인해 주는 형식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이번 개선방안에서 중요하게 다룬 부분은 시험작물의 그룹화이다.
농약의 경우 ‘사과 복숭아혹진딧물’ 이렇게 시험을 해서 라벨에 표기하게 된다. 이는 농약의 특성상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이 아닌 합성에 의해 만들어진 물질이기 때문에 작물에 대한 해가 있는지 해당 해충에 효과는 있는지에 대해 검증을 하고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조치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유기농업자재는 전통적으로 자연에서 나온 추출물이나 돌가루 등을 작물에 살포해 병해충을 방제하거나 작물의 생육을 돕도록 한다. 때문에 농약처럼 한 작물, 하나의 해충에 대해 일일이 시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식물추출물의 경우 해충에 효과가 있다고 하면 대부분의 해충에 효과가 있는 형태이지 ‘진딧물’에만 효과가 있고 다른 해충은 전혀 효과가 없는 경우는 잘 없다. 또 작물에 따라 약해·비해를 받는 경우를 대비해 대표 5작물에 대한 시험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유기농업 전문가는 “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유기농업자재를 각 작물별로 시험해야만 한다는 오류에 빠질 위험이 있다”면서 “그룹별로 묶어 대표작물에 시험하는 정도로도 충분히 그 기능을 살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유기농업이 전체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에 유기농업자재 시장도 크지 않다. 이를 농약과 같은 기준으로 시험을 실시했다가는 업계에서는 대표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작물, 예를 들어 벼에만 등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시험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매출은 적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용자인 농민 입장에서는 해당 제품을 ‘벼’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오인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작용도 예상해볼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경우 라벨 표기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면 친환경농산물 인증 시에 사용 유기농업자재가 인증 농산물에 대한 표기가 없어 ‘부적합 농산물’로 취소처분 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해당 농업인과 농자재 회사는 큰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이번에 마련된 한친농의 개선방안은 이제 법을 담당하는 농식품부로 전달됐다. 이 내용을 토대로 한친농은 농식품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3자 협의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친환경 인증에 대한 불신이 다시 도마 위에 올라와 분위기가 좋지 않다”면서도 “그렇다 해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분위기에 휩쓸려 좌우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일침했다.
심미진 l choubab@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