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원자폭탄의 위력을 경험한 개발자들은 그것으로 인한 인류 생존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였다. 1947년 로버트 오펜하이머와 원자폭탄을 개발한 동료 미국 과학자들이 만든 시계가 바로 The Doomsday Clock(지구종말 시계)인데, 처음에는 자정까지 7분이 남아있는 것으로 세팅하였다. 이후 냉전 종료 후 한때 17분까지 늦춰졌지만 이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2025년에는 2024년보다 1초를 앞당겨 앞으로 89초가 남았다고 발표하였다.
원자 과학자 과학 및 보안 위원회(SASB) 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에서 제시한 중대한, 불안한 미래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하는 요소는 크게 4가지이다. 핵무기, 기후위기와 생물학적인 위협, 그리고 인공지능(AI)이다. 특별히 핵무기를 포함한 무기체계 내에 AI가 결합되는 경우 예측불가능한 상황이 발발할 수 있다. COVID-19와 같은 생물학적인 위협도 상존한다. 인간 유전자의 변형과 악의적인 병원체 연구, 무기화 등으로부터 인류는 갈수록 심각한 파멸의 위기 속에 예속되고 있다.
기후시계(The Climate Clock)가 등장해서 기후변화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의 온도에 비해 평균 1.5°C에 이르는, 향후 남아있는 시간으로 표시한다. 대체로 지금과 같은 상태로 지구온난화가스를 배출해 나간다면 2030년에 가면 지구온도는 평균 1.5°C 증가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탄소예산(carbon budget: 배출허용량)과 밀접하게 관계되는데, 1.5°C 이하로 유지하기 위한 누적된 순수 이산화탄소의 량이 얼마인가를 나타내는 것으로 2024년 기준 약 2750억 톤이다.
국제경영발전연구소(IMD: 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에서는 AI안전시간(AI Safety Clock)을 높은 위험수준의 11시 29분(11시~12시 사이를 4구분 위험도 표시)이라고 발표하였다. AI의 대부라고 알려진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도 AI의 위험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의 작업을 후회한다고도 말했다. 현재로는 유용성보다는 위험성이 더 많이,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직업소멸과 허위, 잘못된 정보와 편향된 알고리즘, 무기 결합 시 위험성 증대, 통제불능의 자기인식과 작동 등이다. AI가 어떻게 작동해서 결과를 추론하는지의 메카니즘을 알 수 없다고 한다. AI가 인류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과연 머지않은 장래에 인류는 지구상에서 사라질까. UN에서 1982년 9월 21일부터 시행(처음 9월 세 번째 화요일)해 온 세계 평화의 날(International Day of Peace)은 평화롭게 지속될 수 있을까. 어두운 상상의 이면은, 당면한 지구 차원의 4개 과제는, 국가별로 대응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따라서 외계인들이 지구를 습격한 사건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한 시각이라는 생각이다. 당연히 대응도 지구 차원에서 결정하고 각 국가들은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이행해야 한다. 그러면 비극적인 종말은 없을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선포한 2024년 평화의 날 메시지(1월 1일)의 주된 주제는 “인공지능과 평화”였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불평등과 불의를 부추기지 않고, 전쟁 갈등을 종식시키고, 인류가족의 다양한 고통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하였다. 지금 우리는 2025년도 The Doomsday Clock을 발표하는 끝자락의 지적을 곱씹어야 한다. 맹목적으로 현재의 길을 계속 가는 것은 광기이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문명을 파괴할 수 있는 집단적인 힘을 보유하고 있다. 이 세 나라는 세계를 벼랑 끝으로부터 물러나게 할 책임이 있다. 지도자들이 지구위협에 대해 선의를 가지고 진지하게 논의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
“세상은 즉각적인 행동에 달려 있다(The world depends on immediate a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