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암암리에 ‘셀프 연임’을 위한 농협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이달 18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협중앙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 정읍시·고창군)의 “셀프 연임 의지가 있냐”는 질문에 “현재까지는 없다”고 답변한 것과 달리, 하루 전날 정기이사회를 앞두고 셀프 연임을 허용하는 농협법 개정안 추진 내용을 담은 기타보고 안건자료를 이사회 참석자들에게 사전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준병 의원이 이달 24일 종합국감에서 제시한 해당 안건자료에는 △회장 연임 1회 허용, △현직 회장 입후보 시 직무대행 실시, △연임제 도입 보완책으로 회원조합지원자금의 투명성 강화 등 셀프 연임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이 기재되어 있다.
해당 안건자료 중에는 기획실이 작성한 기타보고 안건에 ‘농협법 개정안(농협안) 추가발의 추진안’의 주요 내용으로 ‘중앙회 경영 연속성 보장을 위한 중앙회장 임기제도 개선’ 내용이 담겼다. 특히, 회장 연임 허용과 현직 회장 입후보 시 직무대행 실시, 연임제 도입 보완책으로서 회원조합지원자금 투명성·공정성 강화 등의 내용도 명시됐다.
윤준병 의원은 이와 관련해 “농협중앙회 차원의 조직적인 셀프 연임을 추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국정감사에서 추진 의지가 없다고 답한 강호동 회장의 발언은 명백한 위증”이라는 지적했다.
윤준병 의원은 특히, “해당 문건이 정기이사회 참석자들에게 사전 배포된 시기가 농협중앙회 국정감사 개최 하루 전날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농협중앙회장의 셀프 연임 허용을 위한 농협중앙회의 농협법 개정안 추진사항을 담은 해당 문건은 강호동 회장이 셀프 연임에 대한 농협법 추진 의사가 없다고 발언하기 전에 이미 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이사회 보고 안건이 제작되기 전 회장에게 보고한다는 점, 강호동 회장 역시 이사회 참석자로서 해당 문건이 사전에 배포되었기 때문에 셀프 연임 허용을 위한 농협법 개정안 추진사항이 포함되어 있음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란 점 등을 고려할 때, 강호동 회장의 발언은 위증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 해당 문건에는 그동안 농협의 개혁의제라고 할 수 있는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 △지역조합장 선출방식 조합원 직선제 일원화 △인사추천위원회의 투명성 강화 등의 사항은 모두 삭제 표시가 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준병 의원은 “지난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 강호동 회장은 셀프 연임 허용을 추진할 의사가 없다고 답변했지만, 어제(23일) 이사회 안건에는 농협중앙회장의 연임 허용과 현직 회장 입후보시 직무대행 실시 등의 구체적 사항이 담겼다”며 “더욱이 해당 문건은 농협중앙회 국정감사 이전에 제작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셀프 연임에 대한 강호동 회장의 위증이 명백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어 “지난 1월 취임한 이후, 낙하산·보은인사 논란, 농민신문사 회장 겸임 논란에 이어 취임 9개월 만에 셀프 연임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본격적인 ‘농협중앙회의 사유화’에 돌입했다”며 “농협개혁 의제는 내팽개친 채 본인의 안위를 위해 농협법의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과거로의 퇴행”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