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수급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는 가공용 쌀 소비 촉진, 쌀의 사료 이용 유도, 적정 생산을 위한 정책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11월 18일 서울 중구 LW 컨벤션에서 ‘쌀 수급불균형,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창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쌀 수급불균형 문제는 현재 농정의 가장 큰 이슈이며 해결되어야 하는 과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쌀 관련 전문가뿐만 아니라 비농업계 인사들도 함께 모인만큼 다양한 해결방안이 도출돼 쌀 산업이 빠른 시일 내에 안정화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쌀 생산감축을 위한 방안 및 소비 활성화에 대한 주제발표들이 이어졌으며 언론, 학계, 농업관련 정부 관계자, 농협 관계자 등 50여명이 참여했다. 이날 발표 내용을 통해 쌀 수급불균형의 해법을 알아본다.
일본도 생산조정 정책과 식량자급률 고심
김종인 농경연 부연구위원은 ‘일본의 쌀 수급정책 경과와 시사점’에 대해 발표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일본은 이미 1971년 심각한 쌀 과잉 재고 해결을 위해 생산조정제도가 도입됐다. 면적관리방식으로 쌀 생산을 제한하고 해당 농지에 식량작물 등의 타작물 재배를 유도해 왔다. 생산조정에 참여한 농지에 타작물을 재배할 경우 대상품목, 단지화 여부 등에 따라 차등 지원했다.
이후 소비량 감소, 단수 증가로 생산조정 면적이 점차 늘어 수량을 기준으로 하는 수량관리방식으로 변경했다.
2010년부터는 일정 규모 이상의 쌀농가 모두에게 쌀직불을 지급하는 호별소득보상제가 도입됐다. 쌀직불의 지급 조건으로 생산조정 참여를 의무화해 생산조정제 참여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한 것이다.
김 박사는 “외형적으로 일본 정부 주도의 생산조정제 구속력은 약화될 전망인 반면, 일본 정부는 민간(농협 중심)을 최대한 활용해 쌀 생산과잉을 막으려는 정책적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생산조정 정책이 완전히 폐지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일본과 같이 전작지원 형태의 생산조정제를 국내에 도입할 경우, 사료용 작물이나 콩 등의 식량작물을 대상으로 설정해 쌀 수급조절뿐만 아니라 식량자급률 제고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가공ㆍ사료용 쌀 활성화 소비촉진의 열쇠
김종진 농경연 곡제곡물관측 팀장은 ‘쌀 수요현황과 확대 방안’ 발표를 이어갔다.
김종진 박사에 따르면 소비지 쌀 판매량은 감소하지만 가공밥 판매량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가공용 쌀 공급량이 재고 처분 시기에 급증해 변동성이 크다. 정부의 재고관리 정책으로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한 구조가 정착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수출은 걸음마 단계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밥쌀 소비 증대는 지속해야 하며 단순한 이벤트는 소비확대에 한계가 있다. 쌀 수요 확대는 가공용 소비 증대에 중점 둬야한다. 쌀 가공품 신뢰제고를 위한 대기업과 상생협력 및 정부인증이 필요하다. 고미는 사료용으로 사용해 재고부담 완화 필요가 있다. 밥쌀 수출은 중국시장에 집중하고 쌀 가공품은 지속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행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식품자원부장은 ‘쌀 가공기술 개발 및 소비 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쌀가공산업은 2014년 말 기준 1만7380개 업체, 총 매출액 4.1조원 규모에 이른다.
농진청을 통해 이뤄진 가공용 쌀에 대한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양조용 ‘설갱’ 쌀이 산업화 됐다. 무균포장밥을 위해 ‘주안벼’, ‘보람찬벼’, ‘중모1017호’를 개발하고 2010년 CJ에 계약생산을 확정했다. 또 겁반(국밥, 비빔밥)에 적합한 품종으로 2015년에는 미소미가 선정됐다.
이와 함께 100% 쌀빵 제조기술도 확립했다. 삼광 품종이 쌀빵용으로 선정됐으며 40여종의 쌀빵과 케이크가 개발됐다. 식량원과 미실란, 쁘띠아미가 100% 발아현미 빵ㆍ케이크 개발을 위해 MOU를 체결했다. 현재 글루텐프리 100% 삼광쌀빵은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등에 수출을 준비 중이다.
쌀 가공 제품은 주식, 간식, 음료 등으로 개발 중이다. 별미밥, 무가당죽, 발효쌀죽, 발효쌀 부침믹스, 쌀 팬케익믹스, 굳지 않는 떡, 발효증편믹스는 이미 상품화됐다. 이에 더해 쌀 발효음료, 분말식혜, 쌀 조청, 발효쌀잼, 발효식초, 막걸리 등이 개발 중에 있다.
우병준 농경연 모형정책지원실장은 ‘쌀의 사료용 이용 확대 방안’을 통해 쌀을 사료용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그 방법으로 총체벼 생산, 사일리지 활용, 반추위 동물 사료로 이용하는 것을 들었다. 또 기존 품종과 함께 녹양, 목양, 목우, 녹우 등 전용 품종 개발이 완료됐다. 배합사료로도 이용할 수 있다. 재고미와 신곡 모두 이용 가능하며 산업ㆍ반려동물 사료로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정책적 판단에 따라 장립종과 단립종 모두 이용 가능 하지만 옥수수 수입가격 이하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종농가가 식용벼 대신 총체벼를 재배할 경제적 유인책이 없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또 TMR업체와 축산농가가 총체벼 이용을 선호할 이유도 부족하다. 벼 대체작물로 총체벼 대신 다른 작물 선택이 더 용이하다. 사료용 총체벼 산물을 밥쌀용으로 부정전환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게다가 배합사료 업체가 수입곡물을 쌀로 대체하려고 할 것인지에 대한 확신도 부족하다. 옥수수나 밀 수입단가와의 가격 경쟁력도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쌀의 사료용 이용에 대한 확고한 장기 정책방향 제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또 장기 정책방향에 대응할 수 있는 연구와 소득 보장 방안도 필요하다. 지역 단위 총체벼 공급 및 이용체계 수립도 이뤄져야 한다.
민간 사료업체나 개별 축산농가가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유인책 제공이 있어야 한다고 우 실장은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