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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글리포세이트’ 경험이 ‘글루포시네이트’ 탈출구 될까?

글리포세이트는 선도기업 중심의 산업구조 구축으로 경쟁력 확보
글루포시네이트는 아직 불완전 구조…과잉 생산·가격 하락에 노출
우리나라도 영향받아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 가격 ‘기형화’ 초래
글루포시네이트 전문가, “글리포세이트 사례가 해답일 수도” 조언

 

글로벌 비선택성 제초제 시장의 한 축인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Glufosinate-ammonium)’이 현재의 ‘아성(牙城)’을 위협하는 여러 난제에 직면해 있다. Glufosinate-ammonium(총칭 Glufosinate) 제조기업 간의 치열한 경쟁과 낮은 산업 집중도, L-글루포시네이트의 도전과 약진, 불완전한 산업구조 등이 그것이다.

 

특히, 글루포시네이트의 생산량이 엄청나게 증가하면서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발생해 지난해부터 가격이 곤두박질쳤다. 급기야 BASF는 지난 7월 오는 2025년까지 독일 Knapsack과 Frankfurt 공장의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GA) 생산 중단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앞서서도 미국의 생산 공장 1곳을 폐쇄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중국산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 원제 가격의 폭락으로 제품 가격이 기형화하면서 상당한 잡음을 일으켰다. 국내 농약업계 관계자들에 의하면, 올해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을 주성분으로 하는 제품은 공장 출고가(500ml) 기준으로 제네릭 제품과 오리지널 제품의 가격 차이가 4배를 넘나들었다.

 

반면, 두 제품 간 대농업인 소비자 가격은 1.5배 수준에 불과할 정도라서 농업인들의 불만을 야기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판매수익은 고스란히 유통업계의 몫이었다.


되돌아가, 글로벌 글루포시네이트 제조기업들은 현재의 당면 과제 해결을 위해 글리포세이트의 사례와 경험을 직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nnie Feng(에니 펭) AgPages Editor는 이와 관련해 “글리포세이트의 성공적인 경험과 글루포시네이트에 대한 현재의 과제에서 기술 혁신, 시장 수요, 산업 정책 및 환경 규제와 같은 여러 요소가 글루포시네이트 산업의 개발 패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앞으로 주요 제초제 시장은 산업구조 조정(수직 통합), 기술 혁신 및 글로벌 운영의 심화로 인해 보다 성숙하고 합리적인 개발 단계로 이동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리포세이트, 선도기업 중심 완전한 산업구조


현대 농업의 핵심 자재인 제초제는 글로벌 농화학 산업의 변화를 반영해 왔다. 20세기 중·후반에 4대 비선택성 제초제인 글리포세이트, 파라콰트, 글루포시네이트, 다이콰트가 탄생한 이래로 세계 농업 생산 패턴은 깊은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제초제 산업은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야 했다.

 

대표적으로 파라콰트 사용금지, 글리포세이트 발암 논란, 글루포시네이트의 대체 추세가 제초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글로벌 비선택성 제초제 산업계는 글리포세이트와 글루포시네이트의 지나온 과정과 사례를 통해 주요 제초제의 미래 개발 추세와 업계 전환의 원동력을 찾아 나서고 있다.


그동안 글리포세이트와 글루포시네이트는 확연히 다른 각각의 발전 단계를 거쳐 왔다. 글로벌 비선택성 제초제의 여러 시장보고서를 요약하면, 글리포세이트는 글로벌 선도기업 중심으로 인산염 채굴, 중간체 생산, 원제 합성, 제품 제조 및 해외 제품 등록에 이르기까지 이미 완전한 산업구조를 갖추고 있다. 반면에 글루포시네이트는 글리포세이트와 비교했을 때 원제 생산과 제품 제조, 글로벌 등록 및 해외 시장 개발 등을 포괄할 수 있는 단일 선도기업이 전혀 없는 불완전한 산업구조를 아직 그대로 형성하고 있다.


글리포세이트와 글루포시네이트의 산업구조를 좀 더 구체적으로 비교해 보면, 먼저 글리포세이트는 1972년 Monsanto(현재 Bayer에 합병)가 시장에 처음 출시한 이래 광범위한 스펙트럼과 높은 효율성, 비교적 낮은 독성 등으로 인해 세계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초제로 빠르게 성장했다. 

 


개발 초기 단계인 1982~1990년에는 생산기술 수준이 낮아 생산량도 100톤에서 1000톤 수준으로 적었지만, 1991~1994년에 들어서는 생산량이 1만 톤을 돌파하면서 급속한 성장기를 맞았다. 이후 2005년까지 10년 동안에는 GM 작물의 확대로 글리포세이트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나 10만 톤에 이르렀다. 다만, 반덤핑 청구 등 국제 무역 마찰에 직면하기도 했다.


2006년부터 2014년 사이에는 몬산토의 공장 폐쇄로 인해 중국 기업들이 글리포세이트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마련됐고, 결국 중국 기업들은 글리포세이트의 최대 생산자이자 공급자의 지위에 올랐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은 이 시기에 글리포세이트의 생산·공급 과잉을 초래하기도 했다. 2015~2019년 사이의 글리포세이트 산업은 기업의 통합 과정을 거쳐 오래된 생산 시설을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등 개혁과 환경 규정 준수를 촉진하는 쪽으로 방향타를 돌렸다.


2020년 이후 글리포세이트 산업은 안정적인 단계로 접어들었으며, 생산능력은 약 80만 톤으로 안정화됐고, 제조기업 수는 약 10개로 줄어들어 균형 잡힌 수급 구조를 이뤄냈다. 이러한 산업구조 구축(수직 통합)으로 제조기업들의 비용 절감과 시장 변동 시 위험 방지 능력을 갖출 수 있었다.


덧붙여, 중국은 현재 글로벌 공급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글리포세이트 생산기지이자 수출국이 됐다. 이와 대조적으로 바이엘은 글로벌 산업구도의 이점과 GM 종자의 연계 판매에 힘입어 여전히 25%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구도는 글리포세이트 가격의 급격한 붕괴 없이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글리포세이트 가격의 하락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단일 선도기업 없는 미완의 글루포시네이트


반면에 글루포시네이트는 글리포세이트와 달리 원제 생산이나 제품 제조, 해외 시장 개발 등을 아우를 수 있는 단일 선도기업이 없는 불완전한 산업구조에 머물러 있다.


글루포시네이트는 1986년 독일의 Hoechst AG(현 BASF)에서 화학적 합성을 통해 출시했다. 이후, 파라콰트와 글리포세이트에 대한 세계적 금지 조치가 강화되고, GM 작물 시장이 확대되면서 글루포시네이트 시장은 성장 추세에 올라탔다. 이때쯤부터 주요 제조기업들이 적극적인 양산에 나서면서 글로벌 글루포시네이트 생산량은 2011년 4800톤에서 2020년 4만톤 이상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처럼 글루포시네이트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을 초래했다. 그런데도 글루포시네이트 생산량은 해마다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Market Research의 통계에 따르면, BASF가 지난 7월 글루포시네이트 생산 중단을 결정한 이후에도 16만톤(인도 UPL 1만톤 포함)의 생산량을 기록했다. 


반면, 실제 글로벌 수요는 5만5000~6만톤에 불과해 심각한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글루포시네이트는 불완전한 산업구조 속에서 치열한 시장 경쟁에다 L-글루포시네이트의 도전까지 겹쳐 쉽사리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글루포시네이트 산업은 한번 진입한 시장에서 빠져나가려면 과도한 비용이 지출되고, 산업 집중도가 낮은 어려움을 안고 있다. 또한, 글루포시네이트는 생산능력을 갖추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생산이 끝나더라도 가동을 멈추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글루포시네이트 제조기업들은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시장에서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고 혹독한 경쟁을 치르고 있다.


더구나 글로벌 글루포시네이트 시장은 판도 변화를 겪고 있다. 미국의 L-글루포시네이트(글루포시네이트-P) 등록이 현재진행형이고, 브라질도 앞으로 몇 년 안에 L-글루포시네이트 등록을 허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24.07.16.일자 ‘미국 EPA, 글루포시네이트-P 신규 등록 제안’ 기사 참조》

 

따라서 다국적 기업들은 L-글루포시네이트 생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이로 인한 글루포시네이트 회수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특히, 중국의 L-글루포시네이트 생산능력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3만8500톤을 생산하고 있으며, 최대 35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쟁 구도가 글로벌 글루포시네이트 시장을 재편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지적했듯이, BASF는 이처럼 혼란스러운 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 5년 동안 미국과 독일에서 각각 3개의 글루포시네이트 공장을 폐쇄, 또는 폐쇄할 계획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불완전한 산업구조 속에 놓인 글로벌 글루포시네이트 제조기업들은 BASF의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과잉 공급이 지속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해 장기간 바닥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2024년 상반기 중국의 글루포시네이트 시장은 연초 톤당 7만 위안(미화 9860 달러)에서 6월 말 기준 톤당 5만3500 위안(7536 달러)으로 23.57% 하락했다. 이는 2021년 고점 대비 85.5% 하락한 가격이며, 최근 10년 내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전문가 질문에 담긴 글루포시네이트의 미래 


글로벌 비선택성 제초제 분야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글루포시네이트 산업계가 고려해야 할 미래 개발전략에 대해 꼼꼼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특히, 글리포세이트의 경험과 사례에 견주어 글루포시네이트의 발전상을 그려야 한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첫째(생산 감량), 현재의 심각한 과잉 생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글리포세이트와 같은 산업 통합 모델이 가능할까?


둘째(기술 혁신), L-글루포시네이트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글루포시네이트 생산기업은 어떤 연구개발 방향을 결정해야 할까? L-글루포시네이트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셋째(산업구조), 글루포시네이트 산업의 수직적 통합을 어떻게 촉진할 것이며, 기업의 경쟁력과 위험 대응 능력 향상 방안은 무엇일까?


넷째(지속가능성), 글루포시네이트 산업의 지속 가능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생산능력 확대와 환경 보호 간의 균형 잡힌 관계를 조절할 수 있을까?


다섯째(정책적 함의), 환경 정책과 안전 규제가 앞으로 글루포시네이트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기업들은 어떻게 미리 대응할 수 있을까?


여섯째(산업 협력),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 글루포시네이트 제조기업들이 경쟁을 피하고 상호 협력을 통해 건강한 산업 발전을 이룰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글로벌 제초제 전문가들의 이러한 질문들은 향후 글루포시네이트 산업의 꾸준한 발전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던지는 질문을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면, 글루포시네이트는 글리포세이트에 비해 그만큼 치명적인 산업구조를 형성하고 있고, 그래서 쉽사리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라는 우려 섞인 분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