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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뉴스

EU 비료 규정 시행에 작물활성제 산업 판도 변화

비료제품 규정(FPR) 본격 시행…제품 효능 ‘과학적 입증’ 의무화
CE 인증 취득하면 EU 전역 판매…중소기업 규제 대응 부담 가중

유럽연합(EU)이 비료 제품 규정(Fertilizing Products Regulation·FPR, EU 2019/1009)을 본격 시행하면서 작물활성제(Biostimulant) 산업이 기존의 ‘마케팅 중심 구조’에서 ‘과학적 검증과 규제 준수 중심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시장 신뢰도를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동시에 연구개발 역량이 제한된 중소기업에는 새로운 장벽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리세 보르하(Marise Borja) 신텍 리서치 그룹(SynTech Research Group) 글로벌 규제총괄 디렉터는 최근 Ag News와의 인터뷰에서 “EU의 FPR 규정 도입 이후 바이오스티뮬런트(작물활성제) 산업은 단순한 마케팅 메시지나 개념 중심 홍보에서 벗어나 과학적 근거와 규제 적합성을 기반으로 한 산업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기업들은 제품이 주장하는 기능을 객관적 시험 데이터와 통계 분석을 통해 입증해야 하며, 이러한 변화는 산업 전반의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U 규제 이후 나타난 산업 구조 ‘4가지 변화’


보르하 박사는 특히 EU 규제 시행 이후 산업구조에서 네 가지 핵심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첫째는 제품 기능 주장에 대한 과학적 입증 의무화다. 과거에는 제품의 효과를 마케팅 메시지로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는 라벨에 기재된 모든 기능 효과를 시험 데이터로 입증해야 한다. 그는 “EU 규제 체계는 ‘주장 기반(claim-based)’ 구조이기 때문에 제품이 주장하는 기능 효과는 반드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시험 결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는 엄격한 제품 분류 체계 도입이다. EU 규정에 따르면 작물활성제 제품은 PFC6(바이오스티뮬런트 제품군, Product Function Category 6) 범주에 포함돼야 하며, 동시에 구성 원료 범주(CMC·Component Material Categories)에 부합해야 한다. 그는 “현재 시장에 판매되는 일부 제품은 이러한 분류 체계에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향후 제품 재구성이나 규제 대응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셋째는 규제 체계의 경직성 확대다. EU 규정은 새로운 원료 유형을 승인하는 별도의 절차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기업의 제품 혁신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르하 박사는 “현재 규정에서는 새로운 원료를 추가 승인하는 경로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혁신 제품을 개발해도 규제 승인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넷째는 지속가능성 기준의 확대다. 그는 “EU 농업 정책은 화학비료 의존도를 줄이고 토양 건강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작물활성제 제품 역시 단순한 생산량 증가 효과뿐 아니라 토양 건강 회복이나 환경 영향 감소 등의 지속가능성 목표와 연계된 효능을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SME) 규제 대응 비용 부담 가중


전문가들은 이러한 규제 변화가 산업 전반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기업 규모에 따라 영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중소기업(SME)의 경우 규제 대응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르하 박사는 “EU 규정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효능 시험과 안전성 평가, 규제 대응 문서 작성 등 상당한 비용과 전문성이 요구된다”며 “대기업은 자체 연구개발 인프라와 규제 대응 조직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중소기업은 이러한 역량이 부족해 외부 연구기관이나 컨설팅 기관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로 인해 제품 출시가 지연되거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질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산업 구조 재편이나 기업 간 통합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규제 대응의 핵심은 ‘시험 데이터 확보’


EU 규제 대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제품 효능을 입증하기 위한 데이터 확보 과정이다. 보르하 디렉터는 이 과정에서 기업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들이 있으며, 이러한 오류는 규제 승인 지연이나 추가 시험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먼저 작물활성제와 농약(식물보호제)을 혼동하는 사례를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작물활성제는 작물의 영양 이용 효율이나 스트레스 저항성 등을 개선하는 제품이며, 병해충 억제 효과를 주장할 경우 이는 농약 규제 체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문제는 제품 기능 주장과 일치하지 않는 시험 데이터를 수집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제품이 영양 이용 효율을 높인다고 주장하면서 실제 시험에서는 개화 시기나 생육 속도만 측정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EU 규정에서는 시험 데이터가 제품 라벨에 기재된 기능 주장과 직접적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르하 박사는 이와 함께 작물활성제의 효과가 기후, 토양 조건, 농업 관리 방식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제품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 반복 시험을 실시해 결과의 재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험 설계와 관련된 기술적 기준도 중요한 요소다. EU에서는 작물활성제 시험을 위해 유럽표준화위원회(CEN) EN 17700 표준을 권장하고 있으며, 시험 설계와 통계 분석 방식도 이에 맞춰야 한다. 보르하 박사는 “표준화되지 않은 시험 방식으로 데이터를 확보할 경우 규제 기관에서 인정받지 못해 시험을 다시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험 횟수가 부족하거나 실제 농업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시험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작물활성제의 효과는 환경 스트레스가 일정 수준 존재할 때 가장 잘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험 지역과 조건을 적절히 선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제품의 효과가 단순한 비료 효과인지, 작물활성제의 생리적 기능 효과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는 “작물활성제는 영양 성분과 관계없이 작물 생리 기능을 개선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시험 설계 단계에서 이러한 효과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EU 시장 진출 전략의 핵심은 CE 인증 취득


보르하 박사는 EU 시장 진출 전략과 관련해서도 기업들이 EU 비료제품 규정(FPR)에 따른 CE(유럽적합성 인증)마크 취득을 우선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CE 인증을 취득하면 단일 신청으로 EU 27개국 시장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기업은 국가별 규제를 활용한 개별 등록 전략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 경우 국가마다 규제 요구사항이 달라 추가 준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스페인은 미생물 제품에 대한 안전성 자료 요구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며, 프랑스는 농업 효과 입증을 위한 추가 데이터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에서는 제품이 식물 강화제인지 농약인지에 대한 분류 문제가 자주 발생하며, 네덜란드는 작물활성제에 대한 별도 분류 체계가 없어 일부 제품의 상호 인정이 어려울 수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제품 설명이 현지 분류 체계와 일치해야 하며, 폴란드는 상호 인정 절차를 진행할 때 전체 데이터 패키지를 다시 제출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보르하 박사는 향후 작물활성제 산업이 디지털 농업 기술과 결합하면서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드론, 토양 센서, 이미지 분석 기술 등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면 시험 데이터를 더욱 정밀하게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규제 승인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2030년까지 EU 작물활성제 시장이 보다 성숙한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부분의 제품이 FPR 규정에 따라 등록될 것으로 예상되며, 시험 데이터 검증을 위한 CEN/EN 17700 표준도 산업 전반에 널리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미생물 기반 작물활성제의 경우 안전성 평가 기준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미생물 제품의 경우 전장 유전체 분석(WGS)을 통한 균주 특성 분석, 항생제 내성 유전자 여부 확인, 독성 및 환경 영향 평가 등 보다 정밀한 안전성 검증이 요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농업과 결합한 산업 발전 전망 ‘청신호’


보르하 박사는 “앞으로 작물활성제 제품의 경쟁력은 단순한 생산량 증가 효과가 아니라 질소 사용 절감, 토양 건강 개선, 물 이용 효율 향상 등 지속가능성 지표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들은 이러한 환경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입증할 수 있는 기술과 데이터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EU 농업 정책이 친환경 농업과 탄소 저감 목표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작물활성제 산업 역시 이러한 흐름과 긴밀하게 연계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농업 기술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르하 박사는 이달 12~13일 이틀간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제7회 생물농약, 생물활성제 및 생물비료 서밋(BioEx 2026)’에서 “신흥 제품 범주(RNAi 및 펩타이드 기반 제품)를 위한 글로벌 규제 경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