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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나고야의정서 종자업계 비용 부담 최소화 전략 어떻게 짤까?

국내 비준을 앞둔 나고야의정서는 우리나라 생물자원 보호의 역할도 하지만, 종자업계 등 해외 유전자원을 이용하는 생물산업 전반에 어려움을 줄 수 있어 이에 대한 정부와 산업계의 대비책이 요청된다. 예상되는 어려움은 각국의 생물자원 보호조치 강화에 따른 수급 불안정과 연구개발 지연, 유전자원 로열티 상승 등이다.


나고야의정서는 유전자원에 대한 접근 및 그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제공국과 이용국 간에 공정하게 공유해야 한다는 국제협약이다. 이에 따라 유전자원의 이용자는 제공국의 승인을 받고 이익 공유를 해야 하며, 유전자원 이용국은 자국 이용자가 이런 절차를 준수했는지 확인하는 의무가 발생한다.


자원제공국들이 나고야의정서 관련 자국법을 체계적으로 제·개정하고 있어 향후 분쟁사례 증가가 예상된다. 향후 국내종자 수출시에도 해외 바이어가 나고야의정서 이행을 확인하는 경향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올해 1월 제정·공포된 ‘유전자원의 접근·이용 및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이하 유전자원법)은 나고야의정서 이행을 위한 원칙을 담은 법률로서 3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우리나라가 나고야의정서 비준 국가가 되기 위한 기본요건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원료수급·연구개발 애로, 로열티인상 위험
나고야의정서 비준이 종자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업체들은 걱정이 앞서는 분위기다. 주요 종자업체 관계자는 “국내용과 함께 차별화된 글로벌 수출용 품종 육성을 위해서는 내병성, 기능성과 환경적응성에서 경쟁력 있는 유용한 유전자원을 누가 더 빨리, 더 많이 확보하느냐가 신품종 육성과 새로운 시장 진출에 중요한 요소”라며 “나고야의정서가 생물자원 보호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해외 유전자원 이용이 많은 종자업계 입장에서는 각국의 생물자원 보호조치 강화에 따른 불안정한 수급, 연구개발 애로, 유전자원 로열티 인상 등의 어려움이 예상되고, 앞으로 관련분쟁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또 다른 주요업체 관계자는 “주요 채소와 일부 식량종자가 나고야의정서와 연관될 것”이라며 “종자기업의 신품종 보호 즉 육성가 권리 보호는 UPOV(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 기준에 따라 운용되겠지만 해당 작물의 야생종 이용 시 나고야의정서 적용범위에 대한 사전 조사 및 이에 대한 중장기적 대응 방안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종자업계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업체의 대비책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구체적인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단기적인 처방보다 중장기적인 대응방안 수립 방안이 필요하다”, “발생할 수 있는 국제분쟁 대비 협상능력이 있는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 “기업 이전에 국가적인 차원의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등의 반응이 나타났다.


또한 나고야의정서 비준에 앞서 정부가 시행해야 할 정책과 제도에 대해 종자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종자업체 관계자는 “국가적으로는 유전자원 접근 및 이익공유에 관한 법률 제정, 유전자원 정보 관리 체계 확립, 비금전적 이익공유 및 기술협력을 위한 국제협력 체계 강화, 유전자원 관리 관련 전문인력 양성 등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농생명 관련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국제분쟁·협상 전문인력 양성과 외국 동향 및 계약사례 정보를 산업계에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대응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하고 “기업들이 국내·외 유전자원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유전자원 관리 및 지원을 확대하고 농업유전자원센터 등 국내 생물자원 관리·연구기관들의 대응체계와 전략을 관련 산업계와 공유하는 한편, 해외 유전자원의 합법적 활용과 생물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내 재래종·야생종의 수집을 강화하고, 국제연구기관이나 유전자원 부국과 공동연구 및 기술지원 등 협력체계의 구축을 통해 해외자원을 확보해 산업계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종자원료 중개업체의 인식부족도 개선해야
유전자원법의 국회통과를 계기로 정부는 나고야의정서 이행체계의 연착륙을 위해 관련부처 간의 소통과 산업계와의 정보 공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4월 28일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해양수산부, 국립생물자원관 등이 합동으로 나고야의정서 현황과 대응 방안, 국내 이행체계를 공유하기 위한 컨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했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이 주관한 이 행사에서는 나고야의정서 핵심이슈와 국내 비준의 의미, ABS체제와 생물다양성 시대의 국제협력 패러다임 등을 비롯해 종자업계·바이오업계·보건산업계 각각의 대응전략, 자생생물 발굴과 보전, 국가 생명연구자원 이용·관리, 해외 생물(유전)자원 활용과 정부간 협력, 국내 유전자원법 제정의 의의, 국내외 생물자원 접근과 이용절차 등이 폭넓게 논의된 바 있다.


나고야의정서 대비 종자업계의 대응은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대다수 종자업체가 영세해 국내매출이 대부분이고 공유할 금전적 이익이 많지 않으므로 나고야의정서로 인한 이익공유에 대한 인식부족 문제가 있다. 또 국내 종자업체가 해외에서 원료 수급시 중개업체를 통해 1차가공 제품을 수입하는 경우가 많아 책임소재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이다. 중개업체의 규모 역시 영세하고 소량다품목을 취급하고 있어 인식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진단이다.


최근진 농식품부 종자생명산업과장은 “국내 종자업체와 관련 중개업체 등의 이해 부족으로 종자산업의 근간이 흔들리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유럽종자협회와 같은 국가 차원의 투명한 절차 제공과 자칫 일어날 수 있는 자원활용의 병목현상을 예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정부의 대응은 나고야의정서 이행체계 대비 대응체제를 조속히 구축하고, 자원제공국 지위확보를 위한 유용자원 확보, 자원이용국으로서 산업계 비용 부담 최소화, 국가간 협력 강화라는 큰 틀 안에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과장은 “나고야의정서 대응을 위해 농업생명자원 관련 컨트롤타워 구축과 역량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농식품부가 사전통보승인(PIC) 발급 절차 및 기준을 정립하고 농촌진흥청, 산림청, 농림축산검역본부 등에 PIC, 이익공유(MAT) 절차 준수점검 및 신고처리 권한을 위임하고 있지만 향후 농식품ABS지원센터(가칭)와 같은 별도의 전담기관을 설치해 농업, 가축, 산림, 수의자원 ABS이행 정보수집, 절차준수, 이익공유 절차지원 등 종합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해외자원에 대한 국가별 가격 정보시스템(최저가 비교 등) 구축 및 서비스제공으로 산업계 비용 절감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ABS Help Desk, 영문홈페이지 개설, FAO 등 국제기구 연계 시스템 구축도 계획하고 있다. 또한 환경부, 미래부, 해양부로 구축된 생명자원DB를 연계해 정보 활용도를 높일 예정이다.

 

국내외 유용자원 확보…자원제공국으로
자원제공국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국내외 유용자원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주권을 주장할 수 있는 국내 재래종, 야생종, 고유종 수집을 강화해 2016년 159만5000점을 기록한 국내 유전자원을 2020년 200만점까지 늘리는게 목표다. 국제연구기관·자원부국과의 공동연구나 기술지원 협력은 해외자원 추가 확보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따라서 KOPIA 등 해외주재관 사업, 동아시아 협력네트워크 등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자원 보유 대학 및 민간연구소를 관리기관으로 지정해 유전자원의 공공기관 기탁 창구가 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식물 70, 미생물 9, 곤충 2, 축산 11, 산림 30개소 등 123개소가 지정됐다. 스발바르 등 국제저장고에 토종자원 중복보존도 추진한다.


자원이용국으로서 이익공유에 따른 산업계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정부의 산업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대책도 필요한 부분이다. 2012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골든시드프로젝트(GSP)는 2021년까지 총 4911억원을 지원해 수출과 수입대체 전략품종을 개발하는 대표적인 종자산업 육성 R&D 프로젝트다. GSP는 지난해 완공된 민간육종연구단지와 종자산업진흥센터와 함께 유전자원의 확보·공유 강화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농생명 기능성 소재산업 육성방안’은 천연자원 유래 소재를 많이 활용하는 식품업계·미생물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중이다. 나고야의정서에 영향받지 않는 ITPGRFA(식량농업유전자원 국제조약) 대상 작물 64종과 국제농업연구센터에 보관중인 연구자원에 대한 관심과 활용도 주목된다. ABS 관련 분쟁·소송에 대응하기 위한 전문가와 컨설턴트의 확보도 반드시 필요하므로 농업유전자원센터에 국제법률전문가를 두거나 자문관 활용 등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ABS지원센터’에 ABS 관련 분쟁·소송대응을 위한 전문가 및 컨설턴트를 채용해 종합적인 서비스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국가간의 협력 강화도 나고야의정서 이행 연착륙에 도움이 될 것이다. 자원제공국의 비상업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며, 공동으로 해외 유전자원 탐색과 연구개발을 진행한다면 이익공유에 따른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자원을 보존할 여건이 부족한 개도국 유전자원을 중복 보존해 국가간 협력의 단초를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 현재 베트남, 몽골, 네팔,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등 6개 국가와 세계채소센터의 총 1만7321자원을 국내 보존중이다.


이은원 l wons@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