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17 (금)

  • 흐림동두천 13.0℃
  • 흐림강릉 9.4℃
  • 흐림서울 17.1℃
  • 흐림대전 14.3℃
  • 흐림대구 11.1℃
  • 흐림울산 10.2℃
  • 흐림광주 15.5℃
  • 흐림부산 12.6℃
  • 흐림고창 12.5℃
  • 흐림제주 16.0℃
  • 흐림강화 13.1℃
  • 흐림보은 12.2℃
  • 흐림금산 14.2℃
  • 흐림강진군 13.1℃
  • 흐림경주시 7.8℃
  • 흐림거제 13.2℃
기상청 제공

국립농업과학원이 쏘아 올린 ‘적극행정’

[쇠스랑] 차재선 기자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이 과수화상병 방제제 개발 과정에서 보여준 ‘적극행정’은 우리 공직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법적 근거가 모호한 상황에서도 국익과 농업인을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농과원이 5년에 걸쳐 개발한 국산 박테리오파지 방제제의 ‘2027년 상용화’ 길목에는 현행 「식물방역법」이 걸림돌이었다. 신규 과수화상병 방제제 등록을 위해서는 공동연구기관(산업체)에 균주를 분양해 생산시설의 동등성 입증 자료를 확보해야 하지만, 현행법에는 이에 대한 명시적 근거가 없다.


그래서 농과원의 ‘적극행정’이 돋보인다. 농과원은 직면한 딜레마 해결 방안으로 법 개정보다 한발 앞서 감사원에 사전컨설팅을 신청했다. 과수화상병으로 인한 과수농가 피해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2026년 8월까지 국산 박테리오파지 등록 신청을 마치고 2027년 상용화를 실현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농과원은 2019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고, 국회 서삼석 의원의 식물방역법 개정안 발의도 이끌어 냈다. 자문변호사 검토와 자체감사기구 의견수렴도 거쳤다. 그리고 마지막에 감사원 사전컨설팅이라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특히 엄격한 안전관리 조건을 설정한 점도 인상적이다. 생물안전 2등급 시설, 사용 범위 제한, 재분양 금지, 사용 후 회수 확인 등 촘촘한 통제 방안을 마련해 안전성을 담보하면서도 공익을 추구하는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다.


농과원이 상용화를 서두르는 국산 박테리오파지 방제제는 우리 농업기술의 수준을 보여주는 상징적 성과다. 격리시설 시험에서 76.3%의 방제 효과를 기록해 미국산 수입제품(51.1%)보다 크게 앞섰다. 9건의 특허출원과 UC버클리 등 세계적 대학과의 국제공동연구는 이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한다.


특히 기존 화학농약과 달리 유익한 세균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과수화상병균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친환경 방제제라는 점도 돋보인다. 저항성균 출현을 막는 ‘파지칵테일’ 기법까지 적용해 지속가능한 방제 효과를 추구했다.


과수화상병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규모를 보면 농과원의 선택이 얼마나 시급했는지 알 수 있다. 매년 100억 원을 상회하는 손실보상금이 지급되고, 연간 200억 원 규모의 방제약 시장은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산 기술이 상용화되면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 농가 방제비용 절감과 친환경 농업 확산에도 기여할 것이다.


무엇보다 농과원 사례는 우리 공직사회에 중요한 교훈을 준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는 매뉴얼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는 법 개정보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선제적이고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강미형 식물병방제과장이 “직원들을 보호하면서도 공익을 추구하기 위해” 성제훈 농과원장의 판단에 따라 감사원 컨설팅을 신청했다고 밝힌 것은 의미가 크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리더십이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면서도 소속 직원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지혜로운 판단이다.


성제훈 원장의 ‘적극행정’ 철학이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농과원의 시도가 성공하면 다른 공공기관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공익을 위한 합리적 판단과 창의적 해법을 추구하는 공직문화가 확산돼야 한다.


농과원이 개발한 박테리오파지가 2027년 성공적으로 상용화돼 우리 농업의 경쟁력 강화와 농업인 소득 증대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우리 공직사회의 적극행정 문화 정착에도 중요한 이정표가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