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한기에 접어든 11월 국제농기계자재 전시장에 농민들의 발길이 몰렸다. 그중 유독 농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부스 중 하나는 고기능을 갖춘 다양한 전동운반차를 전시한 근우테크의 전시부스였다.
박춘숙 근우테크 대표와 전연호 부사장은 회사의 대표상품인 전동운반차와 새롭게 출시한 하우스 리프트 전동차에 대해 묻는 농민들의 질문에 응대하기 바빴다. 두 사람은 함께 회사를 이끌고 있는 부부 경영인이며 박 대표가 경영전반을 전 부사장은 제품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대학에서 기계를 전공한 전연호 부사장은 공장 자동화 설계 분야에서 일하다 IMF 때 공업고등학교 기술 교사가 됐다. 그러나 기계 설계에 대해서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의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다시 현장으로 컴백했다.
전 부사장은 일찌감치 농업용 전동운반차에 그야말로 마음이 꽂혔다. ‘밭, 과수원, 축산현장 등 어디에서든 사용하는 운반차에 전동장치를 접목한다면 농사일에 날개를 달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었다.
그는 2000년대 중반 엽연초 밭 이모작작물용 ‘콩 파종기’(전동) 개발에 나섰다가 ‘전동운반차’에 대한 구상을 시작했다. “엽연초를 세 차례 따고나면 콩이나 옥수수를 심는데 잎이 우거져 있어 작업자가 거의 기어다니다시피 하며 심었어요. 엽연초 수확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죠. 농가의 작업자가 여성도 많았는데 30~40kg의 엽연초를 실은 수레가 넘어지기 일쑤였죠. 전동운반차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에 혼자서 기계 설계를 시작했습니다.”
못말리는 발명가 기질이 전동차 설계의 원동력
교직에 있을 때도 기계를 놓지 못했던 그는 2007년 부인 박춘숙 대표의 이름으로 근우테크를 창업하고 직접 개발한 콩 파종기와 소형·중형 다용도운반차를 농림부에 등록했다.
2008년 그는 농촌진흥청이 강원도 영월에서 개최한 농작업 편이장비 전시회에 강사 자격으로 참석하게 된다. 현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한 농작업과 기계 관련 강의는 수강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뜻하지 않았던 행운이 찾아왔다. 강의가 끝나고 전국의 농기계회사들이 출품한 농기계 전시회에 근우테크의 콩 파종기와 전동운반차도 한 자리 낄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전시한 전동운반차에 대한 반응은 유독 뜨거웠다. 예정에 없었던 업체가 참석해 전시회가 엉망이 됐다는 기사가 한 신문에 게재됐을 정도로 근우테크의 전동운반차는 타 업체를 제치고 사람들의 눈과 발길을 끌어당겼다.
2008년은 농촌진흥청이 농작업 편이장비 보급 지원사업을 시작한 원년이다. 농진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전국 1182개 마을에 5만여대의 농작업 편이장비가 보급됐다. 2008년에 근우테크는 소형·중형 다용도운반차로 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후 농작업 편이장비 사업에 부합하는 농기계 개발 회사로 업계에 자리를 굳히기 시작했다.
몽다리, 둘소, 꼬망, 씽도리, 나르센…. 근우테크 전동운반차의 이름이다. 몽다리는 일륜전동운반차이고 둘소는 이륜과 삼륜, 꼬망은 초소형운반차이며 나르센은 4륜구동전동운반차다. 이름만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컬러플한 색감과 빼어난 디자인도 눈길을 끈다.
14종 25가지 모델, 다양한 농업 현장에서 활용
다수의 실용신안특허와 발명특허는 근우테크만의 기술력과 자부심을 보여준다. 발명특허는 ‘높낮이 및 속도조절이 용이한 모종이식기’, ‘지지수단이 구비된 핸드카’, ‘리프트 및 덤프장치가 구비된 4륜구동 농업용 운반차’, ‘틸팅장치가 구비된 4륜구동 농업용 운반차’, ‘무게중심 이동이 가능한 농업용 일륜 전동운반차’ 등이다.
근우테크가 특허 등록한 4륜구동 시스템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지닌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비포장에서 강력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 전륜, 후륜에 모터를 독립적으로 구동해 오프로드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근우테크만의 4륜구동 시스템은 대표제품 나르센 4륜전동운반차 등에 적용돼 있다.
근우테크는 14종 25가지 모델의 다양한 농업용 전동차를 선보이고 있으며 과수, 원예, 밭작물, 하우스 재배와 축사 사료운반 등에서 편리하게 사용되고 있다. 연 매출도 2015년 46억원을 넘어섰다.
박춘숙 대표는 최근 근우테크의 기술 역량을 농업용에서 산업용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산업용 전동운반차가 삼성중공업, 삼성전자 등의 공장에 납품됐으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클린사업장 조성을 위한 지원대상 품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박 대표는 “향후 산업용 기계의 비율을 높여 농업용과 50:50으로 키워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과중한 노동으로 건강을 위협 받는 농민들이 작업을 쉽게 할 수 있는 농업용 전동차를 만들고 싶다는 부부의 소망으로 시작된 근우테크는 이제 최고의 전동운반차 기술력을 보유한 강소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은원 l wons@newsfm.kr
다음 호에서는 근우테크 ②제품개발 스토리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