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농업정책의 구상과정에서 논어에 있는 ‘인무원려필유근우(人無遠慮必有近憂)’라는 구절을 생각하게 된다. 직역하면 ‘사람이 멀게 고려하지 않으면 반드시 근심이 가까이 있다’이다.
정책적 측면에서, 논어의 경구는 최소한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과거를 반추하여 지금의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미래를 고려하여 시행되어야 한다는 점. 다른 하나는 눈에 보이는 부분에 한정하지 않고 관련된 모든 부분을 정책형성과 전개 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는 현재를 형성하고 미래를 예정하며, 현재는 그 과정에서 주변의 많은 변수들에 의해 지배된다.
농산물의 수급과 가격에 관련된 입법내용에 대한 국회와 정부의 대립된 의견표출이 있었다. 작년 11월, 농산물 수급과 가격의 안정화, 이를 통한 안정적인 농업경영을 지향하기 위한 세칭 농업관련 “4법 개정” 제안이 있었다. 국회가 제시한 대안 제안 이유는 명확하다.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농산물 수급, 가격의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으니 이를 개선해서 궁극적으로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자는 것이다.
국회가 제안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집행이 불가능하고, 농업의 미래가 없게 하는 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였다, “이번 4개 법률은 농업 4법이 아니라 농망(農亡) 4법이라고 생각하고 재해대책법은 법 자체가 재해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제안된 법이 시행되면 농업은 망한다는, 간담(肝膽)이 서늘할 정도의 표현을 공식화한 셈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제안한 입법 내용에 대한 공격적인 거부 발언을 서슴치 않았던, 장관이 우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다만 제안된 취지를 이행하기 위해 제시된 중요 법(‘농안법’에 한정) 조문의 개정과 신설 조항을 보면 쟁점 내지는 우려 점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안정적인 농산물의 수급관리를 위해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를 설치하자는 것이다. 제안된 위원회의 역할은 일반 다른 위원회와 유사하다. 둘째, 계약생산(제6조)에 관련하여 지금까지 소극적 지원에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규정하고 있다. 매년 계획을 세우고 작황부진과 시장가격의 변동에 따른 손실을 보전, 지원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셋째, 가격예시(제8조)에서는 기존의 생산자만이 아니라 소비자도 보호대상으로 하고, 하한가격만이 아니라 상한가격도 예시가격으로 관리하자는 것이다. 넷째, 과잉생산시 생산자 보호(제9조)에 추가하여 가격폭등시 소비자 보호규정도 신설하자는 것이다. 위의 제안 내용에 별다른 흠을 찾기는 어렵다.
아마도 정부에서 문제시하는 부분은 새롭게 도입하자는 농산물 가격안정제도(제16조의2)로 보인다. 골자는 이렇다. 농식품부 장관은 시장가격이 신설된 ‘농산물가격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확정, 고시한 기준가격 미만으로 하락하는 경우 그 차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는 ‘농산물가격안정제도’를 실시하여야 한다는 조문이다. 다만 대상농지는 대통령령으로, 필요한 대상 품목은 농식품부 장관이 ‘농산물가격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 고시하도록 되어 있다. 대부분의 내용은 심의를 통해 결정한다.
장관의 반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지금까지 정부는 농산물 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왔는가. 현재와 미래에 우려되는 기상이변과 생산, 가격의 커져가는 변동성에 대응한 정책을 마련, 시행하고 있는가. 동시에 지금까지 농산물생산과 판매를 통한 농가경영의 안정화 내지는 성장이 유지되어 왔는가. 불안정적인 생산과 시장요소를 고려한 농업인들에 대한 안정적 소득지원정책이 전개되고 있는가 등을 생각해야 한다. 생각의 결론이 “그렇다”라면 제안된 입법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농업인의 입장에서 국회의 제안에 반대할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입법 취지와 내용에 반대할 뚜렷한 이유가 없고, 과거의 정책들이 바람직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아가 농산물가격지원정책은 정부(위원장:차관)와 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하고 있어서 자율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극단적 반발보다는 깊은 지식과 지혜를 가지고 성찰을 통해 판단해야 한다고 여길 것이다. 「국가론」(소크라테스)에서 지도자의 덕목 가운데 하나로 지혜를 바탕으로 하는 절제를 제시하고 있다. 장관의 심모원려(深謀遠慮)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