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중국 농약 수출 워크숍(CPEW)’이 지난 7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렸다. Centrum Broking Limited(센트럼 브로킹 리미티드)의 수석 부사장인 Rohit Nagraj(로힛 나그라즈)는 이번 CPEW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글로벌 농화학(농약·화학) 산업의 동향과 기업 발전 분석’에 대한 발표로 관심을 끌었다. 이날 발표된 기조연설 주요 내용을 요약했다. <편집자>
글로벌 농약·화학(농화학) 산업은 지난 10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해 왔다. 2012년 3조 330억 유로에서 2022년 5조 4340억 유로로 매출이 급증하는 등 79.2%의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했다.[표1] 이러한 글로벌 농화학 산업의 성장 가도에는 중국의 핵심적인 역할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2001년 12월 WTO 가입 이후 농화학 제품 생산 능력을 크게 늘린 이후 2022년까지 세계 시장점유율을 44%로 끌어 올렸다. 이러한 중국의 급성장은 EU, 미국, 일본, 한국 등의 시장점유율 감소로 이어졌다.
2022년 글로벌 농화학 제품 수출입 동향을 살펴보면, 27개 EU 국가(EU27)가 수출 점유율 37%, 수입 점유율 34%에 이를 정도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중국의 막대한 생산량에도 불구하고 2022년 총수출액은 약 1940억 유로, 수입액은 2080억 유로를 기록했다.[표2]
글로벌 농화학 산업은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차례의 변동을 겪었으며, 2022년을 전환점으로 삼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인해 2022년 2~3월부터 EU27의 생산지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글로벌 농화학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EU의 농화학 제품 생산지수와 가동률은 2022년과 2023년에도 계속 하락해 2023년에는 74%까지 떨어지면서 전 세계 교역 파트너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그림1]
그러나 2023년 3분기부터 EU 농화학 산업은 회복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데이터에 따르면, EU27 농화학 산업의 생산 능력은 2023년 3분기 74.4%에서 2024년 1분기 75.5%로 증가했다. 하지만, 현재의 생산 능력 수준은 여전히 평균(81.4%)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첫 4개월 동안 EU27 전체 농약·화학 부문의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했다.
무역 측면에서 EU27의 농화학 제품 수출은 2023년 4분기 517억 유로에서 2024년 1분기 573억 유로로 증가했다. 반면, 수입은 2023년 4분기 436억 유로에서 2024년 1분기 425억 유로로 소폭 감소했다.
중국은 2024년에도 글로벌 농화학 제품 생산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글로벌 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반해 독일·이탈리아·벨기에 등은 여전히 산업 경기 사이클의 쇠퇴기에 머물러 있으며, 영국·한국·미국 등은 상승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EU 시장도 2025년까지 생산과 무역이 정상화되면서 회복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로 인해 2023년 산업 생산량이 0.2% 증가에 그쳤다.
그러나 전반적인 수요가 회복되면서 농화학 제품 생산과 판매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4년 하반기에는 산업 생산의 완만한 성장이 예상되며, 2025년에는 1.7%의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2024년 농약 생산량은 2.6%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제조업을 자국 내에 유치해 지역 일자리를 보호하고 실업률을 줄이며 수입 농약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궁극적으로는 자국 산업의 자급률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 제조업을 장려하고 경제적 자립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의지가 담겨 있다.
농화학 제품 생산의 성장 추세를 살펴보면, 2024년과 2025년의 예측은 비교적 낙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표3]
2023년 미국의 농화학 총생산량은 1.3% 감소했지만, 2024년과 2025년에는 각각 2.2%와 1.9%의 성장률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글로벌 농화학 제품 생산량은 3%에서 4% 정도의 안정적인 성장세가 점쳐지고 있다.
글로벌 농화학 기업, 낙관적인 산업 회복 전망
‘2022 회계연도’에 글로벌 농화학 기업들은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인해 대부분 실적이 크게 향상되는 등 견고한 성장을 경험했다. 그러나 ‘2023 회계연도’에 접어들어 재고가 쌓이면서 제품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는 등 거의 모든 기업이 어려움을 겪었다. BASF, Bayer, Corteva, FMC 등 주요 8개 오리지널 기업과 제네릭 기업의 매출이 대부분 감소했으며, 일본의 Kumiai Chemical(쿠미아이화학)과 Sumitomo Chemical(스미토모화학)만이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매출 총이익과 관련해서는 바이엘, 스미토모화학, 신젠타가 감소세를 보였지만 상황은 조금 더 낙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표4]
2023년에는 많은 농화학 기업이 2022년의 재고 누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처럼 누적된 재고량이 전 세계 시장을 강타하면서 제품 가격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글로벌 농화학 기업들은 미래 수익성 보장을 위해 R&D 비용을 유지해 왔다.
특히, 글로벌 농화학 기업들은 산업의 미래 전망을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 다만, 2024년의 상황은 2023년에 비해 다소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대부분의 글로벌 혁신 농화학 기업들은 2024년에도 여전히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주로 2023년에 나타난 지속적인 가격 하락으로 인해 2024년의 회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제품 가격이 안정세를 유지하는 등 2025년의 시장 상황은 좀 더 긍정적인 전망을 갖게 하고 있다.
중국 농화학 기업, 2023년 수익성 크게 감소
중국의 농약 제조업체들은 2023년에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지속적인 판매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일부 제품의 원자재 가격이 최대 70%까지 폭락한 데다 물류비용이 상승하면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해 기업의 수익성이 전방위적으로 감소면서 중국 내 주요 16개 농약 제조업체가 모두 매출 감소를 경험했으며, 산둥 웨이팡 레인보우화학(Shandong Weifang Rainbow Chemical)과 Noposion(노포션), Sino-Agri Leading Biosciences(시노아그리 리딩 바이오사이언스)만이 총수익이 소폭 증가했다.[표5]
중국의 농약 가격은 2023년 초에 약간 정점을 찍은 후 매월 하락해 연말에는 최저점을 기록했다. 글로벌 농약 시장 수요는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했지만, 과도한 재고 누적으로 가격을 견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재고 누적이 점차 해소되면서 가격은 서서히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다. 중국의 몇몇 주요 농화학 기업은 지난 9월부터 제품 가격을 인상하기 시작했으며, 글리포세이트 제품을 중심으로 5%에서 15%까지 인상하는 등 시장 회복의 신호탄으로 삼고 있다.
인도 농화학 기업, 수출 확대· 공급망 통합 노력 강화
인도 농화학 기업들은 2021년과 2022년에 높은 성장을 이어왔으나, 2024년 3월 31일에 마감하는 ‘2024 회계연도’에는 어려움에 직면했다.[표6] 주요 13개 인도 농화학 기업 중에 8개 기업은 매출 감소를 보고했고, 6개 기업은 매출 총수익이 감소했다. 인도 최대 농약 회사인 UPL은 높은 재고 누적과 가격 문제로 인해 전년 대비 매출이 19.6% 감소했고, 매출 총수익도 6% 가까이 감소했다.
인도 농화학 기업들은 시장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간 빠른 성장을 통해 창출한 탄탄한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투자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2023 회계연도’에 거의 모든 기업이 새로운 기술과 제품 개발, 수출 시장 확대, 공급망 통합에 중점을 두고 투자를 확대했다. ‘2024 회계연도’에는 시장 상황으로 인해 투자 모멘텀이 다소 둔화했지만, 이러한 추세는 경기 회복 이후 다시 재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도 농화학 산업의 자본 지출 추세를 들여다보면 대표적인 기업들의 투자 프로젝트와 방향이 읽힌다. 전통적인 농약 원제 생산업체인 Danuka Agritech Ltd(다누카 아그리테크)는 수출 시장의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의 기업들과 파트너십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Insecticides(India) Ltd의 경우는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또한, 농약 원제와 맞춤형 중간체 생산업체인 PI India는 일본 Sumitomo Chemical(스미토모화학)에 Pyroxasulfone(피록사설폰)을 독점적으로 생산·공급하고 있다. Rallis India(랠리스 인디아)와 UPL도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등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생명공학과 생물농약 제품으로의 전환 필요”
Rohit Nagraj(로힛 나그라즈) 부사장은 “농화학 산업의 장기적 비전을 위해서는 일부 농화학 제품의 생산량 제한이 필수적”이라며 “농화학 기업들이 계속해서 생산 능력을 확장하려 한다면 업계와 산업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ohit Nagraj의 기조연설에서 몇 가지 결론을 도출하면, 현재 글로벌 농약 수요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가격 변동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농업인들은 이러한 제품을 꾸준히 필요로 하고 있다.
또한, 농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는 지역, 경제 상황, 환경에 따라 달라지며 생산 능력은 전체 수요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반면에 정부 정책, 신기술 도입, 원자재 및 과잉 생산량 관리가 업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Rohit Nagraj는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추세로 생명공학과 생물농약 제품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생물합성 기술의 발전은 농화학 제품의 수요와 관련된 문제의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환경, 사회, 거버넌스(ESG) 고려 사항도 농화학 산업과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