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이 알러지 저감 밀 소재 개발로 세계 종자시장 진출에 도전하고 있다. 연구를 담담하고 있는 국립농업과학원 생물소재공학과 이종열 연구사는 “생산량이 많고 병충해를 막으며, 기후 변화에 강한 농업이 지금까지의 농업의 주안점이었다면, 알러지에 안전한 작물 개발 등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농업이 21세기형 농업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구권 국가, 인구의 6% 정도가 밀 알러지
밀 글루텐 단백질은 밀반죽 특유의 쫄깃함, 탄력으로 표현되는 점탄성을 부여해 빵·면·과자에 적합한 가공적성을 나타낸다. 그러나 글루텐은 밀 알러지(Wheat allergy), 글루텐 민감성(Gluten sensitivity), 셀리악병(Celiac disease) 등을 유발하는 위험성도 지니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밀 알러지에 노출되어 있으며, 특별한 알러지 증상이 없는 사람이라도, 밀가루 섭취 후 속이 더부룩하거나 소화가 잘 안되는 것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에 세계 각국에서 밀 알러지 현상 저감을 위하여 글루텐 단백질 중 밀 알러지의 주요 항원 단백질들이 결손된 알러지 저감 밀(allergen reduced wheat) 육종 소재를 육성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밀 알러지가 큰 문제가 되고 있지 않지만, 세계적으로는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밀가루 음식을 섭취하였을 때 글루텐 단백질 및 기타 저장단백질로 인하여 가벼운 설사, 복통, 아토피, 천식 및 위장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부터 심하면 셀리악병(밀 섭취 시 소장의 융털이 염증을 일으켜 영양분의 흡수를 막는 자가면역 질환)이나 WDEIA(Wheat-dependent exercise-induced anaphylaxis, 밀 섭취 후 운동하면 전신 두드러기, 혈압이 떨어지는 등의 심한 알러지 반응이 생기는 급성쇼크)로 사망에 이르기까지 한다.
특히 미국, 유럽과 같은 서구권 국가에서는 전체 인구의 6% 정도가 밀 알러지 환자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밀 알러지의 원인인 글루텐 단백질이 없는 글루텐프리 제품 시장은 매년 18%씩 증가하고 있으며 2028년 156억불(21조)이 예상된다.
현재 각국에서는 치료약 등 사후 대응보다 알러지 저감 작물(식품) 개발 등 선제 대응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밀 알러지 환자들을 위해 알러지 유발 물질을 제거하거나 감소시키는 여러 방법이 사용되고 있으나, 유전자 조작 또는 물리·화학적인 제거 방법에 대한 안전성 문제를 우려하는 사람도 많은 편이다.
농과원 연구팀은 알러지 유발 원인 물질, 알러지 저감효과 및 돌연변이의 원인을 모두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이를 분자육종 방법으로 제거하여 안전성 문제에 대한 걱정을 대폭 줄였다.
농업형질 및 가공특성이 우수한 밀을 선발, 미국·유럽·남미 등 밀 주요 생산 및 소비국의 건강기능성 밀 종자나 밀가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준비를 하고 있다.
차세대 육종기술 활용 알러지 저감 밀 개발
특히, 미국과 우루과이 등 농업수출국의 엘리트 밀 품종에 전통 육종기술과 대량의 단백체 생명정보, 생명공학, 의학기술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육종기술을 활용해 알러지가 저감된 밀로 국제 종자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현재 가장 심각한 밀 알러지 반응인 WDEIA와 셀리악병의 주요 항원이 없는 밀을 육성 중에 있으며, 미국 농업연구청(ARS)과 우루과이 농업연구청(INIA) 등과 공동으로 현지 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셀리악병 유발 고위험 항원인 33-mer α 글리아딘 결손 밀 육성을 추진했다. 33-mer α 글리아딘 결손 밀의 효과와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미국 셀리악병 환자의 혈청이용 면역 테스트와 밀 유전체 및 전사체 기술을 이용해 항원 유전자 부위의 결손 확인을 미국 ARS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국내 육성 품종과 우루과이 현지 품종을 이용한 알러지 저감 밀 육종 소재 연구에도 나서고 있다. 우루과이는 남미에 있는 농업수출국으로, 밀 재배 최적 조건과 싼 인건비를 활용, 전 세계 시장을 위한 알러지 저감 밀가루 수출 전진기지로 기대되고 있다.
관련 연구는 학술적인 가치와 기술 이용 가능성도 높다. ‘밀 유전 재료 이용 셀리악병 특이 항체 검증’ 논문이 SCI 게재 예정이며, ‘셀리악병 유발 항원 결손 돌연변이 계통 육성 및 효과 검증’과 ‘WDEIA 항원 1B/1D ω-5 글리아딘 이중 결손 돌연변이 밀 육성’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국내외 특허도 출원할 예정이다.
이종열 연구사는 “국내에서 육성한 우수한 효과의 상업용 non-GMO 알러지 저감 밀이 해외 종자시장에 진출한다면 우리 밀 산업의 활성화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알러지 저감 밀의 육성 및 보급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 개선에도 공헌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