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 리스크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비료(요소) 수급이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 무기질비료의 핵심 원료인 요소(Urea) 전체 수입량의 38.4%가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말 긴급 소집한 ‘비료(요소) 수급 안정화 회의’에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요약하면 “지금 당장 90일분 요소를 비축하고, 수입선을 다변화하지 않으면 하반기 농업 생산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학계·업계·협회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짚은 핵심은 세 가지였다. 첫째, 현재 요소 원자재 연간 확보율이 49.1%에 불과해 5~6월 이후 공급 공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전체 요소 수입량의 38.4%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적 취약성이 이번 사태에서 그대로 노출됐다고 봤다. 셋째, 이를 타개할 법·제도 기반인 농식품부 차원의 공급망 기본계획조차 수립돼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비료-에너지 연동구조가 위기의 본질이다. 질소비료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암모니아를 합성해 생산된다.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 질소비료 생산비가 오르고, 이는 비료 가격 상승→농업 생산비 증가→식량 가격 인상→인플레이션 악화로 이어진다. 인산비료는 중국 의존도가 높고, 칼륨비료 원료는 러시아·벨라루스에 집중돼 있다. 중동 전쟁은 이미 다층적 취약성을 안고 있던 한국 비료 공급망에 결정적 충격을 더한 셈이다.
강창용 박사(더클라우드팜 소장)는 농식품부의 비료(요소) 수급 안정화 회의 직후 전화 통화에서 “위기가 기회다. 지금을 기점으로 무기질비료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관련기사 31면 강창용 칼럼 ‘위기대응 무기질 비료의 공급망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자’》
비료생산업계, “원가 15~16% 상승” 직격탄
수급 불안은 비료 생산업체들의 경영 위기로도 직결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요소 수입가격이 50% 상승할 경우, 하반기 공급 물량(연간의 약 40%) 기준으로 원가 재료비가 약 15~16% 오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농협을 통해 농가에 공급되는 비료 가격이 정책적으로 고정돼 있다는 점이다. 원가는 뛰는데 공급가격을 올리지 못하면 비료회사들은 고스란히 적자를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비료업체들의 또 다른 고민은 자금력이다. 원자재를 선제적으로 비축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닐뿐더러 가능하더라도 대규모 구매자금을 필요로 한다. 이경택 천지바이오 부사장은 “지금 당장 하반기 원료를 미리 사두고 싶어도 당장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며 “정부의 원료구매자금 지원이 없으면 선제 대응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정부는 비료업체의 원활한 원료 확보를 지원하기 위한 원료구매자금 3,000억 원 규모(이차보전 22억 원)를 추경에 긴급 편성했다. 업계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금리 우대와 상환 유예 등 실질적인 금융 지원이 병행돼야 실효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수입선 다변화도 생산업체들에게는 쉽지 않은 과제다. 국내 비료회사들은 지금까지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말레이시아 등 중동·동남아 7~8개국에서 요소를 수입해 왔다. 미국·캐나다·모로코 등 대안 공급국은 물류비용이 높고 공급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아 즉각 전환이 어렵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비용 열위를 감수하더라도 수입선을 넓혀야 한다”며 “이를 위한 정부 차원의 공동 구매·외교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비료협회가 발표한 ‘비료 완제품 및 원자재 수급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20일 현재 연간 소요 예상량 대비 요소 원자재 확보율은 49.1%에 그치고 있다. 요소 재고는 5만 8,269톤으로 전주 대비 13.3% 감소했고, 수입 필요량은 19만 8,235톤이 남아 있다.[표1][표2]


더 심각한 문제는 타임라인이라는 지적이다. 비료 수입은 통상 8~9월에 국제 입찰로 연간 물량과 가격을 결정하고, 실제 선적(Delivery)은 70일 전에 최종 확정되는 구조다. 즉 4~5월까지는 기존 계약이 유효하지만, 3월 전쟁 발발로 인해 6월 이후 물량의 실제 인도 계약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비료협회 데이터를 인용하면, 요소는 상반기 약 60%, 하반기 약 40%를 공급하는 구조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요소와 복합비료 모두 5~6월 중 현 재고가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농업 시즌을 앞두고 ‘공급 절벽’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경보가 켜진 셈이다.[표3][표4]



강창용 박사는 이와 관련해 “물량 확보·물류 안정·가격 대응의 3요소를 동시에 세밀하게 판단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3월 이후 선적 계약 현황을 정밀 점검해야 하반기 생산 가능량을 예측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그림1]
정부 대응…추경 3,775억 투입해 수급 안정화
농식품부는 이번 사태에 대응해 2026년 추가경정예산(안)에 총 3,775억 원(농업 분야)을 반영했다. 비료 관련 직접 대책으로는 무기질비료 구입가격 일부 지원 73억 원, 비료업체 원료 구매자금 3,000억 원 규모(이차보전 22억 원)를 긴급 편성했다. 시설원예농가 난방유류 유가연동보조금 94억 원도 함께 반영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회성 재정 투입만으로는 구조적 공급망 취약성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무기질비료 업계에 따르면, 2025년 말 톤당 389달러 수준이던 요소 가격이 880달러까지 2배 넘게 치솟았지만 이마저도 구하기가 어려워 더 비싼 값을 치르고 있다. 중장기 트렌드보다 단기 충격이 훨씬 크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계절적 패턴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2003~2025년 요소(Urea) 월별 데이터(농협 비료사업통계요람)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요소 가격은 4~6월에 연평균 대비 4~6% 낮고, 10~11월에 6~8% 높은 뚜렷한 계절성을 보인다. 상반기 저가 매입과 연말 변동성 구간(표준편차 2배) 활용이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이 ‘3개월(90일)분 비축’ 구도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는 이유다.

법·제도 공백도 문제…정부 기본계획 ‘부재’
이번 위기 사태는 수급 불안뿐 아니라 법·제도 공백도 함께 드러냈다는 평가다. 현재 무기질비료(요소)는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공급망안정화법)」상 ‘경제안보 품목’으로 2025년 지정됐다. 그러나 2026년 지속 지정 여부가 불분명하고, 이 법에 기반한 농식품부 차원의 기본계획도 수립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림2]
별도 법률인 「공급망 위험 대응을 위한 필수농자재 등 지원에 관한 법률(필수농자재법)」은 비료를 ‘공급망 위험 대상 품목’으로 기본 지정하고 있으며, 농식품부 장관이 심의위원회를 거쳐 품목을 추가 지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에 따른 ‘위기 대응 지침’ 작성과 운용 실태에 대한 검증도 이번 회의에서 처음 공론화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달청은 올해 상반기 중 복합비료 원료를 ‘경제안보 비축품목’으로 신규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비철금속 비축량을 55일분(2027년 목표 60일분)으로 확대하는 ‘2025년 비축사업계획’을 확정한 바 있다. 비료 분야에서도 ‘타소비축’(조달청이 비축 물자를 직접 창고에 쌓아두는 대신에 민간 수요기업의 창고에 맡겨두는 비축 방식)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단기 대응을 넘어 중장기 비료산업 구조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국내 암모니아 생산 기반 점검이다. 질소비료의 원료인 암모니아를 천연가스 기반으로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설비 현황과 재생에너지 연계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둘째, 정밀시비(精密施肥) 기술 확산이다. 스마트농업 강화와 정밀시비 장비 보급을 통해 비료 소비량 자체를 줄이는 수요관리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이와 함께 유기질 비료·바이오비료(유박 등) 공급 확대도 대체 수요원으로 육성해야 한다.
셋째, 비료와 영농 솔루션을 결합한 산업 생태계 전환이다. 단순 원료 수급 관리를 넘어, 미래 기후변화 대응 친환경농업 지원 제품 개발까지 포함하는 종합적 산업 재편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농식품부 회의에서 “비료는 원료 전량 수입, 재고판매·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수요도 안정적이며 국제가격도 예측 가능하다”며 “일시적 변동폭 충격에 대처하는 것이 핵심인 만큼, 3개월(90일) 비축량을 사전 확보하면 안정화가 가능하다”고 개진했다. 이어 “차제에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국가 비료 공급망 관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농식품부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